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럼 치던 '두산 로봇' 100억달러 시장 두드린다

입력 2022-01-16 18:01   수정 2022-01-17 00:58


지난 14일 경기 수원시 일반산업단지에 자리잡은 두산로보틱스 생산공장. 사람의 팔을 닮은 로봇이 쉴 새 없이 관절을 꺾으며 부품을 나르고 있었다. 공장 2층에 있는 직원 휴게실에선 로봇이 팔을 360도 회전하며 연신 커피를 만들어 날랐다. 두산그룹의 미래 신성장을 이끌 협동로봇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2’에서 사과를 수확·포장하고 드럼을 치면서 전 세계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던 주인공이다.
사람과 함께 일하는 로봇
협동로봇은 사람을 대체하는 산업용 로봇과 달리 작업자의 일을 함께 돕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로봇을 뜻한다. 안전을 위해 사람과의 작업공간을 엄격히 구분해야 하는 산업용 로봇과 달리 협동로봇은 사람과 한 공간에서 일할 수 있다. 1층 생산라인으로 들어서니 10여 명의 직원이 작업대에서 협동로봇에 들어가는 모듈 조립 작업에 한창이었다. 뒤쪽에선 대여섯 명의 직원이 모듈을 팔 형태로 조립하고 있었다.

생산라인 직원은 20여 명에 불과했다. 한기종 공장장은 “협동로봇은 일반 산업용 로봇과 달리 가볍고, 안전 기능을 갖춰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작업할 수 있다”며 “사람이 로봇과 함께 작업을 하기 때문에 공장 규모와 투입 인력 최소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모듈 조립 작업대에서는 협동로봇이 좌우로 팔을 움직이며 나사를 힘껏 조이고 있었다. 직원이 팔을 조립하는 과정에서 무거운 모듈을 든 채 대기하는 모습도 보였다. 사람과 협동로봇의 분업화를 통해 로봇이 로봇을 생산하는 시스템이다. 작업자가 정해진 반경을 넘어서면 협동로봇이 센서로 이를 감지하는 ‘풀 프루프’ 기능을 갖추고 있어 안전한 작업이 가능하다.

두산로보틱스가 만드는 협동로봇의 오차범위는 0.1㎜로, 사람 손재주가 필요한 섬세한 작업도 할 수 있다. 이 회사의 최신 제품인 H시리즈의 가반하중(로봇이 들어 옮길 수 있는 최대 무게)은 25㎏에 달한다. 로봇 무게는 성인 남성과 비슷한 75㎏이며, 최대 작업반경은 1.7m에 이른다.
2027년까지 시장 규모 10배 확대
2015년 설립된 두산로보틱스는 2017년 10월 첫 양산을 시작했다. 매출은 2020년 기준 201억원으로, 전체 그룹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적다. 현재 ㈜두산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외 협동로봇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성장 가능성은 그 어떤 산업 분야보다 크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M&M은 협동로봇 시장이 작년 12억달러에서 2027년 105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기간 연평균 성장률은 43.4%에 달할 전망이다. 협동로봇의 장점은 쓰임새가 넓다는 점이다. 전자·자동차 등 규모가 큰 제조업 공장뿐 아니라 의료나 외식, 물류 등 서비스업에도 쓰일 수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작년 8월 교촌에프앤비와 협력해 치킨을 조리하는 협동로봇을 선보였다. 두산로보틱스가 CES 2022에 출시한 카메라로봇은 혁신상을 수상했다. 촬영 경험이 없어도 누구나 전문가 수준의 사진을 만들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두산로보틱스는 작년 말 국내 최초로 협동로봇 연간 판매량 1000대를 돌파했다. 북미, 유럽 등 해외 판매 비중이 전체의 70%까지 늘면서 국내 협동로봇 기업 최초로 글로벌 톱5에 진입했다. 올해 북미와 유럽 법인을 설립해 판매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두산로보틱스는 카메라로봇을 비롯해 아이스크림 로봇, 의료 보조 로봇 등 다양한 서비스 로봇으로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의 2020년 기준 국내 협동로봇 시장 점유율은 1위(21%)지만 세계 시장 점유율은 7%가량에 불과하다. 글로벌 1위 업체는 덴마크의 유니버설로봇으로,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는다.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고 세계 최고 로봇회사로 올라서겠다”고 말했다.

수원=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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