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빈 "'너닮사', 고현정 선배와 퀴어물 의심하셨나요?" [인터뷰+]

입력 2021-12-08 11:09   수정 2021-12-08 11:10


2021년은 신현빈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신현빈은 2010년 영화 '방가?방가!'에서 베트남 과부 역을 맡으며 단숨에 눈도장을 찍었고, 이듬해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탄탄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력으로 업계에선 입소문이 났지만, 신현빈이라는 이름 석 자를 대중적으로 알린 건 지난해 방영된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장겨울 역을 맡으면서부터였다. 올해엔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부터 지난 2일 종영한 JTBC '너를 닮은 사람'까지 연이어 출연하며 쉼 없는 활약을 이어갔다. 여기에 내년 방영을 앞둔 '부산행', '지옥' 연상호 감독이 극본을 맡은 티빙 오리지널 '괴이', 송중기, 이성민과 함께한 JTBC 새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도 주연 활약을 예고했다.

쉴 틈 없는 일정 속에서도 신현빈은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잡고 작품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뽐냈다. '너를 닮은 사람'에서도 청춘의 풋풋한 매력을 뽐내다 집착과 복수의 화신이 된 구해원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고현정과 함께 극을 이끌었다.

'너를 닮은 사람'에서 신현빈이 연기한 구해원은 가난했지만 불행하지 않고, 어디서나 당당하고 밝으며 따뜻한 심성을 가진 인물이었다. 하지만 사랑했던 남자 서우재(김영재)와 마음을 줬던 언니 정희주(고현정)에게 동시에 버림받은 후 인생이 뒤틀려 버렸다는 설정의 캐릭터였다.

배우가 되기 전 예술 인재들만 모인다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미술이론을 전공했던 신현빈은 "(미술은) 저에겐 좌절된 꿈이었고, 익숙하지만 애틋한 감정이 있었다"면서 "이번 작품을 찍으면서 화방에도 가고, 붓도 들면서 옛날 생각이 났다. 강제로 추억여행을 떠나 재밌었다"고 말했다.

또 극 중에선 '애증'의 관계였던 고현정, 김재영에 대해 "촬영장은 정말 밝고, 재밌었다"며 "쉽지 않은 작품이었는데 다들 편하게 대해주셨고, 촬영 시작 전 준비 기간에 여유가 있어서 종종 만나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게 좋은 영향을 준 거 같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그렇지만 순조로운 촬영은 아니었다. 방영 시기엔 차이가 있었지만 '슬기로운 의사생활2'와 '너를 닮은 사람'은 동시기에 촬영했다. 신현빈은 "안 힘들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라고 말하면서 환한 미소를 보였다. 이어 "두 작품을 동시에 한다는 게 쉬운 선택은 아니었지만 하게 됐고, 어느 쪽에도 피해를 드리면 안되니 더 고민하고 노력했다"면서 장겨울과 구해원을 오가며 치열했던 시간을 떠올렸다.

"이쪽에서는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했고('너를 닮은 사람'), 다른 쪽에서는 모두의 사랑을 받았어요('슬기로운 의사생활2'). 그래도 '너닮사' 촬영장은 발랄했어요. 그런게 힘이 많이 됐어요. 고현정 선배, (김)재영이와 모두 장난도 많이 치고, 농담도 많이 했죠. 캐릭터가 완전히 달라 몰입에도 어려움이 없었어요. 저도 모르게 캐릭터와 목소리, 대사 톤이 섞여 나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장겨울과 구해원은) 일상적인 말투부터 완전히 달라서 어떻게 보면 다행이다 싶었죠."

마음을 주고, 친언니와 같이 따랐던 정희주와 결혼을 약속했다가 갑자기 사라진 서우재의 관계를 알게 된 구해원은 정희주에게 복수하고, 서우재에게 집착하며 광기를 보여줬다. 신현빈은 "누구 하나 편들어주기 어렵지만, 그래서 이 작품이 더 재밌고 매력있었던 거 같다"고 '너를 닮은 사람'에 대한 해석을 전했다.

구해원의 복수에 대해서도 "그가 갖고 있던 영상, 사진만으로도 쉽고 빠르게 정희주를 망칠 수 있었고, 의혹을 제기하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망가뜨리는 건 쉬운데, 굳이 그의 곁을 맴돌며 과거의 일을 상기시키려 한 건 결국 사과를 원한 게 아니었겠냐"고 설명했다. 이어 "친구가 실제로 이런 일을 겪고 괴로워한다면 '나쁜 사람들'이라고 위로하겠지만, 제 일이라면 어떻게 행동했을지 저 역시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극중 구해원이 정희주에게 갖는 복잡미묘한 감정을 드러내는 아이콘으로 등장한 게 초록색 코트였다. 신현빈은 "작품 속 또 다른 주인공이었다"고 코트를 소개하면서 "희주가 선물했고, 아울렛 세일 상품이지만 해원 입장에선 과분한 선물로 느낄 만큼 좋은 코트여야 했는데, 제가 모델이던 브랜드에서 세 벌을 제작을 해주셔서 각 시기에 맞춰 갈아 입었다"고 소개했다.

"제가 가장 많이 입었던 건 오래되고 낡은 질감을 살리기 위해 보풀도 있고, 단추도 떨어져 나갈 거 같았어요. 드라마가 방영된 후 훨씬 예쁘고, 깔끔한 느낌이 들도록 브랜드에서 제작해 판매를 시작했는데 다행히 '완판'이 됐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정말 다행이었죠."

여자 주인공 2명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너를 닮은 사람'이 처음 공개되기 전까지 "고현정과 신현빈의 퀴어물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신현빈은 "저도 그런 얘길 들었다"면서 "애정의 감정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닐 거라고 본다. 남자친구와는 헤어질 수 있지만, 여자친구랑은 '얘랑 안 볼 수도 있지' 이런 생각으로 만나지 않으니까. 더 좋고 끈끈한 감정도 있었다"고 말했다.

어떤 질문에도 솔직하게 답하고, 여유있는 미소를 잃지 않았던 신현빈이었다. 올해로 데뷔 11년, 그 시간 동안 차근차근 자신을 잃지 않고 기반을 닦아온 신현빈은 가장 바쁜 30대 여배우로 등극했다.

"새 작품에 들어가는 주기가 짧아지고, 감사하게도 저에게 들어오는 대본이 늘어났어요. 건강을 많이 챙기게 됐고, 주변 사람들과 만나면 서로 영양제를 추천해주기도 하죠. 하지만 제 스스로 변한 건 없어요. 데뷔 후 가장 바쁜 2021년을 보냈는데, 그 와중에도 친구들도 만나고 소소한 시간들을 보냈어요. 이 일을 하는 친구들, 하지 않은 친구들 모두 만나면서 에너지를 받고, 저를 잃지 않으려 살아가고 있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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