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직장인 김레고 씨(가명)는 집에 있는 작은 방으로 들어갈 때면 다시 아이가 된다. 그는 올초 집을 리모델링하면서 레고 전용 방을 따로 마련했다. 노랑으로 칠해진 방문에는 레고 로고가 그려졌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가 수집한 레고가 빼곡히 전시돼 있다. 퇴근 후 자신이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레고 계정 ‘광나루레고(gwangnarulego)’에 수집품 사진을 올리는 게 김씨가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는 방법이다. 그는 ‘키덜트(키즈+어덜트)’족이다.
유년 시절의 추억을 즐기고자 어릴 때 좋아했던 장난감과 캐릭터 굿즈를 구입하는 게 키덜트족의 공통된 특징이다. 구매력이 있다는 게 어린이 소비자와 다르다. 부모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어 바로 지갑을 열 수 있다. 이들이 장난감과 굿즈 시장에서 ‘큰손’으로 자리매김한 이유다.
장난감 기업은 아예 키덜트족을 겨냥한 제품을 기획해 선보이고 있다. 레고가 대표적이다. 어린이를 위한 학습 장난감을 표방해온 레고는 최근 들어 마블 시리즈, DC 시리즈, 인테리어용 레고 꽃다발 등 어른을 겨냥한 포트폴리오를 확 늘렸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올 상반기 전 세계 레고 매출은 230억덴마크크로네(약 4조1814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다. 국내 레고스토어 매장도 작년 7개에서 올해 15개로 늘었다. 닐스 크리스티안센 레고그룹 최고경영자(CEO)는 “포트폴리오 및 신규 고객층 확대가 올 상반기 탁월한 성장을 이뤄낸 배경”이라고 강조했다.
식품과 패션 기업 사이에서는 키덜트족을 공략하기 위한 콜라보가 활발하다. 패션브랜드 스파오는 지난달 해리포터와 콜라보한 맨투맨 시리즈 ‘스파오×해리포터 뉴 기숙사 컬렉션’을 선보였다. 도미노피자도 애니메이션 뽀로로의 등장인물인 ‘잔망 루피’ 캐릭터와 협업한 SNS 이벤트를 하고 있다. 루피가 도미노에서 일하는 모습을 일러스트로 제작해 브랜드를 홍보 중이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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