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영의 마케팅 이야기] 'K7→K8' 판 뒤집은 브랜드 이름 변경

입력 2021-12-20 17:37   수정 2021-12-21 00:22


1 대 1 경쟁은 부담스럽다. 특히 한쪽이 유리한 위치에 있다면 상대편으로선 부담 이상이다. 국산 준대형 세단이 이런 상황이다. 기아 K7과 현대자동차 그랜저가 1 대 1 진검승부를 벌여왔다. 하지만 ‘준대형=그랜저’라는 시장 이미지가 확고해 K7은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한경 CMO 인사이트의 마케팅 케이스 스터디(사례 분석)는 판을 뒤집은 기아의 브랜드명 변경 사례를 소개했다.

기아는 고착화된 경쟁 구도를 뒤집기 위해 K7을 단종시키고 지난 4월 숫자를 하나 올린 K8을 내놨다. 기아가 ‘토털 트랜스포메이션(완전한 변화)’을 선언하면서 대대적으로 브랜드 변신을 추진한 것이 이런 결단에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 K8은 기아가 브랜드를 바꾼 뒤 처음 출시하는 모델이었다. 이를 원동력 삼아 K8의 새로운 이미지를 각인시키고자 했다.

준대형 세단의 주 구매층은 40~50대다. 이들은 과거 ‘아버지 세대’와 다른 인생의 가치를 추구한다. 보다 젊은 사고방식과 라이프 스타일을 지녔고, 소비를 통해 이를 드러내고자 한다.
기아, K 시리즈 홀수 규칙 깨뜨려
K8은 ‘성공’을 인생의 가치로 삼은 옛날 사고에서 벗어났다. 끊임없이 혁신하고 성장하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했다. K8의 이미지는 기존 준대형 세단이 주는 안온함을 ‘지루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K7보다 한 단계 높은 클래스임을 보여주며 미래지향적 분위기를 냈다.

K8은 프리미엄 디자인과 혁신적인 분위기를 갖춰 새로운 차를 찾는 소비층, 중후한 느낌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모두 적합했다. 다만 소비자에게 이를 알리는 게 과제였다. 기아의 K 시리즈는 K3, K5, K7, K9 등 홀수로 이뤄졌다. 이 규칙을 거스른 새로운 차명을 자연스럽게 여기도록 만들어야 했다. 이뿐만 아니라 브랜드를 바꾼 기아의 정체성도 새로 보여줘야 했다.

자동차는 고관여 내구재다. 다른 제품보다 개인의 흥미와 관심도 등 ‘관여도’가 높다. 이런 상품군에서 높은 관심은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새로운 차가 나왔을 때 곧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차량에 대한 정보가 공개됐을 때 순식간에 여론이 형성된다. 이 과정에서 때로는 예상치 않았던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정보를 지닌 마케터가 여론을 이끌기 위해 순차적으로 차량 정보를 공개하는 이유다. 상품을 출시하기 전에 소위 ‘브랜드의 시간’을 활용해 대중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세단 중 첫날 최대 계약 기록
K8은 출시 전후의 마케팅 방법을 명확히 나눴다. 먼저 출시 두 달 전부터 단계적으로 차량 정보를 알렸다.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차명을 알렸다. 제일 먼저 공개한 것은 차 이름이다. K8이라는 낯선 이름, 상품에 대한 기대를 보여주는 티저 광고로 강렬한 변화를 예고했다. 출시 후엔 K8의 잠재 구매층에 초점을 맞춰 브랜드 이미지를 알리는 대규모 광고 캠페인을 펼쳤다.

이후엔 K8에 걸맞은 디자인 철학, 새로운 상품성 등 정보를 순서대로 공개했다. 이렇게 대중의 관심을 모은 결과, 사전계약 첫날 1만8000여 대가 계약되는 기록을 세웠다. 국내 세단 중에서 첫날 최대 계약 대수다.

천성용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아가 새로운 브랜드인 K8의 정체성을 전달하기 위해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강조한 점이 K8의 초기 성공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최현자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아의 마케터들이 순차적 정보 공개 전략을 활용해 새로운 브랜드에 반신반의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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