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스타 마돈나가 제시하는 월드투어 조건에는 늘 ‘에비앙’이 포함돼 있었다. 에비앙은 알프스의 만년설이 녹아내린 빙하수로 만든 프리미엄 물. 풍부한 미네랄을 품은 이 물 한 모금이면 깊은 청량감에 입안이 깨끗해지는 느낌이 든다. 패리스 힐튼은 먹는샘물계의 ‘롤스로이스’로 불리는 ‘블링 H2O’를 애완견에게 먹인다. 와인처럼 병 입구를 코르크 마개로 감싼 이 물의 가격은 750mL 한 병에 38.98달러(약 4만6000원). 한국에서 사려면 최소 7만5000원은 줘야 한다. 그래도 누군가는 이런 물만 골라 찾는다. 귀하고 좋은 물이어야 지갑을 여는 ‘프리미엄 물 마니아’가 곳곳에 있다.
프리미엄 물의 기본 요건은 ‘좋은 물’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유해한 물질이 포함되지 않고 미네랄이 적당히 함유된, 약한 알칼리성 물을 좋은 물로 정의한다. 여기에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충분히 용해돼 있고 물 분자구조가 적으면 더 좋다. 프리미엄 물엔 여러 종류가 있다. 빙하수, 해양심층수, 기능성 물, 탄산수 등 종류에 따라 브랜드도 수십 가지다.
함유 성분을 따져보고 효능에 따라 필요한 물을 골라 마시는 이들도 있다. 아는 사람들은 아는 프리미엄 물 활용 공식이 있을 정도다. 캐나다 빙하수로 만든 ‘휘슬러’는 산성 노폐물 제거 효과가 높아 숙취가 있을 때 제격이다. 과식한 날에는 탄산수소염 성분이 들어간 ‘게롤슈타이너’로 청량감을 찾기도 한다.
‘아쿠아 디 크리스털로 트리부토 모디글라니’는 한 병에 6만달러(약 7132만원)다. 프랑스, 피지, 아이슬란드 빙하에서 나온 청정수를 최적의 비율로 블렌딩한 물을 순금으로 둘러싼 병에 담았다. 금을 제거하고 가격을 낮춘 에디션도 있다. 이 물의 ‘저렴이’ 버전도 가격은 그렇게 착하지 않다. 한 병에 3600달러(약 428만원)는 줘야 한다.
2005년 할리우드 작가이자 프로듀서인 케빈 G 보이드가 상품화한 ‘블링 H2O’도 유명하다.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샴페인 형태의 병에 자연산 코르크 마개를 쓴 게 특징이다. 부드러운 목넘김에 상쾌한 청량감이 돋보인다. 2013년엔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1만 개를 장식한 ‘블링 H2O 더 텐 사우전드’도 출시했다. 가격은 2700달러(약 321만원).
프리미엄 물을 사 먹기 위해 정수기를 없애는 사례도 있다. 프리미엄 물 마니아로 소문난 이동걸 전 산업은행 회장은 “미네랄이 풍부한 물이 몸에 더 좋다고 해서 정수기를 없앴다”며 “좋은 물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매번 사 먹는 번거로움쯤은 아무것도 아니다”고 했다.
몇 년 안에 국내에 수십 가지 생수만 모아놓은 전문 판매대가 들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 워터소믈리에는 “다양한 물을 마셔보고 구매할 수 있는 워터바나 워터카페가 생기는 것도 그리 머지않은 미래일 것”이라고 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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