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의 발톱' 세우는 중앙은행들…떨고 있는 주식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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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11-25 16:11   수정 2021-11-25 16:14


중앙은행들이 긴축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주식 시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 이후 글로벌 증시를 부양한 유동성의 혜택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특히 그 동안 증시를 주도해온 성장주 주가는 금리 상승에 취약하다.

25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14.02포인트(0.47%) 내린 2980.27에, 코스닥은 4.47포인트(0.44%) 빠진 1015.66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1.00%로 0.25%포인트 올린 영향으로 보인다.
치솟는 물가에 긴축 속도 내는 한·미 중앙은행
시장은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었다. 대신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금통위 이후 간담회에서 시장을 달래주는 발언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주열 총재는 간담회에서 매파(통화 긴축 선호론자)적 태도를 보였다. 그는 “지난 통화정책방향문(10월)에서 ‘점진적’이라는 문구를 뺀 가장 주된 이유가 금리를 연속해서 올리지 않는다는 도식화는 옳지 않다고 봤기 때문”이라며 “내년 1분기 경제 상황에 달려 있지만, 1분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인상으로 기준금리가 1.0%가 됐지만 성장과 물가 흐름에 비춰볼 때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며 “실질 기준금리는 여전히 마이너스 상태로, 중립금리보다도 낮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한은은 올해와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8월 전망치 대비 각각 0.2%포인트와 0.5%포인트를 올렸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물가 전망 상향은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을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화정책 긴축 기조는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글로벌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독보적인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Fed)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백악관의 연임 결정을 받은 뒤 매(통화 긴축 정책 선호)파적인 태도가 드러나고 있다.

우선 간밤에 공개된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는 “다양한 위원들이 자산매입 프로그램 규모 축소(테이퍼링) 속도를 조정하고 예상보다 빨리 기준금리를 올릴 준비를 해야 하는 데에 주목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FOMC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정례회의에서는 매달 150억달러씩 자산매입 규모를 줄이는 테이퍼링의 시작을 공식화했다. 이 결정대로면 내년 6월까지 테이퍼링을 마치게 되지만, FOMC 회의에서 위원들은 테이퍼링 종료 시점을 앞당기는 걸 논의했다는 게 FOMC 회의록을 통해 드러났다.

연준이 긴축 속도를 높이려는 배경은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이다. 앞서 미 노동부는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6.2% 급등했다고 지난 10일 발표했다. 1990년 12월 이후 31년만에 최대폭의 물가 상승률이었다. 미국의 CPI는 지난 5월부터 5%대 상승률을 보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파월 의장을 차기 연준 의장으로 다시 지명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을 언급했다. 파월 의장도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높은 인플레이션이 음식, 주거, 교통 등 필수품의 높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가계에 고통을 준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우리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지 않도록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금리 오르니…대형주 위주 다우↓, 성장주 많은 나스닥↓
파월 의장이 재지명된 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1.6%대로 뛰어 올랐다. 간밤에도 1.69% 수준으로까지 치솟기도 했다. 다만 최근 사흘간의 급등에 대한 되돌림으로 하락전환해 이날은 1.6440%로 거래를 마쳤다.

사흘동안의 뉴욕증시 주요지수 추이를 보면 금리가 주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그대로 드러난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상승세를 보인 지난 22~23일에는 대형주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상승했고, 성장주가 많이 포함돼 있는 나스닥 지수는 내렸다. 국채금리 움직임이 반대였던 간밤에는 다우지수는 하락했고, 나스닥 지수는 올랐다.

금리가 경기를 나타내는 지표인 동시에, 성장기업의 현재가치를 계산할 때 쓰이는 할인율이기 때문이다.

수요와 공급 논리로 보면 돈을 빌리려는 수요가 많을 때 금리가 상승한다. 기업들이 돈을 빌려 투자를 하면 이자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남길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이번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린 데 대해서도 ‘시중의 돈을 거둬들여도 좋을 만큼 경기 회복세가 탄탄하다는 자신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럴 때는 ‘경기민감주’로 분류된 종목들의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주로 철강·정유·화학 등의 업종에 속한 대형주들이다. 다른 기업들이 돈을 빌려 투자에 나서면 소재와 에너지가 더 많이 필요해 경기민감 업종에 포함된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진다.

반면 지금 당장은 수익을 내지 못하지만, 향후에 큰 수익을 남길 것이란 기대로 주식 시장에서 주목받는 ‘성장주’는 금리 상승기에 취약하다. 증권가에서 기업의 적정 가치를 구하는 방식 때문이다. 성장주는 지금 당장 기업가치를 계산할 공식에 집어넣을 숫자(성과)를 만들어 내지 못해 미래의 기대수익을 현재 가치로 할인해 적정 주가를 계산한다. 이 때 사용되는 할인율이 시장금리다. 할인율(금리)이 높아지면, 미래 기대수익의 현재가치는 작아질 수밖에 없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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