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기후변화 해결책 떠오른 '영국 울타리'

입력 2022-01-17 16:59   수정 2022-01-18 00:11

영국 그레이트브리튼 섬의 크기는 한반도보다 조금 작다. 이 섬 중심국인 잉글랜드의 허리는 페나인 산맥이다.

스코틀랜드 경계 남쪽으로 400여㎞ 뻗어 있어 주변에 6개의 국립공원이 있다. 페나인 산맥을 따라 펼쳐진 구릉에, 봄이면 샛노란 유채꽃밭, 하얀 양떼들이 노는 초록의 잔디밭, 막 갈아엎은 연한 갈색 경작지들이 돌담울타리(Dry Stone Wall)나 관목 울타리(Hedgerows)를 경계로, 형형색색의 양탄자 조각을 짜깁기한 퀼트처럼 수려한 풍경을 이룬다.

돌담 울타리는 자연 그대로 쌓아 올려져 오염이나 탄소방출이 없고, 야생보호에도 탁월하다. 기원전 2세기경 흔적이 다트무어에 남아 있다. 중세 이후 가축 수가 증가하면서 울타리가 생겼다. 17세기 초 이후 가축이 크게 늘면서 18세기 중반에는 의회를 중심으로 ‘울타리치기 운동(Enclosure Act)’이 일어나 울타리도 재정비됐다.

사암이나 석회암의 돌담 울타리가 페나인 산맥을 따라 산재해 있고 성게 화석이 섞인 노란벌집 색깔의 코츠월드 석회암, 웨일스의 편평한 점판암, 스코틀랜드의 화강암 돌담 등이 각각의 고유한 풍경을 보여준다.

특히 코츠월드 지방의 돌담울타리는 특유한 색깔의 돌건물과 뛰어난 풍광, 역사적 가치로 수많은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

이와 달리 영국에서 제일 오래된 관목 울타리는 케임브리지의 ‘주디스의 울타리(Judith’s Hedge)’로 약 900년의 수명을 자랑한다. 관목 울타리는 한때 80만㎞를 넘었으나, 1993년에는 37만㎞로 줄었다. 1997년에는 울타리 보호법이 제정돼 고유종 나무와 관목에 대한 조건을 설정하고 아름다움과 역사적 가치가 있는 지역과 야생환경을 관리하고 있다.

가시로 울타리를 치는 산사나무(Hawthorn), 초봄의 전령사인 하얀 꽃과 열매(sloe)로 슬로진을 만드는 야생자두나무(Blackthorn), ‘블랙베리’의 나무딸기나무(Bramble), 짙은 푸른색 열매의 야생쥐똥나무(Wild rivet), 화려한 색상 열매의 사철나무(Spindle), 다용도인 로즈힙 열매의 들장미(Dog rose), 크랜베리의 불두화(Guelder rose), 염증치료 효과의 느릅나무(English elm), 아름다운 야생 벚나무(Wild cherry), 위스키 향료의 팥배나무(Wild service), 빨간 열매의 마가목 (Rowan), 소의 코뚜레로 쓰이는 물푸레나무(Ash), 잼이나 와인의 능금나무(Crab apple), 말라리아 약용의 층층나무(Dogwood), 크리스마스 장식용 감탕나무(Holly) 등이 관목 울타리 고유종이다. 곤충이나 새들에게 달큼한 과즙과 수분, 열매를 제공하고 다양한 새, 박쥐, 고슴도치, 오소리, 겨울잠쥐 등과 다양한 곤충에게 서식처를 제공한다.

지난해 9월 ‘잉글랜드 전원보호운동 연맹(CPRE)’은 관목 울타리가 2050년까지 40% 증가하면 향후 30년 동안 2만5000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1파운드 투자로 4파운드의 효과를 내 큰 환경·경제적 이익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탄소를 포획하는 자연계의 ‘슈퍼 히어로’ 역할을 해 기후변화, 자연보호에 큰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정부에 제안했다. 영국 정부가 고민하는 자연복원, 경제부양, 기후변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대담한 정책으로 제시됐다. 탄소중립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고민하는 한국도 참조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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