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소매' PD "쟁쟁한 경쟁작, 흥행은 이준호·이세영 덕" [일문일답]

입력 2022-01-12 15:42   수정 2022-01-12 15:43



MBC '옷소매 붉은 끝동'은 여러 부분에서 의미를 남긴 작품이었다. 이전까지 조명받지 못했던 궁녀들의 삶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며 주체적인 여성의 모습을 보여줬고, 이를 통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아이돌과 아역배우 이미지가 강했던 이준호, 이세영에게는 인생 캐릭터를 안겼고, 그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던 MBC에게는 6년 만에 시청률 15%를 넘긴 작품이었다.

이 모든 걸 이끈 사람이 정지인 PD다. '빛나는 로맨스' 공동 연출을 거쳐 '내일도 승리', '자체발광 오피스'를 연출했던 정지인 PD는 '옷소매 붉은 끝동'을 통해 섬세한 연출 감각을 인정 받았다.

하지만 정지인 PD는 모든 영광을 함께한 배우들과 작가, 스태프들에게 돌렸다. "이렇게 반응이 뜨거운 드라마가 처음이라 좋으면서도 많이 낯설고 얼떨떨하다"면서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열심히 할 걸 그랬다는 생각도 든다"고 전했다.

특히 각 방송사들의 자존심을 건 작품들이 방영되는 시간대에 편성돼 쟁쟁한 경쟁작들 제치고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한 것에 대해 "이준호, 이세영 배우 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인기리에 종영하게 된 소감을 말씀해주세요.

방송을 함께 만들어 온 모든 스태프와 배우 분들, 그리고 늦은 시간에 끝까지 함께 해주신 시청자 분들에게 감사 드립니다. 원작과 대본의 힘을 믿었고 현장에서 배우와 스태프의 에너지를 믿었기에 좋은 반응을 얻을 것을 기대했는데 이 정도까지의 반향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이 정도의 반응을 얻으니 그동안 고생 많았던 현장의 모든 사람들이 생각나고 그들과 함께 큰 만족감을 나눌 수 있어서 참 뿌듯합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반응이 뜨거운 드라마가 처음이라 좋으면서도 많이 낯설고 얼떨떨합니다.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지 몰랐고, 이럴 줄 알았으면 더 열심히 할 걸 그랬다는 생각도 많이 듭니다. 당장 복기할 자신은 없지만 보게 되면 또 부족한 면도 보이고 그럴 것 같습니다. 다들 반응이 좋은 건 얼마 안 가니 있을 때 즐기라고들 하는데 어떻게 즐겨야 하는 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인터뷰도 처음 하면서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드라마가 이렇게 잘 될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쟁쟁한 경쟁작들 틈바구니에서 편성된 상황이라 첫 방송 전에 긴장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좋은 대본을 바탕으로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진심을 가지고 열심히 만들어왔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분명 알아봐 주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들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그 에너지가 모여 최고의 팀워크를 만들었습니다. 좋은 팀워크가 좋은 시너지를 만들어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산과 덕임의 절절한 감정에 많은 시청자들이 공감을 한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역사가 이미 스포이기 때문에 모두가 아는 결말을 향해 달려가지만, 둘의 마음이 어우러지는 과정을 시청자들이 함께 따라가는 게 느껴졌습니다. 이는 결국 이준호와 이세영 배우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사와 지문 이상으로 섬세하게 결을 나눠 산과 덕임을 연기한 두 배우 덕에 기대 이상의 사랑을 받았다고 느낍니다.

올해 유난히 안방극장에 사극 장르가 사랑 받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시청자들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옷소매'만의 차별점, 강점은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옷소매’ 만의 차별점은 실존인물을 등장시켜 새롭게 해석을 더한 원작이 있던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원작을 바탕으로 시작과 끝을 정해놓고 원활하게 흐름을 잡아간 덕에 제작 일정에 맞춰 대본 작업을 무리 없이 소화했고 정해리 작가님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스태프와 배우들은 촬영 일정에 맞춰 준비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습니다. 항상 시간에 쫓기는 드라마 현장에서 모든 제작진이 한 가지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우리의 진심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었던 요인은 좋은 원작에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정해리 작가님과의 호흡은 어떠셨나요?

정해리 작가님은 사극을 처음 연출하는 입장에서 많이 의지할 수 있는 좋은 파트너였습니다. 사극이 갖고 가는 드라마트루기가 낯선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많이 질문했고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서사를 끌어가는 힘이 있는 작가이고 제한된 분량 안에서 끝까지 그 흐름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연출의 입장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었고 요구 사항들을 반영해 주시려고 최대한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감동했습니다.

방송이 끝난 후에는 일단 잘 쉬면서 분위기를 즐기자고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았고 아쉬웠던 부분들도 의견을 나눴구요. 작가님께서 다음 작품도 꼭 사극을 하라고 해서 저는 당장은 못 하겠다고 했습니다.

원작이 있는 작품이라 각색이 쉽지 않으셨을텐데, 드라마화를 위해 중점을 두고자 했던 점은 어떤 것인가요?

원작의 정서를 잘 살리되 원작을 보지 않은 분들도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하는 게 작가님과 저의 목표였습니다. 다행히 대본을 일차적으로 읽은 배우들이 대본에 대한 강한 신뢰감을 보여주었습니다. 원작을 본 배우들도 있었고 읽지 않은 배우들도 있었는데 대본을 보고 느낀 마음이 하나로 모이는 게 무척 신기했습니다. 이 마음을 시청자들에게 오롯이 전달하는 게 연출로서 가장 큰 목표였습니다. 또한 분량의 한계 등으로 대본에서 다 담아내지 못했던 원작의 정서를 화면으로나마 표현하는 것 역시 목표 중 하나였습니다.

영상미가 화제가 됐는데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어딘가요? 가장 마음에 들게 연출이 된 장면이 있다면 설명 부탁드립니다.

연출에 있어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역사가 아닌 살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전달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궁궐이 빛바랜 느낌의 옛날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이 생활하는 느낌을 최대한 살리고 싶었습니다. 생생한 공간을 바탕으로 산과 덕임을 비롯한 모든 캐릭터들이 실제로 존재하면서 생생한 감정을 전해주길 바랐습니다.

5회 엔딩에서 시경을 낭독하던 중, 영조의 난입 이후 덕임이 산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엔딩 촬영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드라마 전개상 가장 중요한 장면이었고, 산과 덕임, 두 사람의 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습니다. 동궁 처소 세트가 세워지자마자 두 사람의 위치를 어디에 놓을 지 고민했고, 촬영감독과 조명감독에게 그림자를 이용한 투샷을 꼭 찍겠다고 했습니다. 그림자 때문에도 그렇고 초반의 세트 촬영이라 조명과 촬영장비 세팅도 한참 걸렸습니다.

점심 먹고 리허설을 시작해서 밤 1시가 꼬박 넘어 촬영이 끝난 후에 세영 씨랑 준호 씨가 기운이 다 빠진 상태로 저한테 와서 셋이 부둥켜 안았습니다. 셋 다 완전 지쳐 있는 상태로 얼싸 안고 너무 고생했으니 빨리 퇴근하자고 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둘 다 저한테 만족스럽게 나왔냐고 물어보더라구요. 설레는 감정에서부터 분노와 당혹감, 그리고 충심과 연심으로 이어지는 감정의 릴레이를 배우들 모두가 훌륭하게 소화한 덕분에 저에게는 최고의 장면 중 하나로 남아있습니다. 드라마의 수많은 엔딩 중 초반에 찍은 만큼 더욱 애착이 갑니다.

작품의 완성도와 연출에 대한 칭찬도 정말 많았는데요. 시청자들의 반응을 확인해보셨나요?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한참 방송 중에는 정신이 없었고, 워낙 결정할 것들이 많아 반응을 확인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주로 조연출들이 그런 반응 중 주로 웃긴 것들을 모아 저에게 전달했고 한참 즐거워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정신 없는 촬영 중에 힘이 났습니다.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저희 음악 중 하나를 리코더로 연주해 올리신 분입니다. 그날 듣자마자 폭소했고 음악감독님께 바로 보내드렸더니 엄청나게 감동하신 게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갓지인이라는 호칭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느 날 현장에서 준호 씨가 그렇게 부르길래 왜 저러나 했었습니다. 참 부끄러운데 살면서 언제 그런 호칭을 들어볼까 싶어서 누구 말처럼 당분간은 즐기기로 했습니다.

촬영 중에 출판사와 강미강 작가님이 커피차 등을 보내 현장을 응원해 주신 덕에 많은 힘이 되었습니다. 그 외에 따로 연락을 주고받은 적은 없습니다. 첫 방송 전에 너무 떨려서 막상 방송을 보시기 힘들 것 같다는 얘기는 전해 들었습니다. 지금 즘은 보시지 않았을까요. 다시 한번 이런 좋은 원작의 영상화를 허락해 주신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즐겁고 행복한 작품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준호, 이세영 배우의 연기력에 대한 칭찬이 쏟아졌는데요. 현장 분위기는 어땠는지, 배우들에게 칭찬을 해주신다면?

이준호, 이세영 두 배우는 쉽게 만족하지 않는 배우들입니다. 배려심도 많고 상대방과의 연기 합을 누구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감독의 입장에서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조합이었습니다. 특히 멜로물에서는 두 배우의 합과 케미가 중요한데, 세영 씨와 준호 씨는 리허설 중 끊임없이 상의하며 어떤 식으로 연기를 할 지에 대해 상대방과 맞춥니다. 물론 그 사이에는 세상 희한한 장난도 섞여 있기 때문에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했습니다. 웃다가 정신 못 차리는 적도 많았습니다. 새삼 저렇게 장난 치다가도 슛을 들어가면 산과 덕임이 되어 초집중하는 모습에 언제나 감탄했습니다.

장난스러운 모습과는 다르게 세영 씨는 절대 대본을 손에서 놓지 않습니다. 언제나 들고 다니며 뭔가를 잔뜩 적어놓고 리허설 중에도 계속 메모를 하더군요. 스스로 연기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제가 오케이를 해도 다시 찍고 싶다고 꼭 얘기를 합니다. 이유가 명확하고 새로운 걸 보여주고 싶은 배우의 요구를 거절할 감독은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다른 배우들과 다르게 모니터링은 따로 하지 않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면 감독님이 알아서 할 테니 본인은 안 봐도 된다고 합니다. 최선을 다해 표현하고 감독에게 최대한 많은 선택지를 안겨주는 연기자입니다. 가끔 근로 시간에 쫓겨 세영 씨가 다시 찍고 싶을 때마다 어쩔 수 없이 넘어가야 하는 순간이 가장 안타까웠습니다.

준호 씨는 현장에서 어지간하면 대본을 보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완벽하게 숙지하려고 하는 스타일이었고 모든 걸 준비해서 현장에 나타납니다. 대사를 외우는 게 어렵다고 얘기하면서도 긴 대사량을 막힘 없이 술술 하면서 감정 연기도 섬세하게 하는 걸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촬영이 끝나면 언제나 물어봅니다. 본인 연기가 어땠는지에 대해. 너무 좋았고, 오늘 이 씬 완전 찢었고 아까 찍은 그 커트는 꿈 속에 나오겠다고 얘기해도 언제나 아쉬워하는 눈빛이었습니다. 내가 뭘 놓친 게 아닌지 편집실에 가서 또 확인하게 만드는 연기자입니다.

두 배우 모두 성실하고 연기 감각이 훌륭하며 제작진과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주는 사람들입니다. 이번 작품이 아니었어도 빠른 시일 내로 흥행 대표작이 풍성하게 쌓일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나 영광이었습니다. 둘 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게 될 지 너무 기대가 되고 언젠가 꼭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성덕임은 상당히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 입니다. 이외의 다른 궁녀들이나 궁중 여인들의 모습 역시 주체적으로 그려졌습니다. 전통적인 여인상에서 벗어나 있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혹시 어떤 지점을 보여주고자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사극에서 여성이 할 수 있는 주체성은 명확히 한계가 있었고 그 한계를 어느 선까지 넘을 수 있는 지 매번 시험을 받는 기분이었습니다. 이미 ‘대장금’과 같은 선구안적인 작품이 있었기 때문에 궁녀의 역할을 그 작품 이상으로 살리는 것은 분량으로도 무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짧은 호흡의 미니시리즈 안에서 정해리 작가님의 서사 속에 원작에 있는 궁녀들의 마음과 생각이 보는 이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집중했습니다. 이는 비단 성덕임과 동료들뿐만 아니라 궁에서 생활하는 다른 여성들의 마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마음에 따라 덕임은 선택을 합니다. 사소한 것이라도 본인의 의지에 따라 선택하는 덕임을 그리고자 했습니다. 시대적인 한계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선택하는 삶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세영 씨와는 첫 미팅에서부터 마지막 촬영까지 덕임의 마음을 물었습니다. 덕임이 어떤 마음으로 대사를 하고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가 가장 중요했습니다. 원작을 바탕으로 해서 대본을 읽어가며 세영 씨가 생각하는 덕임의 마음을 나침반으로 삼았습니다. 전달이 더 필요한 부분들은 현장에서나마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마지막 엔딩에 가서야 덕임의 마음은 말 한 마디 없이도 온전히 산에게 전달됩니다. 그리고 산과 덕임은 각자의 선택을 하면서 순간은 영원이 됩니다. 세영 씨가 연기한 덕임의 눈빛과 감정들이 산에게 전달됐듯이 시청자들에게 전달이 됐다고 믿습니다.

'옷소매'가 그린 이산은 군주의 자질을 갖춘 왕이면서도 인간적인 면모가 있고, 로맨티시스트인 캐릭터로 전무후무한 사극 남주라는 호평도 많은데 이 같은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어나가셨을까요?

원작과 기록에 충실한 이산의 모습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스스로에게 엄격한 만큼 남에게 엄격하고 곁을 쉽게 내주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준호 씨와 초반에 캐릭터 설정에 대한 의논을 하면서 워낙 자료가 많은 실존인물이고 사람들의 기대치가 큰 만큼 그런 기록들 속에서 준호 씨의 이산을 만들어보자고 했습니다. 타고난 왕의 위엄을 위해 자세나 생활습관을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현장에서 매 순간 자세를 고쳐 잡고 있더군요. 무릎이나 허리에 무리가 올까 걱정을 하면 언제나 괜찮다고 얘기하는 게 신기했습니다.

세손 시절부터 왕으로의 세월 변화를 발성과 톤을 조절해 표현하는 건 순전히 준호 씨의 몫이었습니다. 따로 주문을 하지 않았음에도 알아서 톤 변화를 주면서 시간의 변화를 표현해냈습니다. 이 작품을 기획할 때 어떤 이산을 그렸는지는 기억이 잘 나질 않습니다. 그냥 이준호가 이산입니다.

실제 사극에서는 잘 조명하지 않는 궁녀들의 이야기가 세세히 그려져 좋았다는 평도 있었는데요. 어떤 마음으로 장면들을 준비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궁녀들의 일상은 직장인의 관점에서 그리고자 했습니다. 윗사람들의 결정이 아무리 중대해 보여도 결국 나의 일상은 아랫사람으로서 하던 일을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궁녀들의 일상은 최대한 생활감 있게 다루도록 했습니다. 궁녀나 상궁 역할의 배우들에게 웃전들이랑 있을 때와 동무들끼리 있을 때의 태도와 말투를 다르게 할 것을 따로 부탁했습니다.

궁녀즈와 서상궁 등은 배우들의 실제 모습을 최대한 캐릭터에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초반에는 낯가림이 있었지만 다행히 서로 금방 친해졌고 진짜 친구이자 스승님과 같은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이 사람들이 어디까지 연기이고 어디까지 아닌지 구분이 안 갈 정도였습니다.

결말에 대해서도 고민이 깊으셨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마무리를 표현하려고 하셨나요?

이 드라마를 연출하는 목표는 원작의 마지막을 살리는 데 있었습니다. 원작의 엔딩을 읽자마자 다음 날 회사에서 이 작품으로 드라마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꿈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이 마지막 장면을 위해 드라마가 달려가는 게 중요하다고 정해리 작가님께도 여러 번 강조했습니다. 이 장면을 위해 달려온 만큼, 마지막을 이렇게 마무리한 데에는 전혀 후회가 없습니다.

'옷소매 붉은 끝동'은 감독님께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으신가요?

이런 보물 같은 작품을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요. 보물 같은 순간에 보물 같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옷소매 붉은 끝동’은 제 마음 속의 보물입니다. 함께 나눌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정지인 PD님의 다음 연출 작품이 궁금해집니다. '옷소매 붉은 끝동'의 성공으로 인해 다음 작품에 대한 부담은 없으신가요? 어떤 마음으로 후속작에 임하실 생각이신지?

당장 차기작을 준비하지는 않을 것 같아 차기작에 대해 큰 부담을 느끼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게 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마지막까지 살아있는 드라마가 하고 싶습니다. 이번의 성공이 앞으로 연출할 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지는 좀 궁금해집니다. 일단 블루레이 작업을 마치는 대로 휴가를 내고 재충전을 하면서 그간 소홀히 했던 고양이와 남편이 있는 일상으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옷소매 붉은 끝동'을 사랑해준 시청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초록빛 여름 속을 해맑게 뛰어가던 덕임을 기억해 주세요. 그런 덕임을 결코 잊지 않았던, 눈 내리는 시린 하늘을 물끄러미 보던 산도 떠올려 주세요. 둘은 결국 행복하게 재회하니 너무 슬퍼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사랑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이 산과 덕임을 사랑한 것 이상으로 저도 둘을 사랑했습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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