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빅딜 '무산 위기'…증권가는 오히려 "투자 확대할 때"

입력 2021-12-14 08:44   수정 2021-12-14 08:46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까지 나선 조선업 빅딜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지만, 증권가에서는 조선기업 주식 투자를 확대할 때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업계 재편과 별개로 수주 실적이 더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0일 종가 대비 2.82% 떨어진 2만4150원, 현대중공업은 1.40% 내린 10만6000원, 한국조선해양은 0.61% 하락한 9만8300원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불허할 수 있다는 외신 보도가 지난 주말 전해진 영향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EU는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방침으로 정했다. EU의 심사 기한은 다음달 20일이다. 선박을 발주하는 선사들 중 상당수가 유럽 지역에 몰려 있어 EU가 기업결합을 승인하지 않으면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LNG운반선 분야의 독점 가능성이 문제였다.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이 합병하면 글로벌 LNG운반선 발주 시장의 약 60%를 차지하게 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소를 일부 매각하겠다는 독점 완화 방안을 EU 측에 제시했지만, EU가 만족하지 못한 것으로 외신들은 보고 있다.

두 기업이 결합하면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에 약 2조5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대우조선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기자재 사업과 대우조선해양 사이에 시너지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돼왔다.

하지만 증권가는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무산 리스크를 비교적 대수롭지 않게 전망했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합병이 무산되면 대우조선해양의 재무구조 불확실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지만, 현대중공업그룹이 받는 영향은 크지 않거나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조선해양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했을 때 증자 지원을 위한 자금 1조2500억원을 보유하고 있는데, (기업결합이) 불허됐을 때 이 자금을 활용할 수 있어 주가에는 긍정적"이라며 "현대중공업은 그룹사 엔진 판매량 증가를 기대할 수 있지만, 친환경 시장이 확대돼 허가되지 않아도 영향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오히려 증권가는 올해 글로벌 선박 발주량이 크게 늘어나고 한국 조선업계 점유율이 확대된 데 더 주목했다. 조선·해운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11월 글로벌 누적 선박 발주량은 4507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선박의 건조 난이도를 고려한 무게 단위)로, 전년 동기 대비 138% 증가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한국 조선사들의 시장 점유율은 작년 1~11월 30.4%에서 올해 같은 기간 37.6%로 상승했다"며 "올해 신조선 발주가 한국 조선사들에게 유리한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LNG운반선에 집중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선박 발주 시장은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해상 운임 강세로 해운사들의 지갑이 두둑해졌기 때문이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감염병 대유행으로 갑자기 선박이 귀해지면서 선주들은 초대박 자산가가 됐다"며 "친환경 선박에 대한 투자를 엄두도 내지 못했던 입장이 하루 아침에 바뀌어 이전보다 40~50% 비싼 선박을 10~20척씩 발주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을 만큼 해상운임 시장의 움직임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본격적인 (환경) 규제 강화 시기인 2023년은 폭발적 교체수요가 살아나는 시기가 될 것”이라며 "(한국 조선업계의) 전체 선박 건조 점유율은 35% 수준이지만, 친환경 선박 수주 점유율은 과반을 훌쩍 넘어선다"면서 "이제는 조선업 투자를 확대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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