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미래 기술 전쟁에 필요한 '줄다리기'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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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1-11-28 17:25   수정 2021-11-29 00:28

46초가 부족했던 누리호는 최종 목표를 미완의 과제로 남겼다. 하지만 외신들은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비상을 속보로 타전하며 한국의 우주산업 진입을 공식화했다. 특히 중국은 한국의 기술력을 냉정하게 평가하면서도 예상보다 빠른 한국의 우주개발 행보에 경계심을 나타냈다.

중국은 우주기술과 양자, 인공지능, 집적회로 등 7대 기술 육성에 국력을 쏟아붓고 있다. 이들 기술은 세계의 권력 지도와 경제질서를 재편할 ‘게임 체인저급’이다. 지난달 중국은 구글의 최신 양자 컴퓨터보다 100만 배 더 복잡한 연산이 가능한 양자 컴퓨터를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함께 공개된 광(光)양자 컴퓨터는 현재의 슈퍼컴퓨터로 30조 년이 걸리는 계산을 0.001초 만에 할 수 있다고 했다.

필자가 위원장으로 참여한 2020년 국가기술 수준 조사에서 국내 연구자는 중국의 과학기술을 이제는 한국과 대등한 수준으로 평가했을 뿐만 아니라 미래 기술에서는 오히려 중국이 더 우위를 차지한 것으로 인식했다.

미래 기술에서의 열세를 우려하는 것은 미래 기술 수준이 국가 경쟁력의 가장 확실한 선행지표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연구개발 예산 규모는 아직까지 미국의 17%, 중국의 21%, 일본의 59% 수준에 불과하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지 않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게임 체인저로 불리는 미래 기술 중 일부에만 올인하기도 어렵다. 세계인들을 매료시킨 ‘오징어 게임’의 줄다리기 전략에서처럼 부족한 힘을 지혜로 극복할 수 있는 전략이 절실하다.

먼저 선택과 집중을 통한 ‘코어 기술 우위(core tech supremacy)’ 전략을 생각해볼 수 있다. 미래 기술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의 기술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면 미래 기술의 수준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에 집중해 초격차를 확보하자는 전략이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이 좋은 예다. 이들이 만드는 5m 크기의 EUV 노광장비는 300m가 넘는 초대형 LNG 운반선보다 비싸다. 차세대 반도체 공정 프로세스를 선점하려는 인텔, 삼성, TSMC 같은 굴지의 반도체 기업들이 연간 생산 30~40대에 불과한 ASML의 장비를 구매하려 줄을 선다.

두 번째 ‘합종연횡’ 전략도 고려해볼 만하다. 미래 기술은 막대한 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한 국가의 힘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고, 나의 부족함을 채워줄 조력자들과 함께한다면 세계의 트렌드를 선도하고 확산할 ‘테이블 세터’가 될 수 있다. 인류 최대의 과학기술 프로젝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에서 한국의 위상은 국제적 협력과 외연 확장을 통해 리더가 된 좋은 사례다. 움츠러들 필요는 없다. 지난 5월 한·미 정상은 군사·외교 동맹을 과학기술로도 확장하는 데 합의했다. 세계 5위로 높아진 한국의 과학기술 역량과 세계 10위의 경제력에 미국이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지금은 미래 기술을 둘러싼 전국시대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합종연횡으로 미래 기술의 쟁패전에서 승리할 확률을 조금씩 높여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다차원적인 국가의 역량을 총결집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기초과학연구원 설립, 입자가속기 등 기초연구에 투자를 꾸준히 확대해왔다. 지금까지 축적된 연구성과와 미래의 기초연구 성과를 연계해 과거와 현재, 미래 역량을 결집한다면 놀라운 일을 해낼 수 있다. 누리호 발사는 특정 연구기관의 깜짝 성과가 아니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중심이 되고, 300여 개의 연구소와 기업이 협력함으로써 하나하나 쌓아 올린 금자탑이었다.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는 국가 연구 역량을 융합하는 용광로.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새로운 시대적 사명으로 이보다 더 적합한 모델은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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