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문제가 안 풀리는 이유 [스타트업 스케일업 스토리]

입력 2021-12-08 09:51   수정 2021-12-13 10:18

[한경잡앤조이=정성현 라이너 COS] 스타트업 사람들은 문제를 푼다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나는 회사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 가치를 만들며, 스타트업 팀원들은 회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각각의 문제를 껴안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COS(Chief of Staff)로서 라이너에서 풀고 있는 문제는 "라이너가 성장함에 따라 생길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며, 라이너 팀 전체가 하나의 팀으로 더 잘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그동안 라이너에서 이 문제를 풀며 느낀 몇 가지 배움을 공유하고자 한다.



일하는 방식도 제품이다
첫 번째 배움은 스타트업이 일하는 방식도 제품 개발과 같이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하는 방식의 고객은 함께하는 동료들이다. 제품이 고객을 만족시켜야 하듯, 일하는 방식은 팀원들이 함께 성과를 낼 수 있는 방식이어야 한다. 회사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모인 조직이며, 좋은 문화는 좋은 성과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의 일하는 방식은 팀이 처한 환경과 풀어야 하는 문제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달라져야 한다. 팀으로 함께 일하는 더 나은 방식을 고민하며, 개개인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스스로 창조하고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

COS는 넓은 시선으로 조직을 관찰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못 보는 문제점 및 현상을 상대적으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때 조심해야 할 함정이 하나 있다. 솔루션 아이디어 및 구조를 제안할 수는 있지만 직접 문제를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문제임을 확인하고 해결하는 것은 실무자의 몫이다. 레버리지를 극대화해 문제를 해결하는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고 제안하는 것이 고객이 COS에게 기대하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라이너에서 일하면서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팀이 동시에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사용자 경험에 일관성이 떨어지거나 충돌하는 문제가 일어났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매주 사용자 경험 변화 내역을 공유하는 회의를 구조화해 제안했고, 팀원들의 공감을 얻어 처음에는 직접 진행자로 회의를 주관했다. 하지만 몇 차례 회의를 진행하자 제품에 대한 의사 결정권이 없고, 회의 주제인 사용자 경험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은 내가 회의를 주최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고 느꼈다. 이런 내 생각을 동료들에게 솔직히 전달했고, 지금은 이 두 가지를 만족하는 동료의 주관 아래 진행되고 있다.

이 경험을 통해, 일하는 방식에서도 제품을 만드는 것과 같이 관찰 또는 팀원들의 목소리를 통해 고객의 진짜 문제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가치를 전달해야 한다는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

좋은 의사 결정은 올바른 결정을 하고, 결정한 대로 하는 것이다
두 번째 배움은 의사 결정에는 모두의 합의보다 올바른 결정과 결정된 대로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유는 모두의 합의를 끌어내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며, 합의를 통한 결과가 반드시 우월하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가 하고 있는 스타트업의 게임은 속도가 중요하며, 총알 한발 한발이 소중하다. 이와 같은 이유로 모두가 만족스러운 결정보다는 팀에 올바른 결정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얼마 전 읽은 책에서 49/51 법칙이라는 개념을 보았다. 두 가지 선택지의 기대 값이 49대 51로 비슷하다고 판단된다면 긴 고민 없이 51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는 비즈니스 의사 결정 시 상당히 효율적인 방법이다. 의사 결정 공백으로 인한 비용을 최소화하고 빠른 결정으로 절약한 시간에 다른 가치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역시 신속한 결정으로 유명하다. 그는 결정을 내릴 때 체스에서 5초를 고민하든 30분을 고민하든 86%의 수가 같다는 '패스트 체스 이론'을 생각한다고 한다. 일단 빠르게 결정한 후, 그 결정을 올바른 결정으로 만드는 근거를 쌓는 것이 좋다고도 말한다. 나 역시 지나친 고민은 속도를 늦출 뿐이고, 경험하지 않으면 가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라이너에서는 새로운 구조나 제도를 시행할 때 우리의 문화를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면 일단 빠르게 적용해왔다. 지난 분기, 사내 프로젝트 관리 시스템을 지라(JIRA : 아틀라시안의 프로젝트 관리 도구)에서 노션으로 이동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프로젝트 카드 및 업무 티켓을 지라에서 관리하고 문서 및 체크리스트는 노션을 이용해 기록하다 보니 일을 위한 일이 늘어났던 문제가 발생했다. 원활한 협업을 위한 업무 가시성 확보와 일을 위한 일을 줄이기 위해서는 팀에서 문서 도구로 사용하던 노션이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노션 사용에 상대적으로 익숙했던 내가 지라에서 이루어지던 모든 일을 노션에 구현한 후 팀에 제안했다. 제안이 받아들여져 팀 프로젝트 관리를 위 시스템으로 하게 됐고, 상세한 사용 안내 및 직군별로 안내하는 세션을 가져 결정이 올바르게 실행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현재는 노션을 이용해 업무 가시성을 확보하면서 원활하게 협업하고 있을 뿐 아니라 프로젝트 관련 정보도 모두 한곳에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있다. 또한, 더 이상 지라를 사용하지 않게 됨에 따라 월평균 200달러 이상의 고정비를 절감할 수 있었다.

이 경험들로 지금은 스타트업에서는 빠른 속도의 의사 결정과 팀이 결정된 대로 이행하며 함께 옳은 의사 결정의 근거를 만들어가는 방식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은빛 총알은 없다
마지막으로 얻은 배움은 조직 문화에 있어서는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솔루션은 없다는 것이다. 책이나 매체에서 소개하는 실리콘밸리의 모범 사례는 그 회사의 문화다. 우리가 보통 영감을 받아 조직에 적용하려는 것은 조직 문화의 가장 표층에 있는 인공물로 가치관 및 기본 가정이 다른 우리 조직에서는 의도대로 동작하지 않는다.

지난해 책 '규칙 없음'으로 붐이 생긴 넷플릭스의 조직 문화는 ‘Netflix Way’다. 인재 밀도를 높여 규칙을 없애는 것은 수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발견한 넷플릭스의 조직 문제를 해결했던 방법이다. 많은 한국 기업에서 넷플릭스식 문화를 적용하는 것이 생각보다 잘 안되는 이유는 문화의 고용 유연성 차이, 브랜드 파워 및 자금력도 있겠으나 본질적인 원인은 맥락이 생략된 채 솔루션만을 대입하고자 하니 기대한 대로 안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처음 COS로 일을 시작했을 때 비슷한 실패 경험이 있다. 당시 지금 우리 조직의 문제는 뭘까 생각해봤을 때, 프로젝트 일정이 반복적으로 미뤄지던 점을 문제로 생각했다. 문제의 원인을 시간에 대한 느슨한 인식 때문일 것으로 생각했고, CEO에게 추천 받은 책의 구절을 바탕으로 ‘Impeccable Agreement’라는 개념을 우리 상황에 맞게 해석해 팀에 적용하고자 한 적이 있다.
*Impeccable Agreement = 하기로 한 것은 다 하되, 못하게 될 상황에는 다시 합의한다는 개념.

책으로 읽었을 땐 이 내용만 잘 지켜진다면 결과가 아름다울 것으로 생각했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기한이 늦춰진 이유는 느슨한 인식보다는 기획이 중간에 변경되거나 리소스 관리가 원활히 되지 않는 등 다른 요소들 때문이었다. 당시에는 몰랐으나 지금 돌이켜보면 진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채 좋아 보이는 솔루션을 급하게 도입하려 한 것이 실패한 원인 중 하나라 생각한다. 지금이라면 관찰과 팀원들의 목소리를 통해 조직의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올바르게 정의하고 우리 조직에 맞는 방식의 해결책을 제안하는 접근 방식을 취할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외부 사례를 학습하며 영감을 받되, 조직의 진짜 문제를 올바르게 파악해 해결하는 ‘LINER Way’를 팀원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개인과 팀의 공동 성장을 위한 앞으로의 문제
지금까지는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얻은 배움을 공유했다. 마지막에는 지금 풀고자 하는 문제 중 한 부분을 공유하며 글을 마치려 한다. 보통 팀의 성장은 기하급수적이나, 구성원의 성장은 그렇지 않다. 성장 속도가 빠른 스타트업에서는 더욱 그렇다. 여기에는 개인의 노력과 그로스 마인드셋도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이를 지원하는 조직 차원의 구조 역시 중요하다.

라이너는 지난 1년 간 활성 사용자 15배 이상의 상승을 기록하며 빠르게 성장해왔다. 그 과정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한 동료도 있고, 추구하는 가치가 달라 다른 길을 찾아 떠난 동료도 있다. 라이너의 지향점은 소수의 개별 기여자들이 최대 수준으로 팀에 기여하며 회사와 팀이 함께 성장하는 것으로 이는 조직 운영 차원에서는 도전이다. 과거 구글이 매니저를 없애는 실험을 진행했다가 조직의 성장에 따라 매니저의 역할이 중요함을 깨닫고 다시 매니저 체제로 돌아간 사례가 있기도 하다.

이 문제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적합한 사람을 팀에 태우는 것이고, 둘째는 합류 이후에도 팀원들이 회사 생활에 최대로 몰입해 잠재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회사의 구조와 문화를 가꾸는 것이다. 이를 위한 노력으로 올 4분기 우리는 라이너가 추구하는 가치와 방식을 언어로 담은 문서인 컬쳐덱을 제작했다. 컬처덱은 얼핏 추상적일 수 있는 주제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는 출발점이 되어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라이너 문화는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며 우리만의 방식이 정답이라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라이너가 추구하는 방식에 공감하거나 함께 발전시키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우리는 기꺼이 그분들과 함께 회사가 일을 해내는 새로운 방식인 ‘LINER Way’를 써나갈 것이다.

정성현 씨는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후 라이너에서 커리어를 시작, 지금은 COS로서 라이너 팀원들과 '라이너 팀'이라는 제품을 함께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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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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