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이 어려운 걸 '한경필'이 해냈다

입력 2021-12-07 13:25   수정 2021-12-07 13:26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은 크리스티안 루트비히 공작에게 헌정한 여섯 개의 협주곡 모음집이다. 공작의 영지였던 브란덴부르크에서 곡의 이름을 따 왔다. 당시 협주곡의 대명사로 통했던 비발디의 영향을 받은 이탈리안 스타일의 형식과 영감, 프랑스의 춤곡에서 기인한 스타일 등을 참조했다. 그러나 완전히 바흐만의 독창성이 짙었다. 가히 바로크 협주곡의 최정점에 있는 불멸의 명곡이다. 깊은 예술성을 표현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기술적으로도 지난하여 쉽사리 연주하지 못해 왔다.

이번 한경닷컴이 주최한 가을행복음악회에서 한경필하모닉이 이 대곡에 도전한다는 소식을 듣고서 성공 가능성을 반신반의했다. 과연 작품이 요구하는 수준 높은 오케스트라 연주자와 협연자로 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한경 필하모닉의 정예 단원과 국내 무대에서 최선이라 할 협연자를 망라한 정성 가득한 라인업을 보고 이날의 연주가 무척 기대되었다. 연주회장도 IBK챔버홀. 눈부신 음향으로 명성이 자자한 실내악단 연주의 최적인 장소였다.

포문을 연 제1번 협주곡은 출발의 신선함이 있었지만, 오케스트라의 앙상블과 협연자와 호흡이 아쉬웠던 대목이 간혹 노출되었다. 좀 더 노련한 리드가 필요했다. 오보에를 연주한 세 주자의 분전과 백수련의 단아하고 정갈한 바이올린 연주가 바흐의 품격을 높여 주었다.

바흐 음악의 내면에 자리한 깊은 음악성의 정수라 할 제6번 작품은 솔리스트 간의 내밀한 대화가 인상적이었다. 이처럼 깊은 울림을 주었던 작은 음성은 현장에서 오랜만에 대했다. 어쩌면 이날의 연주회 가운데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비올라의 홍진선과 비올라 다 감바를 연주한 강효정, 강지연이 특별했다. 독특한 편성뿐 아니라 과연 연주가 가능할지 뚜껑을 열기 전에 항상 가슴이 두근거리는 작품, 제2번 협주곡이다. 보이저호에 실려 외계인에게 지구를 소개하는 ‘골든 레코드’의 첫 트랙을 장식하기도 했다. 이 연주회를 위해 특별히 초빙한 트럼페터 배재혁을 필두로 권민석의 리코더와 이윤정의 오보에가 눈부신 연주를 해 주었다. 특히 첫 악장의 난조를 딛고서 마지막의 분투를 보여준 배재혁이 갈채를 끌어냈다. 라인홀트 프리드리히가 아니고서야 이 정도면 정말 최상의 연주였다.

아름다운 제5번 협주곡을 가장 아름답게 빛낸 안영지의 플루트 연주 역시 이날의 히로인 급이었다. 제3번 협주곡에서는 한경 필하모닉 현악 섹션의 치밀한 합주력과 풍부한 음악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 4번 협주곡에서는 악장 정진희의 현란한 바이올린이 활약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사실 여섯 곡의 협주곡을 내리 연주하면서 한경 필하모닉을 대표하는 바이올린 주자들이 번갈아 솔리스트로 변모하는 장면이 흥미로웠다. 청중 입장에선 연주자마다 개성 넘치는 독주를 감상하며 마치 콩쿨의 심사위원이 된 것 같은 흥분도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으나, 연주에 임한 독주자 입장에선 무언의 경쟁에 놓인 다소 곤혹스러운 장면이었으리라. 독주자간 기량의 차이가 엿보여 아슬아슬한 장면도 있었다. 고단하고 긴 여정을 마친 이날의 동반자들에게 앙코르로 선택한 ‘아리오조’는 최상의 선곡이었다. 안중연의 달콤하면서 포근한 오보에는 동료와 관객에게 진정한 위안과 평화를 안겨주었다.

솔리스트와 합주그룹이 대비되는 합주 협주곡이라기에는 작품마다 다양한 악기 편성이 시도되었다. 제6번에는 주선율을 담당하던 바이올린이 완전히 배제되기도 하고 제2번은 트럼펫, 리코더, 오보에, 바이올린이 솔로 악기로 등장하는 등 혁신적인 시도로 가득한 작품이다. 이렇듯 작품마다 흔치 않은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깊은 바흐 음악의 정수를 한경 필하모닉이 도전적으로 연주했다는 점이 칭찬 받을 만 하다. 이들의 2021년의 여정을 살펴보면 시도하는 작품이나 연주자의 구성면에서 참신한 기획이 눈에 띈다. 이들의 부단한 노력이 국내 오케스트라 혁신의 기폭제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김준형 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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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 전문지 「객석」, 「피아노 음악」, 「스트라드」, 「스트링 앤 보우」와 여러 오디오 전문지, 일간 신문 등의 매체에 음반, 영상물, 연주회에 대한 리뷰와 비평을 써왔다. 예술의전당 월간지 「예술의전당과 함께 Beautiful Life!」에 SAC’s Choice를 3년간 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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