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역량 부족한 中企 많아…다이슨 같은 기업 나오게 도울 것"

입력 2022-01-12 15:13   수정 2022-01-12 15:14

“디자인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고유 브랜드를 갖춘 강소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윤상흠 한국디자인진흥원 원장(사진)은 1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디자인에 대한 인식과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디자인진흥원은 중소기업에 대한 디자인·컨설팅 지원과 산업디자인 분야 발전을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윤 원장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무역·통상 전문가로 활동하다 작년 6월 말 디자인진흥원장으로 취임했다. 중소기업 지원 외에도 디자인 전문기업을 육성해 창의적 제품 디자인으로 일류 기업이 된 다이슨 같은 기업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취임 후 6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어떤 일을 했습니까.
“바쁘게 지낸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업무 환경에 변화가 있었지만 계획했던 사업들이 좋은 성과를 냈습니다. 특히 디자인의 외연 확장에 힘썼습니다. 기술보증기금과의 업무협약은 디자인 기업의 금융 지원 문턱을 낮추는 계기가 됐고, 한국산업단지공단과는 노후된 산업단지에서 자주 발생하는 안전사고를 디자인을 통해 개선하기로 해 디자인이 사회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취임할 때 디자인계와 산업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예산 확충과 정책 수립에 힘쓰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디자인 전문기업,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전국 주요 대학, 디자인단체와 지역 디자인진흥원까지 50여 곳의 관계자와 만났습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정부와 관계부처도 자주 방문했습니다. 이런 노력이 반영돼 디자인진흥원 예산이 전년 대비 올해 약 30% 증액되고, 정원도 5명 늘어났습니다. 늘어난 예산과 인원만큼 기업과 디자이너에게 더 피부에 와 닿는 정책과 사업을 발굴하고 지원해 나갈 예정입니다.”
▷산업계에서 디자인의 위상이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디자인진흥원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디자인의 위상이 높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산업현장에 가 보면 대기업을 비롯해 일부 기업에 국한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중소기업은 아직 디자인을 경험해 보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디자인의 중요성은 알지만 선뜻 투자하기 꺼리고, 자금 여력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디자인진흥원은 기업들에 디자인 개발, 디자인 인력, 신(新)비즈니스 모델, 디자인 트렌드 및 정보 등을 지원해 디자인을 경험할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디자인을 경험한 기업은 대부분 디자인 활용을 늘리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소·중견기업 디자인 인력지원 사업의 경우, 파견된 디자이너의 95%가 사업 종료 후에도 정규직으로 계속 근무하는 등 참여 기업이 디자인에 대한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한류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K디자인의 성공전략이 있나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창의적인 인재를 발굴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타 디자이너’로 만드는 것입니다. 필립 스탁, 조너선 아이브 등 유명 디자이너의 디자인 제품은 이름만으로도 베스트셀러가 됩니다. 한국은 패션 부문을 제외하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가 없습니다. 애플, 구글, BMW 등 글로벌 기업에서 활동하는 한국 디자이너가 많다는 사실은 스타 디자이너가 나올 역량이 있다는 방증입니다. 두 번째로는 혁신적인 디자인 상품과 기업을 발굴해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최근 ‘오징어 게임’ ‘지옥’ 등 K콘텐츠가 열풍을 일으킨 것은 세계인의 취향에 맞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콘텐츠로 개발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K디자인이 성공하기 위해선 훌륭한 디자인 기업과 상품을 개발해 다양한 판로를 통해 시장에 확산되는 것입니다. 우수 디자인(GD) 상품, 세계 일류상품 등이 해외에 소개되고 판매될 수 있도록 다각도로 지원해나갈 예정입니다.”
▷국내 디자인 전문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은 어떻게 진행됩니까.
“작년 기술보증기금과의 업무협약을 시작으로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 중입니다. 현재 보증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시행하는 기술평가에서 디자인 전문기업에는 평가 수수료를 전액 지원하고 있습니다. 우수 디자인 전문기업에는 보증료를 감면하거나 지원해 주는 방안도 올 상반기 추진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특별출연금을 1억원 정도 자체 자금으로 편성했습니다. 또 진흥원이 지원한 기업이 더 많은 투자를 받을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원 기업의 성과 발표회에 창업투자회사 신기술금융회사 등 투자사를 초청해 투자를 장려하고 있습니다.”
▷국내 디자인업계를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요.
“디자인 기업과 디자이너가 어려운 환경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입니다. 한국디자인진흥원에 등록된 디자인 전문기업은 1만여 개입니다. 디자인산업 규모에 비하면 그 수가 매우 많고 이미 포화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년 4월 500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기업 매출 평균이 6억원 정도였습니다. 침체한 디자인 분야를 활성화하기 위해 시급한 것이 ‘디자인 붐’ 조성입니다. 다양한 방면에서 힘을 합쳐 정책을 제안하고 개선사항을 논의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올해 산·학·연·관이 연대해 가칭 디자인미래위원회를 출범시킬 것입니다. 디자인 연구개발(R&D) 아젠다를 개발하고, 디자인 활용 확대와 지역산업 혁신 방안, 지속 가능한 디자인 생태계를 위한 논의 등을 할 계획입니다. 디자인 제값 받기도 중요합니다. 디자인 개발의 대가 기준과 표준계약서 등이 확산돼 제값 받는 디자인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신년사에서 직원들에게 현장의 중요성을 언급했는데 이유가 있습니까.
“30년 공직생활 동안 정책은 책상이 아니라 현장에서 나와야 함을 체감했습니다. 디자인진흥원은 직접적으로 기업을 지원하니 현장과의 접점이 더 중요합니다. 진흥원장으로 부임한 뒤 다양한 현장을 방문하며 느낀 것은 코로나19로 많은 기업이 갑작스러운 경영환경 변화에 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업의 대표를 직접 만나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기업의 필요에 맞춰 민첩하게 대응하고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어떤 정책에 역점을 둘 계획인가요.
“전국 스마트산업단지에 들어서고 있는 디자인주도제조혁신센터의 지원 역량을 강화하고 전국적으로 산단 내 안전 서비스디자인을 확대하려고 합니다. 제조혁신센터는 소재, 부품 샘플을 전시한 라이브러리와 전문촬영 장비를 갖춘 스마트스튜디오, 디지털 디자인실 등을 갖추고 있습니다. 상품기획, 디자인, 홍보 등 기업 유형에 맞춘 전주기 디자인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최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며 안전 문제도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진흥원은 노후된 산단을 대상으로 안전표시와 같은 시각적인 사고 방지책뿐 아니라 총체적인 근로자의 안전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서비스디자인을 활용한 안전환경 조성에 나설 예정입니다. 산단 내 안전서비스디자인 개발 및 실증 지원을 위해 예산을 확보하고 전담조직을 구성한 상태입니다. 디자인 분야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도 강화할 계획입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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