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사려고요"…문 열리자마자 주부들 달려갔다 [현장+]

입력 2026-03-28 14:44   수정 2026-03-28 15:02

지난 27일 오전 9시50분께 서울 중구에 있는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 입구에 개점 전부터 20명 안팎 손님들로 대기줄이 늘어섰다. 마트 주요 출입구부터 내부 곳곳에 ‘1+1’, ‘50% 할인’ 등 특가를 알리는 안내판이 내걸렸고 고객들은 행사 품목이 빼곡히 적힌 전단을 한 장씩 챙겨 들었다. 오전 10시 매장 문이 열리자 이들은 일제히 계란·축산 코너 등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이날 한우와 계란을 구매한 70대 주부 박모 씨는 “요즘 물가가 많이 올라 장 볼 때 부담이 된다. 우리 부부와 딸 식구 몫까지 함께 장을 보는데 한 달에 180만~200만원 정도 든다”고 말했다. 이어 “김밥을 한 번 싸려 해도 햄이나 채소 같은 재료 가격이 확 올랐는데 할인한다니 왔다”고 덧붙였다.

이커머스 소비가 늘어나면서 오프라인 마트를 찾는 소비자 발길이 줄어드는 추세였지만 최근 식품 물가가 연일 오르면서 대형마트 할인 행사에 소비자 발길이 몰리고 있다. 중동 전쟁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데다 가축 전염병까지 확산하면서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한층 커진 영향이다.
전쟁에 전염병까지…잇단 악재에 식탁 물가 비상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앞선 26일부터 ‘메가통큰’ 할인 행사를 진행 중이다. 마트는 창립을 기념해 연중 최대 규모로 행사를 기획했다. 한우·계란·딸기 등 소비자 식탁에 자주 오르는 품목들을 최대 60% 할인 판매하고 있다.

주요 먹거리를 저렴하게 선보이자 소비자들도 반기고 있다.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60대 김 모 씨도 “한 달 장보기 비용이 50만~60만원 정도 든다. 2~3년 전과 비교하면 체감상 2배 가까이 늘어난 것 같다”며 “요즘은 대형마트와 동네 슈퍼, 전통시장을 일일이 비교해 가장 저렴한 곳을 골라 다닌다. 오늘도 할인 소식을 듣고 찾아왔는데 확실히 평소보다 싸다”고 했다.

실제 최근 축산물 중심으로 먹거리 가격 상승세가 뚜렷하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한우 안심(1등급·100g) 가격은 1만4126원으로 전년 동기(1만2054원) 대비 17.1%나 뛰었다. 같은 기간 소 등심(1등급·100g)은 9866원에서 1만540원으로 6.8%, 돼지 목심은 2288원에서 2431원으로 6.3% 상승했다. 계란(특란 30구) 가격도 6554원에서 6942원으로 5.9% 올랐다.

이처럼 식품 물가가 연일 치솟는 데에는 복합적 요인이 있다. 우선 고환율 기조로 수입 소고기 가격 등이 크게 뛴 상황에서 최근 중동 전쟁 여파가 겹쳐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 유가도 급등한 탓에 물류비와 제조 원가 부감을 키워 수입 식품뿐 아니라 국내 농축수산물 전반의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 동절기 가축 전염병까지 확산하며 국내 축산물 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올해 ASF 발생 건수는 24건으로 전년(6건) 대비 4배에 달한다. 전국 가금농장에서 발생한 AI 역시 60건으로 전년(49건) 수준을 훌쩍 웃돌고 있다.
고물가에 할인 행사로 몰리는 소비자
대형마트의 할인 행사에 소비자들이 몰리는 이유다. 과거에도 할인 행사는 집객 수단으로 활용됐지만 최근에는 물가 부담이 더 커지면서 수요가 증가하는 모습. 실제 이마트가 올해 진행한 ‘고래잇 페스타’에서는 1월 고객 수가 일반 주 대비 31.4% 증가한 데 이어 2월 41.7%, 3월에는 60%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도 일반 주차 대비 1월(48.1%, 2월(20.1%), 3월(31.5%) 꾸준히 증가하며 수요를 입증했다.

홈플러스도 지난해 12월 개최한 ‘윈터 홈플런’ 행사에서 주요 먹거리 품목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이상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행사가 시작된 12월18~20일 사흘간 계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 늘었으며 연어(103%), 오징어(75%), 즉석식품(21%) 등에서도 고르게 증가했다.
정부, 물가 안정에 총력…담합엔 강력 대응
소비자 부담이 커지자 정부도 ‘물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전날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 회의를 통해 계란·돼지고기 유통구조 개선·관리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계란 수급 안정을 위해 1800만 마리 규모의 산란계 사육시설을 추가 확보를 검토하고 있다. 또 내년 9월부터 산란계 한 마리당 사육 면적이 50% 늘어나는 것을 고려해 하루 5000만개 수준인 계란 공급량을 전년 대비 10%(500만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더불어 미국과 호주에 편중된 수입 소고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수입국을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으로 다변화하기로 했다.

가격 담합 등 불공정행위에 대한 대응도 강화한다. 정부는 지난 1월 생산자단체의 희망 산지 가격 고시를 담합 행위로 판단했다. 이에 향후 계란 산지 가격 정보는 공공기관에서 제공하고 농가와 유통업자 간 안정적인 거래를 위해 표준거래계약서도 제도화할 계획이다. 돼지고기 가격 담합 논란과 관련해서도 오는 2030년까지 도매시장 경매 물량 비중을 10% 수준으로 끌어올려 가격 대표성을 확보하고, 농가와 가공업체 간 거래가격 정보 공개도 법제화하기로 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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