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목 망칠라…美유통사 '그린치봇과의 전쟁'

입력 2021-12-22 17:56   수정 2021-12-30 15:46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소매업체와 리셀러(재판매상)가 고양이와 쥐 게임을 벌이고 있다.”

연말 쇼핑 시즌을 맞아 급증한 ‘그린치봇’을 잡기 위해 애쓰는 미국 소매점들의 모습을 빗댄 표현이다. 그린치봇은 자동 구매 가능한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인기 제품을 사재기하는 것을 말한다. 상품을 품절시킨 뒤 고가에 되파는 게 이들의 목적이다. 공급난 때문에 재고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은 이들이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해 품절 대란을 부추긴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활동을 막는 법안 도입까지 촉구하고 나섰다.
그린치봇 잡기 나선 소매점들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월마트는 최근 웹사이트에 상품을 살 때 예상 대기시간을 안내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트래픽 공격에 막혀 구입을 포기하고 떠나는 소비자를 붙잡기 위해서다. 월마트는 매크로 계정으로 상품을 산 흔적이 발견되면 주문을 취소하는 시스템도 만들었다. 지난해 플레이스테이션5 출시 후 그린치봇 공격을 겪은 뒤 마련한 조치다. 당시 월마트 사이트엔 30분 만에 2000만 건이 넘는 자동 주문이 몰렸다. 엑스박스 시리즈X 예약 판매까지 함께 진행한 지난해 10월 미국 소매점들의 그린치봇 트래픽은 전달보다 788% 급증했다.

소매업체 타깃도 그린치봇을 추적해 차단하는 기술 개발에 나섰다. 팜 머피 임퍼바연구소 최고경영자(CEO)는 “소매 사이트에 기생하는 그린치봇 탓에 업체들이 수용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트래픽 공격을 받고 있다”고 했다.
공급난에 그린치봇까지 이중고
올해 소매업체들은 무너진 공급망 때문에 재고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린치봇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온라인 유통망마저 불안정해졌다. 그린치봇을 이용한 리셀러들이 품절 상품에 웃돈을 얹어 재판매하면서 시장 질서를 흐리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지난달 미국 소매점 사이트의 그린치봇 트래픽은 전달보다 73% 증가했다. 어도비에 따르면 당시 온라인에서 ‘품절’ 상품을 마주한 소비자는 2년 전인 2019년 11월보다 258% 늘었다. 업계에선 올겨울 품절 대란의 이유 중 하나로 그린치봇을 꼽았다.

그린치봇이 조직화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2000년대 중반 매크로는 인기 콘서트 티켓 등을 구매하는 데 제한적으로 활용됐다. 비디오게임 CD 등을 입도선매해 웃돈을 받고 판매하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2~3달러 웃돈을 받는 소액 거래였기 때문에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이후 이베이 아마존 트위터 등에서 중고거래가 늘며 그린치봇의 수입원은 다양해졌다. 매크로 대행업체에 20~50달러를 내고 명품백 등 인기 상품 구매를 맡기는 소비자도 늘었다. 마니아층이 탄탄한 게임기와 한정판 운동화 등은 그린치봇의 공격 목표가 됐다. 아이폰과 삼성의 신형 스마트폰도 종종 리셀러들의 표적이 된다. 팬데믹 후 N95 마스크와 손 소독제 품귀 현상이 빚어지자 이를 판매하는 사이트도 공격 대상이 됐다.
리셀러 정보 공개법 마련되나
이들의 공격에 대응해 기업들은 추가 비용을 내고 있다. 미국 보안업체 시퀀스시큐리티에 따르면 매크로 구매 차단을 위한 보안시장 규모는 연간 40억달러로 커졌다.

소매업체들은 재판매 차단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의회는 한 해 동안 5000달러 넘는 제품을 200개 넘게 판 리셀러의 신분 등을 공개하는 법안(Inform Consumers Act)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절도범들이 상품을 훔친 뒤 인터넷에서 되파는 사례가 늘자 월그린스 CVS 홈디포 등 오프라인 소매점도 법안을 지지했다.

리셀러 장터인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는 이베이 등은 반대하고 있다. 아마존은 최근 하원이 내놓은 수정안엔 지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 그린치봇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특정 품목을 검색해 구매하도록 설계한 매크로 프로그램. 크리스마스를 망치는 악동 ‘그린치’를 본떠 그린치봇이란 이름이 붙었다. 물건을 재판매하는 리셀러들은 그린치봇으로 인기 높은 제품을 사들인 뒤 높은 가격에 되팔아 막대한 이익을 남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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