대기업 계열 제조·부품업체 L사는 대만 기업의 특허 침해 소송을 위해 국내 5대 로펌 중 한 곳의 변호사 3명을 선임했다. 그러나 기술적 쟁점에 대한 논의가 잘 이뤄지지 않아 변리사를 따로 고용했다. 2심에서는 아예 로펌을 바꿔 변리사 자격이 있는 변호사를 새로 선임했다. L사 관계자는 “(2심에선) 법률과 기술 양쪽에서 치밀한 전략을 세워 1심 때보다 시간과 비용이 획기적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다른 대기업 계열 M사 역시 마찬가지 상황을 경험했다. M사 관계자는 “(변호사가) 소송 상대방의 무효, 비침해 주장에 대한 반대 논거를 마련하지 못하고 단편적인 대응에 그쳐 많은 어려움과 불편을 겪었다”고 말했다. 변호사와 변리사를 둘 다 선임할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의 애로가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특허 관련 소송은 권리 범위를 확인하거나 유·무효를 판단하는 행정소송과 민사소송(침해금지, 손해배상 등)으로 나뉜다. 관할 법원이 갈릴 뿐 소송의 쟁점은 본질적으로 같다. 그러나 행정소송엔 변리사 대리가 가능하지만 민사소송은 불가능하다. 특허 침해 소송에서 변리사 역할이 갈수록 커지는 이유는 기술 융·복합이 빨라져서다. 1개의 특허를 구성하는 청구 항목은 많게는 수십 개인데, 조항 하나하나에 담겨 있는 배경을 과학기술 비전공자가 이해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해외에선 대체로 변리사의 침해 소송 대리권을 인정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영국, 중국에선 변리사 단독 대리가 가능하다. 일본은 변호사와 공동 대리를 보장하고 있다. 미국은 변리사와 변호사 자격을 동시에 갖춰야 하지만 과학기술을 전공해야 한다는 단서 조항이 달려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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