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와 해저에서 끌어올린 '신의 한水'

입력 2021-11-25 17:33   수정 2021-11-26 10:13


“사람에 따라 몸이 살찌고 마른 것, 수명의 길고 짧음은 마시는 물에 그 원인이 있다.”

조선시대 허준이 쓴 《동의보감》에 나오는 구절이다. 허준은 약으로 쓰는 물의 종류를 채취 방법과 효능에 따라 33가지로 분류했다. 그토록 먼 옛날부터 ‘귀한 물’ ‘좋은 물’은 따로 있었다. 세계 어느 곳을 가든 ‘젊음을 돌려주는 샘물’이나 ‘신비의 물’ 등 전설을 품은 약수터엔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 대목에서 당신은 질문을 던질 것이다. 왜 그렇게 좋은 물을 찾아 나서는 것일까. 답은 간단명료하다. 물의 영향력과 존재감이 크기 때문이다. 사람이 태어나 숨을 거둘 때까지 가장 많이 섭취하는 대상은 단연 물이다. 충분한 수분 섭취는 건강 관리의 기본으로 통한다. 인체는 70% 이상 물로 구성된다. 혈액의 90% 이상, 뇌와 각종 장기의 75%가량이 수분이다. 물은 혈액순환을 주도하고 체온을 조절하며 세포의 신진대사를 돕는다. 수분이 부족해지면 체내 독소가 배출되지 않아 피로를 느끼게 된다.

물이 그렇게나 다른 걸까. 그렇다. 하나같이 무색무취해 보여도 다 같은 물이 아니다. 먹는 물은 수원지나 성분 구성 등에 따라 종류가 천차만별이다. 수심 200m 해저에서 끌어올린 해양심층수, 제주 바닷속 현무암 지대에서 뽑아 올린 용암해수, 청정섬에 내린 빗물을 모아 만든 물…. 빙하를 녹인 물도 있다. 상품화된 물은 세계 3500종이 넘는다. 저마다 맛과 향, 목넘김이 미세하게 다르다. 혀끝으로 물맛을 비교하는 워터소믈리에도 있다.

이쯤 되면 ‘몸에 더 좋은 영향을 주는 물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이런 욕망이 모이고 쌓여 ‘물의 산업화’에 불을 지피고 있다. 지난해 국내 먹는샘물 시장 규모는 처음으로 1조원을 넘겼다. 프리미엄 물을 마시고 이용하기 위해 비싼 돈을 들이는 이들이 부쩍 늘어나면서다. 최고 명품으로 대접받는 물은 한 병에 1억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어디 마시는 물뿐인가. 피부에 닿는 물도 필터를 거쳐 더 깐깐하게 골라 쓴다.

지금 마신 물은 30초 뒤 혈액 속을 흐르고 5분 내 뇌에 도착한다. 또 한 시간 안에 피부와 장기 곳곳의 세포를 구성하게 된다. 이젠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해볼 차례다. “어떤 물을 마시겠습니까.” 대동강 물을 팔던 봉이 김선달은 어쩌면 몇백 년 뒤를 내다본 게 아니었을까.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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