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준호의 딜 막전막후] 흔들리는 카카오의 '공짜' 기업인수 전략

입력 2022-01-24 17:30   수정 2022-01-25 00:28

“카카오에선 지금까지도 이수만 선생님이 이해가 안 된다고 하죠. CJ ENM보다 훨씬 높은 인수 가격을 제시했는데도 거절한 것이니까요.”

카카오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추진하던 지난해 말 SM엔터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프로듀서에게 뜻밖의 제안을 했다. “우리와 거래하면 시가보다 30% 싼 가격에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주식을 넘기겠다”는 내용이다. 그렇게 낮은 가격으로 특정인에게 넘기는 건 불법이 아니냐는 반문에 거래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답을 내놨다. “현재 가격에 사면 됩니다. 다른 사모펀드(PEF)가 곧바로 20% 가까이 높은 가격에 카카오엔터에 투자하기로 했거든요. 이 프로듀서의 주식은 앉은 자리에서 30% 이상 뛰는 셈이죠.”
'라이언' 타고 재계 2위 그룹으로
카카오가 아니라 무명 중소기업이었으면 당장 사기꾼으로 의심받을 만한 이색 제안이었다. 카카오가 128곳의 계열사를 거느리며 SK그룹을 뒤쫓는 재계 2위 그룹으로 성장한 배경엔 이 같은 ‘무현금’ 인수합병(M&A) 전략이 쏠쏠한 역할을 했다. 1조원 몸값의 지그재그 인수 과정이 대표적이다. 카카오는 자사 스타일사업부를 자회사로 떼 낸 뒤 이 회사와 지그재그를 합병해 매각 측에 합병 주식을 주는 방식으로 거래를 끝냈다. 유재석·유희열 씨 소속사인 안테나를 인수할 때도 유희열 씨가 매각 대금을 카카오엔터에 재투자하게 해 현금 유출을 최소화했다.

2016년 카카오가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를 1조9000억원에 깜짝 인수했을 때만 해도 자본시장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보유 현금·부채 비율 등 기존 시각으론 무리한 M&A가 분명했기 때문이다. 카카오가 이런 시각을 뒤엎고 한때 시가총액 120조원의 왕국을 조성하는 덴 이로부터 채 5년이 걸리지 않았다.

특히 최근 2~3년 사이 카카오의 가장 큰 혁신은 이 같은 ‘파이낸싱’에 있었다. 주요 핵심 사업을 분사한 뒤 곧장 투자 유치에 성공해 수조원에서 수십조원의 몸값을 인정받았다. 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 등 계열사들이 증시에 안착하면서 현금과 영향력이 쌓였고 이를 바탕으로 지분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또 다른 유망 기업과 손을 잡았다. 절차는 간결했고 회사 경영권을 인수해 키우느라 노조와 씨름할 필요도, 실적을 두고 머리를 싸맬 필요도 없었다. 영토 확장은 끝이 없어 보였다.
무한 확장 전략의 끝엔
수조원의 자금을 굴리는 사모펀드(PEF)들도 카카오에서 돈 냄새를 맡고 합류했다. 카카오 내 주요 투자팀 인력과 저녁 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인맥이 곧 운용사의 실력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홍콩계 PEF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대표적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선 “라이언(카카오의 대표 캐릭터)만 붙이면 국회도 상장시킬 것”이란 농담이 돌 정도였다.

이 같은 전략은 사실 카카오가 원조는 아니다. 여러 회사를 M&A해 ‘벤처 연합군’을 세우고, 이를 상장하겠다며 출범한 옐로모바일이 대표적이다. 2015년 국내에서 두 번째로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오르며 각광받았다. 나스닥과 코스닥시장을 두고 저울질 중이라는 보도가 쏟아졌지만 지금은 각종 구설로 존재감이 약해졌다.

물론 카카오와 옐로모바일을 같은 잣대로 비교하는 건 무리다. 카카오는 월간 5000만 명의 이용자가 사용하는 카카오톡이란 ‘구심점’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임직원의 주식 매각이 계열사들의 상장 제동으로 이어지는 등 뜻하지 않은 위기에 처한 카카오엔 한 번쯤 곱씹어 볼 사례다. M&A와 금융기법으로 쌓은 ‘제국’이 구심점을 잃으면 무너지는 것도 전례없이 빠르다는 반면교사가 됐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그룹 컨트롤타워인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를 세워 신뢰를 회복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여전히 실무진에선 “미리 굵직한 상장은 끝낸 게 천만다행”이란 분위기도 감지된다. PEF 관계자의 뼈 있는 이야기가 맴돈다. “그래서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는 언제 상장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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