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젊은 세대와 공감의 리더십

입력 2021-12-02 17:10   수정 2021-12-03 00:06

내년 대통령선거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젊은이들이다. 지난번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때 20대가 홍준표 의원에게 많이 쏠렸다는데 이미 2017년 대선에서 그 징조가 보였다. 선거 후에 “사실 홍준표 찍었다”고 실토한 학생이 여럿 있었다. 물론 남학생들이다. 당시 여학생들은 문재인 후보와 정의당에 기울었다. 문재인 정권을 겪으면서, 그리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경악할 만한 반여성적 경력에 젊은 여성들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지만 그렇다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마음을 연 것 같지도 않다.

예민한 문제라 다들 언급을 꺼리지만 젊은이들 사이에 젠더 차가 있는 건 확실하다. 그러나 남녀 막론하고 공감하는 이슈도 있다. 좋은 일자리에 대한 염원과 공정에 대한 관심은 당연하다. 60대 이상의 ‘꼰대’ 근성과 386세대의 기득권 집착에 대한 혐오에서도 남녀 구분이 있을 리 없다.

젊은 남녀가 공유하는 것 가운데 환경 문제와 더불어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있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은 문 대통령을 좋아하지 않지만 ‘개고기 식용 금지’ 발언만큼은 나도 두 손 들고 환영한다. 다른 동물들은 다 식용으로 쓰면서 개만 제외할 수 없다는 반론이 있지만 개는 어느 동물보다 사람과 유대감이 강하다. 그렇게 사람을 따르는 동물을 먹는다는 건 참 못할 짓이다. 동물에 대한 태도는 그 사람이 어떤 인간인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는 게 내 판단이다.

얼마 전 어떤 고약한 의원이 ‘gsgg’라는 글을 퍼뜨린 적이 있는데 나쁜 사람을 gsgg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강아지가 주인에게 보이는 사랑과 충성심을 어떤 인간이 따라갈 수 있을까. 그 맑은 눈을 보고 있으면 혼탁해진 내 눈이 부끄러워진다. 대장동 의혹을 적당히 넘기려는 검찰, 경찰과 정치권을 마지막으로 gsgg로 부르고 이제 그 용어는 쓰지 말도록 하자. 국회의사당 앞의 서강대교를 ‘견자교(犬子橋)’라고 부른다는데 그런 말도 이제 쓰지 말자.

평생 책에 묻혀 살면서 동물에는 관심이 없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길고양이가 눈에 들어왔다. 너무나 고달파 보이는 그 모습이 가슴 아파 그 후 길냥이 보살피는 일을 거들면서 따뜻한 사람들을 만났다. 힘들게 살다 보니 각박해진 노인보다는 젊은이들이 많다. 그들은 일과 후 늦은 시간에 길냥이 밥을 챙겨주고 빠듯한 수입에 병원비도 부담한다. 잠시 봉사활동을 했던 유기견 쉼터에서도 청년들을 만날 수 있었다. 물론 제주도까지 가서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젊은 인간말종도 있고, 주인이 없는 점을 악용해 길 아이들을 함부로 다루고, 과실치사 책임을 회피하는 젊은 수의사도 있다고 한다.

앞으로 국가 재정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생각에서도 세대 간, 남녀 간 차이가 없을 수 없다. 지금이야 양측 모두 퍼주기 공약을 남발하지만 내년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다음 정권은 반드시 국가재정을 건전하게 만들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우선적으로 다룰지를 놓고 다시금 세대 간, 젠더 간 갈등이 드러날 것이다. 젊은 엄마들은 아마 아동복지에 우선순위를 둘 것이고 미혼 남성에게는 다른 이슈가 그보다 더 긴급할 수 있다.

어떤 사회건 갈등 없는 사회는 없다. 갈등을 순조롭게 푸는 것이 정치적 리더십이다. 정부 정책이 국가재정에 부담을 덜 주면서 갈등도 최소화하려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사안마다 각자의 선호도가 다를 터인데 개개인의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미래를 위한 합의를 도출해내는 게 바로 지도자의 역할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은 국민들 편 가르기에만 열중해 왔고 이재명 후보도 다를 바 없어 보이며, 윤석열 후보 측은 국민통합은커녕 자기들끼리 싸우고 있다.

국민들이라도 나보다 어려운 이웃에게 조금이라도 힘을 보탠다는 마음으로 나눔을 펼친다면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이 조금 완화되지 않을까. 적은 수입에도 길냥이들을 보살피는 사람들이 있는데 기부와 담쌓고 사는 부자들이 너무 많다. 요즘 반려동물에 수십만, 수백만원짜리 물품을 사주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 돈이면 유기동물 쉼터 아이들이 지금보다 나은 사료와 한 번도 맛보지 못한 간식을 먹어 볼 수 있다. 우리 모두 나눔을 실천하는 따뜻한 겨울을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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