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 마이웨이?…안철수가 흔드는 대선판 [홍영식의 정치판]

입력 2022-01-09 11:30  


새해 들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11월 그가 대선 도전을 선언했을 때만 해도 2~5%의 지지율을 보였다. 하지만 연말, 연초 발표된 중앙 언론사 등 주요 여론 조사에서 지지율이 최소 6%대에서 10%대까지 나왔다.

한국갤럽이 지난 4~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안 후보는 15%를 기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36%,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26%였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이하 자세한 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중앙일보 의뢰로 엠브레인퍼블릭이 지난해 12월 30~31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안 후보는 10.1%로 두 자릿수 지지율을 나타냈다. 지난해 12월 27~29일 리서치앤리서치·세계일보 여론 조사에서는 10.3%를 기록했다. 지지율 한 자릿수에서 10%대로 올라선 것은 의미가 있다. 제3지대 대안 후보로서 몸값을 확 높일 수 있다. 연대의 주요 파트너로 부상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윤 후보와 안 후보가 단일화하면 안 후보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더 많다는 여론 조사 결과는 특히 주목된다. 글로벌리서치가 JTBC의 의뢰로 지난 1~2일 전국 1012명에게 ‘윤석열·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를 가정한다면 누가 더 적합한가’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41.1%가 안 후보를 꼽았고 윤 후보를 택한 응답자는 30.6%였다. 국민의힘 내홍이 한창인 상황에서 실시한 여론 조사라는 것을 감안해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양강 후보, 비호감도 높고 윤 후보 지지율 하락이 원인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 원인은 물론 이 후보와 윤 후보를 둘러싸고 악재들이 줄줄이 이어지며 유례를 찾기 힘든 비호감도가 높은 대선전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은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과 맞물려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안 후보의 지지층이 아무래도 이 후보보다 윤 후보와 더 많이 겹치기 때문이다.

연초 공개된 모든 여론 조사에서 윤 후보는 이 후보에게 뒤지는 ‘데드크로스’를 기록했다. 10여 개 중앙 언론사 조사에서 이 후보는 한 달 새 2~5%포인트 상승한 반면 윤 후보의 하락 폭은 두 자릿수에 육박했다. 여론 조사 중 절반은 두 후보의 격차가 10%포인트 전후까지 벌어졌다. 한 달 전 대부분 여론 조사에서 윤 후보가 우위를 보이던 것과 비교해 정반대의 결과다.

윤 후보에게서 빠진 지지층은 부동층으로 남아 있거나 안 후보 지지 쪽으로 돌아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윤 후보가 강세를 보였던 2030세대의 지지를 안 후보가 가져가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동아일보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30일~올해 1월 1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안 후보는 18~29세에서 18.5%의 지지율을 기록, 윤 후보(14.7%)보다 앞섰다. 한 달 전에 비해 6.2%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중앙일보와 엠브레인퍼블릭 조사에서도 20대의 안 후보 지지율은 18.3%로, 지난해 11월(13.9%)보다 4.5%포인트 올랐다. 반면 윤 후보는 21.9%에서 8.7%포인트나 하락했다.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은 대선판을 흔들 주요 변수가 되고 있다. 각 정당의 계산도 한층 복잡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긴 했지만 30%대 박스권에 갇혀있어 안심할 수 없다. 윤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한 만큼 이 후보의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고, 안 후보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갤럽의 지난 4~6일 조사에서는 3주 전과 비교해 이 후보의 지지율은 36%로 그대로이고, 윤 후보의 지지율은 9% 포인트 빠졌으며, 안 후보의 지지율은 10% 포인트 올랐다. 윤 후보의 빠진 지지율이 안 후보로 간 것이다.

더욱이 2030세대와 중도층 지지율이 여전히 약하다. 민주당이 먼저 나섰다. 송영길 대표는 CBS라디오에 나와 “정치라는 건 연합하는 것”이라며 “안 후보 단독으로 집권할 수 있으면 모르겠으나 쉽지 않지 않느냐”고 하는 등 여러 차례 연대의 뜻을 밝혔다. 다만 이 후보는 여전히 신중하다. 그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오히려 상대 후보(윤석열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가 더 비중이 높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자신의 지지율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연대 얘기를 꺼낼 계제가 아니라는 게 이 후보의 생각이라고 한 측근은 말했다. 안 후보와의 연대는 지지층 이탈을 부를 수도 있다.

만약 국민의힘과 안 후보가 연대한다면 민주당에선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와 힘을 합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YTN 라디오에 출연, “안 후보가 민주당과 손잡을 가능성은 없다”며 “김동연 후보와는 같이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했다.

安 “끝까지 간다”고 하지만 “정권 교체는 해야 한다”

안 후보와의 연대는 민주당보다 국민의힘이 더 절박한 상황이다. 윤 후보 개인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권 심판론 비율도 덩달아 낮아지고 있어 비상이 걸렸다. 관건은 안 후보의 선택이다. 여전히 ‘마이웨이’를 고수하고 있다. 그는 신년 기자 회견에서 “지금 대한민국 정치의 모습은 동굴에 갇힌 두 마리의 짐승들이 먹잇감 하나를 두고 서로를 물어뜯는 것과 같다”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을 싸잡아 비판했다.

또 “제가 당선되고 저로 정권 교체가 돼 이 시대를 한 단계 더 앞서 나가게 하는 새 시대의 맏형이 될 생각”이라고 했다.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고 있다. 1월 말~2월 초 3강 트로이카 체제로 만들겠다”고 했다. 송 대표의 연대 손짓에 대해서도 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그는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단일화 없이 완주하겠다”는 뜻을 줄곧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안 후보가 끝까지 ‘마이웨이’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안 후보의 지지율 상승은 자력보다는 국민의힘 내분과 그로 인한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 덕을 입은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향후 최대 변수는 안 후보의 지지율이 15%를 굳건할 정도로 넘어서느냐, 국민의힘 내분 상황이 어떻게 정리되느냐, 윤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 또는 하락세를 보이느냐 등이다. 안 후보의 지지율이 15%를 나타내기도 했지만, 국민의힘 내분 상황이 극에 달했을 때 조사한 것이어서 향후 상승 탄력을 더 받을지는 두고봐야 한다.

안 후보가 15% 벽을 안정적으로 넘어서 20%로 향한다면 그가 어떤 길을 선택할지를 놓고 상반된 분석이 나온다. 한때 안 후보와 함께했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KBS 라디오에 출연, “15%면 선거 비용을 회수할 수 있어 단독으로 밀고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지지율이 15%를 넘더라도 양강 구도를 깨지 못하는 정도에 머문다면 대안 후보론을 내세워 야권 후보 단일화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연대론이 힘을 받느냐 여부는 국민의힘의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국민의힘은 당초 안 후보의 지지율이 의미 없는 선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단일화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일종의 ‘무시론’, ‘고사 카드’다. 하지만 윤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반면 안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윤 후보는 단일화 언급에 대해 “선거 운동 중 도의상 맞지 않다”고 했지만 국민의힘 내분이 완전히 정리된 뒤 윤 후보의 지지율이 다시 오르더라도 연대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윤 후보 캠프 관계자는 “윤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더라도 압도적으로 이 후보를 앞서가지 않는 한 당내에서 연대 얘기가 나올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윤 후보 캠프에선 안 후보와의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전략을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다만 윤 후보와 충돌했던 이준석 대표가 안 후보와의 연대에 대해 반대하고 있어 이 문제를 두고 다시 갈등이 점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안 후보도 단일화에 선을 긋고 있지만 선거 막판 3강 체제가 형성되더라도 단독으로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한 선택의 기로에 놓일 수밖에 없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도 선거를 불과 2주일 정도 앞두고 이뤄지면서 판도를 흔들었다. 이번엔 안 후보가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카드판의 ‘조커’ 같은 역할을 하느냐, 끝까지 ‘마이웨이’를 하느냐가 대선판을 뒤흔들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가 “정권 교체는 해야 한다”고 한 말은 단일화의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홍영식 논설위원 겸 한경비즈니스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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