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中 국유은행 4조 펀드로 韓 투자, 독이 든 사과 될 수도

입력 2022-01-10 17:29  

중국 국유 투자은행인 중국국제금융공사(CICC)가 4조원 규모의 대(對)한국 투자펀드 조성에 나섰다는 한경 보도(1월 10일자 A8면)는 일견 반가우면서도 우려스럽다. 우선 중국 정부기관이 대규모 펀드 조성을 통해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와 중국 진출 지원을 약속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각종 규제와 장벽 탓에 진출이 어려운 게 중국시장이다. 중국 정부를 대신한다고 볼 수 있는 CICC가 그런 어려움을 덜어 주겠다니 “한국 기업들이 뜨겁게 반응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터무니없지 않다.

그러나 펀드 조성방식이나 추진 시점 등을 고려할 때 우려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CICC는 소액의 종잣돈만 대고 대부분의 자금을 한국 대기업들로부터 펀딩받아 반도체 바이오 신소재 등 첨단분야 40여 개 중견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국 대기업 돈으로 중견기업을 키워 중국으로 데려오면 중국 첨단산업 소재 공급망에 참여시켜주겠다는 얘기다. 이런 계획이 틀어졌을 때 대부분의 리스크를 한국 기업이 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구나 한국은 대(對)중국 무역의존도가 26%(2020년 기준)에 달해 이를 점차 줄여야 할 판이다. 대중 의존도가 80%가 넘는 품목이 1850개에 이르고, 반도체는 대중 수출비중이 전체의 60%가 넘는다. 중국 측 태도에 따라 우리 기업들이 어떤 곤경에 처할지는 이미 한한령, 요소수 사태 등을 통해 뼈저리게 경험한 터다. 우리 기업들 돈을 들여 대중의존도를 더 높여야 하는 투자라면 재고해야 할 것이다.

추진 시점도 미묘하다. 현 정부는 5년 내내 친중(親中) 행보와 미·북 양비론으로 안보동맹인 미국과 번번이 마찰을 빚어왔다. ‘쿼드’ 참여를 미루고,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보이콧 대열에서도 이탈했다. 그런 한국에 대해 미국은 1년 가까이 주한대사를 임명하지 않고 있고, 통화스와프 연장 거부 등으로 불이익을 주고 있다. 중국이 4조원 투자펀드 카드로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려는 전략임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CICC 투자펀드는 여러 측면을 감안했을 때 득보다 실이 클 가능성이 높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어쭙잖은 투자펀드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한국만의 핵심 기술을 강화해 ‘전략적 불가결성’을 키우는 데 집중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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