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빼앗아간 금과 은, 한국은행은 어떻게 살아났을까 [더 머니이스트-홍기훈의 슬기로운 금융생활]

입력 2022-01-02 09:55   수정 2022-01-03 17:35


지난 칼럼에서 한국전쟁 당시 한국은행이 보유했던 금은괴의 행방에 대해 알아봤다면 오늘은 전시 속 중앙은행이 수행했던 역할에 대해 보다 면밀하게 알아보겠습니다. 전쟁 발발 직후 피난으로 미처 챙기지 못한 16톤(t) 이상의 금과 은 그리고 다량의 조선은행권은 서울을 점령한 북한군에게 빼앗깁니다. 피난 중인 한국은행이 보유한 현금은 40억원가량. 조폐공장까지 북한이 점령하면서 전쟁을 수행하던 대한민국 정부는 재정난에 직면하게 됩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북한은 노획한 조선은행권을 시중에 풀어 대한민국 정부가 보유한 조선은행권의 가치를 낮아지도록 조치합니다. 여기에 북한의 화폐인 인민권마저 남한 점령지에 통용하면서 전시 대한민국의 경제는 일대 혼란에 빠지죠. 안정적으로 전쟁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고 화폐의 가치와 신뢰를 유지해야 하는데, 북한의 통화공작이 높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대한민국 정부가 이용해오던 조선은행권의 가치는 급락합니다. 조선은행권을 기반으로 하는 화폐경제의 신뢰까지 흔들리게 되죠.

이에 한국은행은 조선은행권 사용을 막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1950년 8월 28일 대통령 긴급명령 제10호로 '조선은행권 유통 및 교환에 관한 건'을 공포해 조선은행권의 유통을 금지합니다. 이후 조선은행권은 1대 1로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한국은행권으로 등가교환 될 수 있도록 합니다. 이 교환은 1950년 9월 15일을 시작으로 1053년 1월 16일까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이루어졌고, 당시 유통되던 조선은행권 총액 777억원 중 720억원이 한국은행권으로 교환됩니다.

1950년 시작된 화폐개혁은 화폐의 신뢰성 유지와 북한의 통화공작 저지의 목적을 가지고 실행되었고 목표한 성과를 달성합니다. 그러나 3년간 지속된 전쟁 속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전쟁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한국은행권 발행을 남발했고 이는 급격한 통화량 증가로 이어집니다. 급격히 늘린 통화를 군비로 지출한 문제였죠.

과도한 화폐 발행으로 인한 통화량 증가, 정부 지출의 팽창으로 자연스럽게 높아진 인플레이션은 화폐가치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로 인해 투자가 감소하고 경기가 위축되어 세입이 감소하게 됩니다. 이에 한국은행은 인플레이션을 해소하고 경기를 회복시키고자 1953년 2월 17일 긴급통화조치를 실시합니다.

이 조치에는 화폐단위를 원에서 환으로 변경하고 100원을 1환으로 대체하는 디노미네이션(통화단위 절하)이 포함되죠. 일반적으로 디노미네이션은 심한 인플레이션으로 금액의 표시가 방대해지고 계산 및 지불 등의 불편이 유발됐을 때 이를 해소하기 위해 행해집니다. 혼란스러웠던 한국전쟁 동안 한국은행은 안정적인 전시자금 조달을 위해 인플레이션과 싸워야만 했던 것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홍기훈 CFA한국협회 금융지성위원회 위원>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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