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 시험은 1차와 2차로 나뉜다. 지난해 시험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건 2차 시험이다. 2차 시험은 회계학 1부와 2부, 세법학 1부와 2부 총 4개 과목으로 구성된다. 평균 점수가 높은 순서대로 합격자가 결정된다. 다만 한 과목이라도 40점 아래면 ‘과락’으로 불합격이다. 그런데 작년 2차 시험 중 세법학 1부 과목에서 응시생 3962명 중 82.1%인 3254명이 과락을 받았다. 최근 5년간 이 과목의 평균 과락률이 40%에 미치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하지만 세무공무원 출신 응시자 728명 중 482명은 세법학 1부 시험을 아예 치르지 않았다. 세무사법 5조의 2항에 따르면 ‘20년 이상 세무공무원으로 일했거나, 세무공무원 10년 이상에 5급 이상 재직 경력이 5년 이상’이면 세법학 1·2부 시험을 면제받기 때문이다. 작년 일반 응시자 10명 중 8명이 통과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웠던 시험 과목을 일부 세무공무원 응시자는 풀지도 않은 것이다.
올해 세무사 시험에서 탈락한 일반 응시자는 산업인력공단 등을 상대로 단체 소송을 준비 중이다. 세무공무원 출신 응시자가 면제받는 시험 과목에서 과락자가 많이 나오게 난도를 고의로 높게 조정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2차 시험 채점 경험이 있는 한 대학 교수는 “과락률 82%는 다른 시험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수치로, 공단이 시험 난이도 설정에 실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각종 부작용 탓에 각 시험의 공무원 경력인정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고용 분야 전문가는 “직무 연관성보다 근무 기간과 직급을 기준으로 시험을 면제해 주는 건 문제가 있다”며 “공정성이 강조되는 시대인 만큼 경력인정제도를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용희/노경목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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