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자유주의가 신기술에 주목해야 할 이유

입력 2022-01-11 17:14   수정 2022-01-12 00:08

오늘날 활동의 자유를 비롯해 결사·언론의 자유가 유린당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사적 영역·소유가 침해되는 게 일상이 돼버렸다. 국가권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다. 겹겹이 쌓인 규제로 경제적 자유는 질식 상태다. 통화 가치의 지속적인 추락을 조장하는 확장적 통화정책으로 사적 소유는 강제로 수용당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을 괴롭히는 국가주의에 맞서 잃어버린 자유를 되찾기 위해 자유주의자들은 분주하다. 교육이나 캠페인을 통해 국가주의적 정치인이나 시민을 계몽해 자유 지향적인 다수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런 노력은 번번이 실패했다. 좌절과 실의는 참기 어려울 정도다. 노예의 길은 숙명이라고 봐야 할까? 주목할 건 자유는 정치적 다수의 합의 없이도 가능하다는 반가운 사실이다. 인공지능, 블록체인, 암호, 가상화폐 등 신기술의 이용 가능성 덕택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신기술은 사적인 자율성을 확대하고 개인의 자유를 강화할 뿐만 아니라 정부의 침해로부터 사적 데이터와 사적 영역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가상화폐는 또 하나의 경제혁명’이다. 중앙은행의 방만한 통화 공급에 의한 만성적인 구매력 상실이 그런 민간 화폐가 태어난 배경이다. 가상화폐는 그 생산량이 엄격히 제한돼 있고 누구도 그걸 조작할 수 없다. 통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재산 몰수’가 없는 이유다.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법정 지폐는 가상화폐들과 경쟁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가치가 떨어진 종이돈은 결국 경쟁에서 밀려나고 대신에 화폐 사용자들의 욕구 충족에 적합한 민간 화폐들이 번창할 것이다.

국가와 담합 관계의 기존 은행 제도와는 달리 암호로 보호된 돈지갑(wallets)의 주인이 정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그의 돈지갑을 정부가 들여다보거나 동결할 위험도 없다. 돈지갑의 익명성 때문에 정치 권력자의 의지에 반한 자유주의 운동과 이런 운동에 대한 지지도 가능하다. 가상화폐의 등장은 그래서 사상·표현의 자유는 물론 기부할 자유도 강화한다.

간과해서는 안 될 건 블록체인 혁명이다. 그 기술에 기초한 ‘스마트 컨트랙트’에서는 국가의 계약법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수많은 계약이 자동적으로 체결되고 실행된다. 계약에 대한 다양한 규제를 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계약 당사자들이 기만 또는 사기를 통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가능성이 줄어들어 계약 준수를 위해 필요했던 국가의 손도 필요 없게 된다. 블록체인의 혁명으로부터 기계화된 신뢰가 형성된다.

국가의 검열·감시에 저항하는 발행·배포 플랫폼의 구축을 가능하게 하거나 정치적 직위·직책 남용과 특수이익정치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게 하는 신기술의 예는 아주 많다. 이쯤에서만 봐도 정치적 다수가 없이도 자유를 되찾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지 않은가! 자유의 되찾음 과정은 자율적인 개인들이 새로운 기술에 기초한 생산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이다. 블록체인을 기초로 한 비트코인 또는 계약 방법을 이용하다 보니, 기존의 화폐나 계약 방식에서 볼 수 없는 중요한 편익을 보장하는 걸 발견한 것이다. 기술을 통한 자유가 계획적이 아니라 자생적인 이유다.

공급자와 수요자 간 자발적 계약을 통해 상품과 서비스가 이용된다. 기업가들은 수요자에게 매력적인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찾아 그들에게 접근한다. 자유의 되찾음 과정은 애덤 스미스 전통의 자유주의가 중시했던 평화롭고 진화적인 과정이 아니던가!

그러나 진화를 통한 자유는 수십 년이 걸린다. 예를 들면, 생겨난 지 20년도 안 된 가상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판단은 그래서 졸속이다. 다른 한편으로 신기술의 영향에 관한 비관도 만만치 않다. 이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 불을 처음으로 발견했을 때도 불의 이용에 대한 강력한 반대 운동이 있었다. 하지만 반대했던 그룹은 도태됐고 불을 다루는 법을 배우면서 불의 이용 방법을 개발·이용했던 그룹은 번창했다.

요컨대, 정치적 개혁 또는 주기적인 정치적 선거에 기댈 필요 없이 신기술을 통해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새로운 시대가 오고 있다. 불의 인류사적 교훈을 되새기면서 신기술의 편익을 마음껏 만끽해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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