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기업활동 발목잡는 공정위의 '무소불위'

입력 2021-12-30 17:24   수정 2021-12-31 00:11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만 착수해도 해당 기업은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불공정’ ‘갑질’이라는 낙인이 찍힙니다. 하물며 조사 기간만 몇 년인데….” 최근 수년간 공정위 조사를 받았다가 무혐의 판정을 받은 한 기업 관계자는 이렇게 말끝을 흐리며 답답해했다.

2021년은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위가 존재감을 과시한 한 해였다고 기업인들은 입을 모은다. 이달에만 SK실트론 사익편취 의혹 사건부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승인까지 공정위발(發) 현안이 잇따랐다. 내년에도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및 플랫폼 기업 규제 등 굵직한 현안에 대한 결정이 예정돼 있다. 독점규제 조사·심판 기능을 가진 공정위 업무가 많아진 것을 마냥 부정적으로 볼 일만은 아니다. 바꿔 말하면 기업들이 인수합병(M&A)을 활발히 추진하면서 자산 규모를 늘리고 신사업에 잇따라 진출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정거래법 1조엔 부당한 공동행위를 규제해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한다고 명시돼 있다.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을 막고 소비자 편익을 보호하겠다는 공정위 역할과 노력을 기업인들도 충분히 인정하고 있다.

다만 공정위가 구체적인 혐의 없이 정황에 근거해 마구잡이식 기업 조사를 벌인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것은 또 다른 얘기다. 2017년부터 작년까지 공정위가 처리한 사건의 절반 가까이가 무혐의로 결론났다. 권한남용이라는 비판이 계속되는 이유다. 직접적 연관성을 입증할 증거가 없는데도 정황을 추정해 과징금을 부과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삼성 웰스토리 급식 몰아주기 및 SK실트론 사익편취 의혹 사건이 대표적이다.

기업들은 공정위의 행정처분 5건 중 1건꼴로 불복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국가기관과의 마찰을 최대한 꺼리는 대기업들도 소송을 불사한다.

기업결합 승인도 마찬가지다. 공정위는 지난 29일 항공 빅딜을 승인하는 대신 운항을 축소하라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규모의 경제’ 달성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내린 항공사 통합 취지가 사실상 퇴색된 것이다. 한때 ‘재벌 저격수’로 불렸던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조차 공정위를 향해 “기간산업의 중요성을 외면하는 ‘교각살우(矯角殺牛)’가 우려된다”고 비판할 정도다.

기업들은 공정위 조사에 불복하고, 전원회의 위상까지 언급하며 공개 비판하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무리한 조사와 처분은 기업에 큰 타격을 준다”며 “공정위가 산업계 현실을 외면해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막강한 권한엔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는 말을 임인년(壬寅年)의 ‘화두’로 삼아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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