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탄소 감축과 반대로 가는 택시산업

입력 2022-01-10 08:20  


 -배기량 기준 요금 부과, 시대 역행

 지난 2013년 국내 택시 요금 기준을 결정하는 규정을 두고 자치단체와 국토부 간의 논란이 벌어졌다. 택시를 배기량, 크기, 최대출력에 따라 경형, 소형, 중형, 대형, 모범, 고급 등으로 구분하고, 크기에 따라 요금을 차등화하는 것이 과연 탄소 중립으로 가는 시대에 적절한 규정인가에 대한 논란이다. 그러나 당시도 자치단체와 국토부 간의 팽팽한 책임 전가로 규정을 바꾸자는 목소리는 결국 메아리가 됐다.

 현재 택시 요금은 국토부의 택시 분류 기준에 따라 크기별로 자치단체가 정하도록 돼 있다. 국토부가 소관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 제7조에 따르면 택시는 자동차관리법 제3조 1항에 언급된 '10인 이하를 운송하기에 적합하게 제작된 자동차'를 의미한다.

 그리고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에는 '승용자동차'를 크기와 배기량에 따라 경형(1,000㏄ 미만), 소형(배기량 1,600㏄ 미만), 중형(1,600㏄ 이상 2,000㏄ 미만), 대형(배기량 2,000㏄ 이상) 등으로 구분한다. 하지만 자동차관리법에 구분된 승용차를 택시로 활용할 때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 제9조에 명시된 별도의 택시 분류 체계를 따르게 된다. 해당 시행규칙은 택시의 경우 탑승 인원에 따라 5인승 이하와 6인승 이상으로 나눈다. 5인승은 다시 자동차관리법 기준에 따라 경형(배기량 1,000㏄), 소형(배기량 1,600㏄ 미만), 중형(배기량 1,600㏄ 이상)으로 구분되며, 6인승 이상 10인승 이하에 2,000㏄ 이상 배기량 또는 13인승 이하 승합은 대형으로 분류한다. 그리고 배기량이 1,900㏄를 넘으면 모범, 2,800㏄ 이상은 고급형으로 나눠져 있다. 

 배기량이 아닌 전기차를 택시로 사용할 때는 내연기관차와 크기는 같되 배기량 대신 전기모터의 최고 출력을 따진다. <택시운송사업에 사용될 수 있는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기준> 고시에 따르면 경형 전기택시는 50kw 미만, 소형은 80kw 미만, 중형은 80kw(108마력) 이상, 대형 전기 및 하이브리드 택시는 출력 제한 없이 6~10인승 또는 13인승 이하 승합, 모범 전기택시는 190kw(255마력) 이상, 고급형은 220kw(296마력) 이상으로 규정돼 있다. 또한 고급형에서 하이브리드는 배기량이 2,400㏄ 이상이어야 한다. 내연기관이든 전기차든 크기, 배기량, 출력 가운데 하나만 충족하면 되는 방식이다. 

 그런데 문제는 요금 규정이다. 이처럼 나눠진 택시의 요금 부과는 국토부가 훈령인 <여객자동차 운송사업 운임 요율 등 조정요령>에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해당 훈령 제4조 <운임 효율의 결정 조정원칙> 5항에 따르면 <소형택시, 중형택시, 대형택시(승합차는 제외), 모범택시 및 고급택시는 각 기능 및 서비스 수준에 따라 운임 요율 수준에 적정한 차이를 두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자치단체는 택시 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중이다. 

 이런 요금 차등화 규정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탄소 감축을 위해 제조사가 내놓는 자동차의 배기량이 작아지고 택시로 사용 가능한 친환경차 출력이 내연기관처럼 배기량과 맞물려 결정되는 게 아닌 탓이다. 대표적으로 현대차 아이오닉 5 롱레인지 2WD 익스클루시브는 최대 출력이 160㎾인 반면 롱레인지 AWD 프레스티지는 225㎾다. 따라서 아이오닉 5는 출력에 따라 중형, 모범, 고급으로 모두 활용이 가능하지만 요금은 달라야 한다. 더불어 일부에선 고급택시로 사용 가능한 내연기관 차종은 기준을 배기량으로 못 박아 탄소 배출이 적은 저배기량 고급 차종은 아예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이처럼 불합리한 요금 차등화 규정은 개정 필요성이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그러나 이를 두고 자치단체와 중앙 부처의 해석이 제각각이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자치단체 관계자는 "국토부가 정한 법 테두리 안에서 요금을 차등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인 반면 국토부는 자치단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유권 해석을 내릴 수 있다고 반박한다. 

 탄소 감축에 택시가 중요한 것은 영업용인 만큼 주행 거리가 일반 승용차 대비 월등히 길어서다. 이에 따라 유럽의 경우 탄소 중립을 위한 친환경 전환 과정에 택시를 우선하는 반면 한국은 친환경 택시의 종류조차 많지 않다. 게다가 택시 연료도 LPG로 지정된 만큼 다양한 방식의 탄소 배출 저감이 구조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쉽게 보면 화석연료 시대의 요금 규정이 친환경으로 전환되면서 오히려 탄소 배출 저감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이런 이유로 국내도 택시 요금 및 사용 가능한 연료 다양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HEV, PHEV, BEV 등의 친환경차가 택시로 많이 사용되려면 요금 차등화를 비롯해 화석연료 사용이 줄어드는 제도 개편의 필요성이 높다는 뜻이다. 여기저기서 '모빌리티'를 외치지만 한국에선 택시부터 규제를 없애야 모빌리티의 진정한 의미가 실현되는 탓이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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