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콧뮬란'이 '보이콧베이징'으로…바이든, 한국 동참 압박할까 [송영찬의 디플로마티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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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11-27 14:25  

'#보이콧뮬란'이 '보이콧베이징'으로…바이든, 한국 동참 압박할까 [송영찬의 디플로마티크]

“그게 우리가 지금 고려 중인 겁니다(That is something we are considering).”

지난 18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외교적 보이콧’을 고려 중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렇게 답합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 벌어진 인권 탄압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부연 설명합니다. 이날은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처음으로 화상 정상회담을 한 지 불과 사흘 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외교적 보이콧’은 선수단은 파견하지만 정부에서 공식 사절단을 보내지 않겠다는 걸 의미합니다. 올림픽에는 각국의 정상급을 포함해 대규모 외교 사절단의 참석으로 큰 외교의 장이 열립니다.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당시엔 역대 최대 규모의 외국 정상들이 베이징을 찾았습니다. 2008 베이징 하계올림픽을 계기로 ‘신흥 강대국’의 면모를 뽐낸 중국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패권 국가’로 자리잡으려는 계획이었습니다.

영화 엔딩크레딧이 불러온 '#보이콧뮬란'
지난해 9월 개봉한 영화 <뮬란>은 베이징올림픽의 외교적 보이콧과 같은 이유로 대대적인 보이콧 운동에 직면합니다. 이른바 ‘#보이콧뮬란(#BoycottMulan)’ 운동입니다. 이 해시태그의 구글 검색 회수는 영화 개봉 이틀만에 전일 대비 1900% 늘어납니다. 영화 보이콧 확산에 크리스틴 매카시 디즈니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고 인정하기도 합니다.


당시 영화 관람 보이콧 운동은 뮬란 역을 맡은 배우 유역비가 2019년 홍콩보안법 반대 시위 당시 홍콩 경찰 지지 선언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그러다 결정적으로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투루판 공안국에 감사를 표한다’는 문구가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삽입되며 폭발합니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재교육 시설에서 위구르족 여성들이 성폭행과 강제 피임 등 대대적인 인권 탄압을 당한다는 외신 보도까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 문구가 여론을 자극한 것입니다. 논란이 확산되자 미국 의회까지 “중국 당국과 협력해 촬영한 건 암묵적으로 대량 학살 가해자들에게 정당성을 준 것과 마찬가지”라며 문제제기를 하기도 합니다.

美 동맹국들로 확산되는 외교적 보이콧 움직임
미국이 주도하는 외교적 보이콧 움직임은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난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외교적 보이콧 동참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현 시점에서 베이징올림픽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응은 발표되지 않았다”며 “일본 정부는 적절한 시기에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며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아직 외교적 보이콧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이 하면 동참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입니다. 이 매체는 앞서 윌리엄 해커티 미국 상원의원이 일본 측에 베이징올림픽에 외교 사절을 파견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영국·호주·캐나다·뉴질랜드도 이같은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모두 미국과 첩보동맹 ‘파이브아이즈’, 안보협력체 ‘오커스(AUKUS)’ 등을 구성하는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입니다. 유럽 의회는 이미 지난 7월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압도적 표차로 채택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중국의 신장 위구르 인권 탄압 논란으로 시작된 외교적 보이콧 움직임은 중국의 테니스 스타 펑솨이가 장가오리 전 중국 부총리으로부터의 성폭행을 폭로한 이후 실종되며 더욱 거세지고 있습니다.
文정부, 종전선언 계기로 삼으려했는데...
이같은 움직임은 한국 외교에도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제안한 남·북·미·중 4자 간 종전선언을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하려던 계획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방한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장관을 만나 “베이징올림픽이 평창올림픽에 이어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또 한번의 전기가 되고 동북아와 세계 평화에 기여하기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북한 선수단의 올림픽 출전 자격을 정지한데 이어 미국의 참여마저 불투명해진 것입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4일 “종전선언은 베이징올림픽을 겨냥해서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두 사안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나섰지만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5개월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계기를 찾기가 어렵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를 지낸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도 지난 18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바이든 대통령이) 만약 안 간다고 하면 미·중 간 신냉전 구도의 심화를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종전선언 추진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습니다.

종전선언에 차질이 생긴걸 넘어 올림픽의 외교적 보이콧 움직임에 동참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선택의 순간’이 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미국 포브스는 최근 “미국 정부가 주요 동맹국들에 미국과 같은 행동에 나설 것을 설득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외교가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실제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할 경우 공개적으로 동맹국들의 동참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이 외교적 보이콧의 명분으로 민주주의와 인권을 내세워 동맹국들의 동참을 공개적으로 요구할 수 있다”며 “이 경우 한국은 세 가지의 선택지에 놓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세 가지의 선택지는 1)외교적 보이콧 전면 동참 2)전면 동참하지는 않되 문 대통령의 불참 3)문 대통령의 방중(訪中)입니다. 박 교수는 이어 “한국을 ‘약한 고리’로 보는 중국은 한국 참여를 압박할 것”이라고 덧붙입니다.

미·중 양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려는 한국은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두 가지 선택지에 놓이게 됐습니다. 미국의 요구에 따라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해 중국의 반발을 불러오는 상황과,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이 모두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하는데 핵심 동맹국 중 한국만 빠지는 상황입니다. 대선을 불과 한 달 남기고 열리는 베이징올림픽에서 문재인 정부의 선택에 따라 차기 정부의 외교에까지 큰 영향을 미칠 전망입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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