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은 인사 없다"더니 정권 말 쏟아지는 낙하산

입력 2022-01-17 17:26   수정 2022-01-20 17:44

정권 말 낙하산 인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임기가 채 4개월도 남지 않은 정권에서 공기업뿐 아니라 해외 공관장, 문화계까지 곳곳에서 ‘알박기’가 난무하는 실정이다. 역대 정권들은 임기 말이면 다음 정권을 배려해 임기직 인사를 자제하는 게 관행이었다. 하지만 이 정권은 이에 아랑곳 않고 폭주하고 있다.

낙하산이라도 그 분야의 전문성을 갖췄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런 기본원칙조차 무시되기 일쑤다. 최근 군수분야 전문가가 부실채권 업무를 책임지는 자산관리공사(캠코) 임원에 임명된 것을 보면 어이가 없다. 총선 낙선자 등 여당 정치인들이 예금보험공사 상임이사, 감사와 사외이사(2명) 자리를 꿰찬 것도 마찬가지다. 한국공항공사, 한국마사회 등 임기가 다가오는 공기업 사장도 낙하산들이 줄줄이 물망에 올라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엔 관련 경험이 없는 청와대 선임행정관을 금융결제원 감사로 임명했고, 역시 금융 문외한인 행정관을 한국성장금융 임원으로 내정하는 무리수를 두다가 여론의 거센 비판에 스스로 사퇴하는 소동까지 빚었다. 외교부는 보통 3~4월에 하던 공관장 인사를 앞당겨 안일환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자리를 챙겨줬다. 문화계에선 3년 임기의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대표로 기용된 성악가도 관련 경험은 없으면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인연이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이처럼 정권 말 ‘알박기’가 만연하는 것은 ‘환경부 블랙리스트’ 여파로 누가 정권을 잡든 이들을 임기 중 교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계산 때문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내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로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350개 공공기관 임원 432명 중 131명(30.3%)을 캠코더 인사로 채울 정도였다(CEO스코어 작년 10월 분석). 이 정부 들어 경제관료 250명이 민간 금융권에 취업했는데, 이는 박근혜 정부(199명)에 비해 26% 많다. 특임재외공관장 63명 중 캠코더 비율이 62%(39명)에 이르는 지경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낙하산·보은 인사는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빈말이 되고 말았다. 상식이 있는 정부라면 정권 말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 임기직 인사를 다음 정부로 넘기는 게 순리다. 임명 방식, 자격 요건 등을 보다 강화하는 등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한 제도적 보완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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