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코로나 백신' 생산 동맹…한국코러스 컨소시엄 와해 조짐

입력 2022-01-09 17:55   수정 2022-01-10 00:33

러시아산(産) 코로나19 백신인 ‘스푸트니크V’ 5억 회분(도스) 생산을 위해 뭉쳤던 한국코러스컨소시엄이 와해되는 모양새다. 직접적인 원인은 러시아 측이 당초 요청한 1차 접종분보다 수익성이 낮은 2차 접종분으로 생산제품 변경을 요청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화이자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생산량이 크게 늘면서 스푸트니크V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지자 컨소시엄 참여사들이 ‘발 빼기’에 나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컨소시엄이 스푸트니크V 생산단가와 생산물량을 확정하지 않아 수요가 급감하면 컨소시엄 생산물량과 수익성도 함께 줄어드는 구조여서다.
바이넥스 이어 종근당도 탈퇴
9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스푸트니크V 생산을 위해 지난해 코러스컨소시엄에 합류했던 종근당바이오가 최근 탈퇴했다. 종근당바이오는 컨소시엄에서 코로나19 백신 원액을 주사병(바이알)에 넣는 완제(DP) 공정을 맡기로 했었다. 회사 관계자는 “새로 진출한 보툴리눔톡신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핵심 공정인 백신 원액제조(DS)를 담당하기로 한 제테마는 컨소시엄에서 탈퇴한 뒤 러시아 정부 측과 직접 위탁생산 계약을 맺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제테마는 스푸트니크V 백신 생산을 위해 약 80억원을 투자했다. 제테마와 함께 백신 원액 제조를 맡기로 한 이수앱지스는 이미 러시아 정부와 개별 접촉을 시작했다. 이수앱지스 관계자는 “컨소시엄 참여와 독자 생산 등 ‘투 트랙’으로 백신사업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코러스 컨소시엄에서 발을 뺀 건 종근당바이오와 제테마가 처음이 아니다. 바이넥스는 “중국산 설비(배양기)를 사용하라”는 러시아 측 요구에 반발해 작년 말 회원 자격을 반납했다. 잇따른 탈퇴로 당초 7개였던 컨소시엄 멤버는 한국코러스(DS·DP)와 보령바이오파마(DP) 큐라티스(DP) 등 세 곳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코러스는 주요 공정을 맡을 멤버가 남아 있는 만큼 일부 회사가 나가더라도 백신 생산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계약변경 요구가 원인
컨소시엄에 이상 기류가 생기기 시작한 건 작년 11월이다. 스푸트니크V에 대한 세계보건기구(WHO)의 사용 승인이 계속 늦춰지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생산 관련 주문을 변경한 탓이었다. 스푸트니크V는 화이자 백신처럼 두 번 맞아야 하는데, 당초 컨소시엄이 생산하기로 구두 계약한 물량은 1차 접종분 5억 도스였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이즈음 말을 바꿔 2차 접종분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푸트니크V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를 인간의 감기 아데노바이러스에 넣어 제조하는 바이러스 벡터(전달체) 방식이다. 문제는 1차분(아데노바이러스 26형)과 2차분(5형) 성분이 다르다는 데 있다. 업계 관계자는 “2차 접종 백신은 1차보다 생산 난도가 높아 수율이 낮다”고 했다. 제테마는 컨소시엄을 주도한 한국코러스가 제 역할을 못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코러스 관계자는 이에 대해 “5억 도스 위탁생산은 정식 계약이 아니라 구두 협의였던 만큼 향후 구체적인 계약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회원사에 알렸다”고 했다.

CMO(위탁생산)업계 관계자는 “스푸트니크V에 대한 WHO의 승인이 계속 늦춰지는 와중에 세계인을 상대로 효능을 검증받은 화이자·모더나 백신 물량은 쏟아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요구사항을 바꾼 게 컨소시엄 멤버들의 이탈을 부르는 방아쇠 역할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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