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진격에…대선·무학·한라산만 버틴다

입력 2022-01-17 17:19   수정 2022-01-18 00:46


하이트진로가 ‘참이슬’ ‘진로이즈백’ 두 선봉장을 앞세워 소주 시장 전국 통일에 성큼 다가섰다. 향토 소주로 자리를 지켜오던 지역 소주업체들은 하이트진로의 공세에 안방을 내주고 실적도 흔들리고 있다. 젊은 소비층 트렌드를 놓친 것과 애향심에만 의존한 마케팅이 패착으로 꼽힌다.
부·울·경·제주 빼고 참이슬·진로 천하
17일 한국경제신문과 영수증 리워드 앱 ‘오늘뭐샀니’ 운영사인 캐시카우가 개별 소비자 영수증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소주 시장에서 하이트진로(참이슬, 진로이즈백)의 구매경험도는 67.3%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구매경험도는 해당 제품 카테고리의 전체 구매자 중 특정 제품 구매자 비중을 나타낸 수치다. 롯데칠성음료(처음처럼)는 26.8%로 2위를 기록했으며 무학(좋은데이·11.3%) 대선주조(대선, C1·6.8%) 한라산(한라산·6.8%)이 뒤를 이었다.


구매경험도를 지역별로 세분화해 살펴보면 전국 17개 시·도에서 하이트진로가 구매경험도 1위를 차지한 지역은 서울 등 13곳에 달했다. 대구에선 지역 소주업체 금복주(맛있는참)의 구매경험도가 13.4%로 하이트진로(83.9%)에 크게 뒤처졌다. 호남지역 소주업체 보해양조(잎새주)는 텃밭인 광주·전남에서 하이트진로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충청지역 소주업체 맥키스컴퍼니(이제우린)도 고전하고 있다. 대전에선 구매경험도가 하이트진로에 21.8%포인트 뒤졌다. 세종에선 격차가 32.6%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반면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등 일부 지역에선 지역 소주업체가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의 공세를 막아내며 1위를 수성하고 있다. 부산에선 대선주조가 53.3%로 구매경험도 1위를 차지했다. 하이트진로는 41.6%로 2위에 머물렀다. 무학(40.9%)도 0.7%포인트 차이로 하이트진로를 바짝 뒤쫓았다. 울산과 경남에서는 무학이 하이트진로를 각각 21.6%포인트, 10.3%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제주에서도 한라산(62.1%)이 하이트진로(44.8%)를 꺾고 1위를 달렸다.
지역 소주업체들 줄줄이 실적 악화
한때 각 지역의 맹주로 이름을 떨치던 지역 소주업체들은 ‘자도주 의무구매제도’가 사라지면서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지역 소주 육성을 위해 도매업자들이 지역 소주를 50% 이상 구매하도록 규정한 의무구매제도는 위헌 판정으로 1996년 폐지됐다. 지역 간 울타리가 사라지면서 국내 소주 시장은 무한경쟁으로 전환됐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자본력과 강력한 유통망을 갖춘 하이트진로가 앞장서 지역 공략에 나섰다. 무학 등 지역 소주업체들도 수도권 상륙으로 역공을 꾀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두꺼비 캐릭터를 내세운 진로이즈백이 ‘뉴트로’ 열풍을 타고 인기몰이에 성공하면서 지역 소주업체들은 더욱 수세에 몰렸다.

일각에선 지역 소주업체들이 집중한 애향심 마케팅 전략이 젊은 층 공략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희석식 소주는 제품 차별화가 어려워 제품 경쟁력 향상으로 승부를 보기도 어렵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에탄올(주정)에 물을 타고, 조미료를 섞어 만드는 희석식 소주는 제품의 맛과 품질에 큰 차이가 없다”며 “결국 마케팅과 영업력에서 승부가 갈리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에 밀린 지역 소주업체들의 실적도 내리막길이다. 무학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927억원으로 전년(1032억원) 대비 10.2%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16억원. 2020년 매출(1394억원)은 2016년(2702억원)의 반토막 수준까지 떨어졌다. 보해양조도 2018년과 2019년 100억원대 적자를 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던 2020년(588억원)보다 7.5% 증가한 632억원을 기록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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