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이코노미] 숫자가 정밀·객관적이라는 건 착각 잘못된 해석은 잘못된 의사결정 부를 수도

입력 2021-12-06 10:00   수정 2021-12-10 13:50


숫자는 정밀하고, 객관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불확실함이 가득한 세상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숫자에 끌리는 이유다. 과거 숫자를 사용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허락된 영역은 아니었다. 대량의 데이터 수집과 저장은 노동집약적이고, 분석 과정은 어렵고 돈이 많이 드는 작업인 탓이었다. 하지만 전산화된 데이터베이스와 연산 도구가 대중에게 보급되면서 데이터 세상은 더 민주적으로 변했다.
숫자 중심 의사결정
1970년대 퍼스널컴퓨터의 발명이 그 시작이었다. 이전 세대에 선택된 소수만이 누렸던 것을 많은 수의 기업인, 투자자, 기자들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데이터 접속만이 아니라 데이터 분석에 필요한 도구도 대중화시켰다. 기계의 힘이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면서 의사결정에 숫자를 이용하려는 추세는 뚜렷하게 증가되었다. 기업들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어떤 제품을 생산하고, 얼마의 가격을 책정해 누구에게 판매해야 하는지 결정한다. 이뿐만 아니라 전혀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도 숫자가 의사결정에 활용된다. 야구가 대표적이다. 마이클 루이스는 그의 책 《머니볼》에서 프로야구팀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빌리 빈 단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야구는 미국에서 역사가 오래된 스포츠로, 선수들에 대한 통계 수치가 해마다 산더미처럼 쌓인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오랜 기간 야구에서 의사결정 중심에는 데이터가 아니라 유망주 스카우트와 경기 중 감독의 대응능력, 그리고 선수들의 타격이나 투구 방법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빌리 빈은 숫자의 힘을 이용해 야구 개혁을 일으켰다. 그는 경기에서 나온 무수한 통계 자료를 활용해 어떤 선수를 기용하고, 어떤 식으로 경기를 운영할지를 결정했다. 그는 빈약한 예산을 가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세계 수준의 팀을 만드는 데 성공하면서 스타가 되었고, 다른 구단들도 하나씩 그를 따라하기 시작했다.
숫자의 위험
하지만 숫자의 강점은 자신들의 주장을 막무가내로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악용하면 순식간에 약점으로 변할 수 있다. 정밀성에 대한 착각이 그 요인 중 하나다. 정밀성과 정확성은 다른 개념이지만, 숫자 앞에서 두 요인은 정확하게 구분하지 못한다. 모형의 정밀함이란 결과 값들이 서로 가까이 붙어 있는 정도를 의미하며, 정확성은 결과와 실제 현상을 비교하여 측정한 것을 의미한다. 정밀한 모형이지만 부정확할 수 있고, 반대로 정확한 모형이지만 정밀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숫자는 정밀하게 보이도록 꾸밀 수 있다. 이러한 시도는 많은 미래 예측 분야에서 종종 이뤄진다. 통계학에서는 추정할 때 ‘표준오차’를 통해 추정의 잠재적 오차를 강조하지만, 비즈니스와 투자 세계에서는 이를 종종 무시하고 추정치를 마치 사실인 양 다루기도 한다.

또한 숫자는 데이터 수집과 분석 과정에서 다양한 편향이 개입될 틈이 무궁무진하게 존재한다. 노련한 기술자는 다양한 편향을 수를 활용해 그 어느 수단보다 감쪽같이 숨길 수 있다. 하지만 숫자는 객관적이고, 어떠한 의도도 숨기지 않는다고 착각한다. 매년 정치가나 산업계 대표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뒷받침할 목적으로 다양한 숫자를 제시한다. 세율이 대표적이다. 산업계는 자신들이 돋보일 수 있는 높은 세율 숫자를 제시하는 반면 소비자단체는 가장 적은 세율 척도를 사용해 기업들이 정당한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양측 모두 숫자를 사용해 진실이 자신들의 편이며, 자신들의 주장은 어떠한 편견에 치우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해석의 중요성
층층이 쌓여 있는 숫자 뒤에는 많은 편향과 비정밀이 숨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러한 인식의 부재는 현실에서 숫자에 대한 정교한 측정 도구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마치 무언가를 통제하고 있다는 착각으로 이어진다. 체온을 잴 수 있다고 해서 치료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 중심의 경영이 이뤄지면서 ‘측정하지 못하는 것은 관리할 수도 없다’는 격언은 오늘날 ‘측정하고 있다면 이미 그것을 관리하고 있다’는 착각을 낳고 있다. 통제에 대한 착각에 빠지면 숫자가 상식을 몰아낼 수 있다. 숫자는 언제나 상식과 결합해 해석해야 한다. 그래야 숫자가 주는 객관성과 정밀함의 이미지에 속지 않고,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 숫자를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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