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은 언제 매도해야 할까? 억만장자 하워드 마크스의 조언

입력 2022-01-25 17:41   수정 2022-01-25 18:03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하워드 마크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사진)은 장기 투자를 지향한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는 격언은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에 불과하다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가격이 올랐다는 이유로 자산을 매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는 기본적으로 차익을 실현하는 행위가 인지상정이라고 보고 있지만, 이는 심리적 요인에서 작용하는 것이라고 판단한다. 투자자들은 누구나 투자 자산이 이익을 보이면 좋아하기 마련이고, 그 이익이 사라질까봐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차익 실현 행위 역시 실수라고 본다. 그는 "실현 이익은 '실체화된 이익'이기는 하지만, 매도 수익은 결국 재투자되고 다시 이 수익은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가격이 하락했다는 이유로 매도하는 것은 더 어리석은 행위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가격이 상승하는 자산을 매수하다 보면 '버블'로 이어지고, 가격이 하락하는 자산을 매도하다 보면 '대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양방향 모두 일종의 '과잉'에 기여한다는 주장이다. 마크스는 "우수한 투자는 다른 사람이 저지르는 실수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며 "가격 하락을 이유로 한 자산 매도는 명백한 실수"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언제 팔아야 할까. 그는 매도를 고려해야하는 시점을 두 가지로 정리한다. △투자 논거의 타당성이 떨어질 때 △잠재적인 수익을 제공할 가능성이 커 보이는 다른 투자 루트가 등장할 때다.

다만 이 두 가지를 고려할 때 반드시 '기회비용'의 개념을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수익금을 현금으로 보유했을 때, 혹은 새로운 투자로 갈아탔을 때 기존 자산을 그대로 보유하는 것보다 이익이 될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크스는 결국 "투자 상태를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라고 강조한다. 수많은 가정과 예상을 거듭해야 하고, 그 예상마저 빗나가는 게 부지기수라는 이유에서다. 단기적인 하락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적인 수익률을 목표로 나아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가치투자의 대가 하워드 마크스는 미국 부실채권 전문 사모펀드사인 오크트리캐피털의 공동 창업자이자 회장이다. 오크트리캐피털이 운용하는 자산 규모는 2020년 말 기준 1480억달러(약 168조원)에 달한다. 마크스 회장은 시장이 좋을 때는 관망세를 보이다가 환경이 악화되면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시장역행투자자(contrarian)로 유명하다.

아래는 막스 회장이 지난 13일 오크트리 고객들을 대상으로 작성한 메모의 전문.

◆매도(Selling Out)

메모를 쓰기 시작한 지 어느덧 3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요즘, 가끔은 관련된 주제를 모두 다뤘으니 이제 그만둬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싶은 유혹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 메모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라 기분 좋은 놀라움을 선사하곤 합니다. 제 아들 앤드류와 한 지붕 아래 살면서 토론했던 2020년의 시간을 상세히 기술한 2021년 1월의 메모 ‘가치 있는 어떤 것(Something of Value)’은 가치가 상승한 자산의 매도 여부와 매도 시점에 대해 앤드류와 제가 잠시 나눈 실제에 기반한 대화를 재현했습니다. 매도가 투자 과정의 불가피한 일부임에도 제가 메모 전체를 할애해 그에 대해 다룬 적이 없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기본 개념

투자의 기본 명제를 정확히 담아내고 있다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buy low, sell high)’는 오래된 격언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이 격언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투자를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진부한 캐리커처입니다. 그러나 단 4개의 단어로 압축될 수 있는 중요한 것들은 많지 않습니다. 따라서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는 매우 복잡한 과정에 대한 논의의 출발점에 불과합니다.

1920년대와 1930년대에 활동했던 미국의 영화배우 겸 해학가 윌 로저스는 부(富)의 추구에 있어 보다 포괄적인 성공의 로드맵이라고 스스로 생각했을지도 모를 비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습니다.

도박을 하지 말라. 모은 돈을 모두 털어 좋은 주식을 사서 오를 때까지 보유한 다음 팔라. 오르지 않는 주식은 사지 말라.

그의 조언의 비논리성은 이 격언이 다른 많은 격언들과 마찬가지로 현실을 실제로 얼마나 단순화한 것인지를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세한 상황과 관계없이 사람들은 가격이 오른 투자를 매도해야 한다는 것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기본적인 개념이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발단

이 지면을 통해 제가 다루게 될 내용의 많은 부분은 2015년에 작성된 ‘유동성(Liquidity)’이라는 제목의 메모에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투자 세계에서 뜨거웠던 주제는 시장이 제공하는 유동성의 체감되는 감소에 대한 우려였습니다(제가 말하는 ‘시장’은 구체적으로 미국 주식시장을 의미하지만 이 문장은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유동성 감소의 원인으로는 흔히 (a)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중 투자 은행들이 입은 타격, 그리고 (b)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들에 의한 자기매매 등 위험도 높은 활동을 금지한 볼커룰이 꼽혔습니다. 볼커룰은 고객들이 매도를 원할 때 증권의 ‘포지션을 구축’하거나 증권을 매수하는 은행들의 능력에 제약을 가했습니다.

2015년의 유동성은 그 이전보다 감소했을 수도,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의 사건들의 이면을 보면서 저는 (a) 대다수의 투자자들이 너무 자주 매매를 함으로써 손해를 자초하고 있으며 (b) 유동성 부족에 대한 최고의 해결책은 투자의 성공 여부가 유동성에 좌우되지 않는 장기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라는 제 신념을 피력하는 것으로 메모를 마무리했습니다.

장기 투자자들은 단기 투자자들보다 유리한 입장에 있습니다(그리고 저는 요즘 시장 참가자들의 대다수가 후자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모든 이들이 다음달이나 다음 분기에 일어날 일을 염려해 과도하게 사고파는 동안 참을성 있는 투자자들은 단기 성과를 무시하고 장기적으로 보유하며 지나친 매매 비용을 피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장기 투자자들은 유동성 낮은 자산이 헐값에 매물로 나올 경우 그 기회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투자에 있어 정말 많은 일들이 그렇듯이 단순히 보유만 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활발한 투자 활동과 가치 증대를 동일시합니다. 앤드류가 한 어떤 말에 영감을 얻어 저는 ‘유동성’ 메모에서 이 생각을 아래와 같이 요약했습니다.

오랜 기간에 걸쳐 복리로 불어날 잠재력이 있는 투자를 발견할 때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는 인내심을 갖고 예상 수익과 위험에 따라 타당한 기간 만큼 포지션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투자자들은 뉴스, 감정, 지금까지 많은 돈을 벌었다는 사실, 또는 더 유망해 보이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주는 흥분 때문에 쉽게 팔고자 하는 마음이 들 수 있습니다. 20년 동안 우상향한 무언가의 차트를 보게 된다면 보유자가 매도하지 말라고 얼마나 자주 스스로를 설득해야 했을지 생각해 보십시오.

현재 660배 올라 3304달러가 된 아마존 주가를 보면 누구나 1998년 첫날 5달러에 그 주식을 샀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느낍니다.

? 하지만 1999년 아마존 주식이 85달러를 찍으며 2년도 채 되지 않아 17배 올랐을 때 과연 누가 이 주식을 팔지 않고 계속 보유했겠습니까?
? 2001년 주가가 6달러로 93% 떨어졌을 때 계속 이 주식을 보유한 사람들 중 누가 패닉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을까요?
? 그리고 주가가 2001년 저점에서 100배 상승한 600달러가 된 2015년 말까지 이 주식을 팔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었겠습니까? 그러나 600달러에 매도한 사람은 2001년 저점 대비 전체 상승분의 첫 18%를 포착했을 뿐입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친구와 함께 말리부를 방문해 린지 가문이 1892년에 30만 달러, 즉 에이커당 22.50달러에 1만3330에이커 면적의 말리부 전체를 사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는 얘기를 했던 때가 떠오릅니다. (두말할 나위 없이 오늘날 말리부는 수십억 달러의 가치가 있습니다.) 제 친구는 “내가 말리부 전체를 30만달러에 샀더라면 좋았겠군.”이라고 말했습니다. 제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자네였다면 시세가 60만달러가 됐을 때 팔았을 거야.”

‘유동성’ 메모를 집필한 이후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하면 할수록 저는 사람들이 투자를 매도하는 데에는 두 가지의 주된 이유가 있다고 확신하게 됐습니다. 가격이 올랐으니까, 그리고 가격이 떨어졌으니까. 제정신이 아닌 소리라고 할지 모르지만 정말로 정상이 아닌 것은 많은 투자자들의 행동입니다.

상승을 이유로 한 매도

‘차익 실현’은 가치가 상승한 것을 판다는 의미로 투자 업계에서 사용하는 ‘있어 보이는’ 용어입니다. 투자자 매도의 많은 부분이 심리적인 이유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람들이 차익 실현에 나서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행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간단히 말해, 꽤 많은 매도 행위가 사람들이 자신의 투자 자산이 이익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좋아하고 그 수익이 사라지지 않을까 겁내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사람들은 대개 후회, 창피함 같은 불쾌한 감정을 피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합니다. 큰 수익이 증발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보다 투자자를 더 자책하게 하는 것이 어디 있을까요? 한 분기에 대폭 상승한 종목을 고객들에게 보고했다가 다음 분기에는 보유 종목의 가격이 매입가나 그 미만에 그치고 있는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직업 투자자는 또 어떻습니까? 이런 결과를 피하기 위해 차익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가치가 상승한 자산을 매도할 경우 그 상승분은 확정되고 결코 돌이킬 수 없습니다. 따라서 어떤 이들은 극히 바람직한 상승 종목들의 매도를 고려합니다. 이들은 실현이익을 아주 좋아합니다. 실제로 한 비영리 단체의 투자심의위원회 회의에서 어떤 회원이 투자의 가치가 상승했더라도 그 이익은 실현된 것이 아니므로 그에 맞추어 기부금 지출을 늘리는 것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곧바로 미실현 이익보다 실현이익이 덜 일시적이라고 보는 것은 대개의 경우 실수라고 지적했습니다(미실현 장부가치의 정확성을 의심할 이유가 없다면). 실현이익이 실체화된 이익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매도 수익은 일반적으로 재투자되고 이는 그 수익 ? 그리고 원금 ? 이 다시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혹자는 가격이 오른 증권이 현재 가격이 매력적이라고 여겨지는 자산에 대한 새로운 투자보다 하락에 더 취약하다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반드시 그렇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투자자들이 가격이 상승한 자산을 팔아 차익을 실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가격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매도하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은 확실합니다.

하락을 이유로 한 매도

오로지 수익을 확정하기 위해 가격이 상승한 자산을 매도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기는 하나, 가격이 내렸다는 이유만으로 자산을 매도하는 것은 훨씬 더 어리석은 행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많은 이들이 그런 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는 것이 규칙이지만, 분명히 많은 이들이 자산 가격이 떨어질수록 더 자산을 팔고 싶어 합니다. 사실, 상승 자산의 지속적인 매수가 결국 상승장을 버블로 이끄는 것처럼 하락 자산의 광범위한 매도는 시장 하락을 대폭락으로 발전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버블과 대폭락은 실제 발생해 투자자들이 양 방향 모두의 과잉에 기여한다는 것을 입증합니다.

제 머리 속에서 상영되는 가상의 영화에서 전형적인 투자자가 100달러에 어떤 자산을 매수합니다. 이 자산이 120달러로 오르면 투자자는 “뭔가 조짐이 좋아 ? 추가 매수해야겠군” 생각하고, 가격이 150달러가 되면 “이제 확신이 섰어 ? 투자를 2배로 늘려야지”라고 말합니다. 반면, 가격이 90달러로 떨어지면 “평균 매입단가를 낮추기 위해 포지션 확대를 고려할 거야”라는 반응을 보이다 75달러에서는 더 물타기를 하기 전에 자신의 논거를 재확인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가격이 50달러에 이르면 투자자의 태도는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는 더 매수하지 않고 기다리는 편이 낫겠어”로 바뀝니다. 20달러에서 투자자는 이런 반응을 보입니다. “0달러가 될 것 같아. 나 좀 빼내 줘!”

상승분을 다시 내주게 될까 불안해하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많은 투자자들이 손놓고 있다가 손실을 키우는 상황에 이를 것을 걱정합니다. 이들은 고객들로부터(아니면 그들 자신으로부터) 이런 얘기를 듣게 되지 않을까 두려워할지도 모릅니다. “도대체 어떤 멍청이가 100달러에서 50달러가 될 때까지 증권을 계속 갖고 있는단 말입니까? 그런 하락이 추가 하락의 전조일 수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어요. 그리고 보세요 ? 실제로 그렇게 되지 않았습니까.”

투자자들이 정말 제가 묘사한 것과 같은 행위의 오류를 저지를까요? 이를 뒷받침하는 일화적 증거는 충분히 많습니다. 예컨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평균적인 뮤추얼 펀드 투자자의 투자 성과는 평균적인 뮤추얼 펀드보다 부진합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요? 단지 포지션을 보유하기만 하면, 혹은 투자자의 실수들이 우발적인 것이라면 평균적인 펀드 투자자는 당연히 평균적인 펀드와 동일한 성과를 낼 것입니다.

이 연구 결과들이 실제 발생하려면 모든 요소를 감안해 투자자들이 이후 더 좋은 성과를 내는 펀드들에 대한 투자액을 줄이고 더 나쁜 성과를 내는 펀드들에 대한 배분을 늘려야 합니다. 다르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평균적으로 뮤추얼 펀드 투자자들은 가장 성과가 우수한 펀드들을 추종하기(따라서 그 펀드들의 성과 하락에 참여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최근 성과가 가장 나쁜 펀드들을 매도하는(손실 회복의 잠재력을 놓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리는 위에서 기술한 것처럼 ‘개인 투자자들’이 대체로 추세 추종자들이며 그 결과 그들의 장기 성과가 저하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전문적인 직업 투자자들은 어떨까요? 직업 투자자들의 경우 증거는 훨씬 더 뚜렷합니다. 최근 수십 년 동안 인덱스 투자와 기타 형태의 패시브 투자가 투자의 흐름을 주도하게 된 것은 액티브 투자 결정들이 잘못된 경우가 너무나 많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입니다.

물론 많은 형태의 오류가 이런 현실에 일조합니다. 그러나 이유가 무엇이건 간에 우리는 평균적으로 액티브 직업 투자자들이 성과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자산들을 더 많이, 그리고 성과가 상대적으로 우수한 자산들을 더 적게 보유했고/했거나 높은 가격에 너무 많이 사고 낮은 가격에 너무 많이 팔았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패시브 투자가 미국 주식형 뮤추얼 펀드 자금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한 것은 패시브 투자의 결과가 그만큼 좋아서가 아닙니다. 액티브 운용의 결과가 너무 나빴기 때문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50년 전에 제가 퍼스트 내셔널 시티 뱅크에 근무할 당시, 예비 고객들이 묻곤 했습니다.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어느 정도의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시나요?” 표준적인 답변은 12%였습니다. 왜냐고요? “자,” 저희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아주 극단적으로 단순화해서). “주식시장은 약 연 10%의 수익률을 냅니다. 약간의 노력으로 거기서 최소 20%는 높일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시간이 증명해 준 것처럼 이것은 사실무근입니다. “약간의 노력”은 아무것도 더해 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대개의 경우 액티브 투자는 손실을 기록했고 대다수의 주식형 펀드들은 특히 보수를 제하고 나면 지수 성과를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궁극적인 증거는 어떻습니까? 부실채권에 대한 오크트리 투자의 필수 요소인 헐값 매수는 매도자들이 제공한 좋은 기회들로 인해 가능했습니다. 경제 및 시장 위기 시에는 부정적인 성향이 최고조에 달해 많은 투자자들이 우울감이나 두려움에 사로잡혀 공포 속에 투매하게 됩니다. 부실채권에서 오크트리가 목표로 삼는 것과 같은 결과는 보유자들이 비이성적으로 낮은 가격에 오크트리에게 매도할 때만이 달성될 수 있습니다.

우수한 투자는 주로 다른 이들이 저지르는 실수를 활용하는 것으로 이루어집니다. 가격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자산을 매도하는 것은 매수자들에게 아주 좋은 기회를 줄 수 있는 실수임이 분명합니다.

매도해야 하는 시점은?

올랐다는 이유로 매도하면 안 되고 내렸다는 이유로 매도해서도 안 된다면 매도하는 것이 마땅한 때가 있기는 할까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저는 ‘가치 있는 어떤 것’ 메모에서 2020년 앤드류의 가족이 저와 제 아내 낸시와 함께 사는 동안 나눈 대화를 기술했습니다. 그 경험은 진정으로 매우 귀중한 경험이자 팬데믹의 와중에 주어진 뜻밖의 기쁨이었습니다. 그 메모는 지금까지 제가 작성한 모든 메모를 통틀어 독자들로부터 가장 뜨거운 반응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이런 반응은 아마도 (a) 주로 가치 투자를 다뤘던 메모의 내용, (b) 메모에 담긴 개인적인 통찰, 특히 시대와 함께 성장할 필요성에 관한 제 고백, 또는 (c) 부록으로 포함된 재현된 대화 덕분이었을 것입니다. 이 중 마지막 요인인 대화는 부분적으로 이런 식으로 전개됐습니다.

하워드: XYZ가 올해 xx% 올라서 PER xx에 거래되고 있다. 일부 차익 실현을 할 생각은 없나?

앤드류: 아버지, 제가 매도 안 한다고 말했는데요. 왜 팔겠어요?

하워드: 그거야 (a) 네 주식들이 아주 많이 올랐고 (b) 수익이 모두 사라지지 않도록 그 중 일부를 ‘실현’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c) 그 정도 밸류에이션이라면 주식이 고평가되어 위태로울 수 있으니 일부 매도할 수도 있다. 그리고 물론 (d) 차익 실현을 해서 망한 사람은 없지 않나.

앤드류: 그렇긴 하지만 (a) 저는 장기 투자자로서 주식이 사고파는 종이 조각이 아니라 사업체에 대한 소유권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b) 그 회사는 여전히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으며 (c) 저는 단기적인 하향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이런 등락의 위협이 애초에 주식 시장에서 기회를 창출하는 요인 중 하나죠. 결국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측면입니다. (우리 집에는 이런 a, b, c 식의 대화가 많습니다. 앤드류가 어디서 그런 걸 배웠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워드: 그렇지만 그 주식이 단기적으로 고평가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 비중을 줄이고 수익 일부를 챙겨야 하지 않나? 그리고나서 주가가 떨어지면 (a) 후회를 줄일 수 있고 (b) 더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다.

앤드류: 엄청난 잠재력과 강력한 모멘텀, 우수한 경영진을 보유한 비상장기업의 주식을 갖고 있다면 저는 누군가가 제값을 준다는 이유만으로 절대로 주식 일부를 팔지 않을 것입니다. 큰 복리 수익을 제공하는 투자는 극히 찾기 어렵기 때문에 그런 투자를 잃는 것은 대개의 경우 실수죠. 게다가 단기적인 가격 움직임보다는 기업의 장기적 결과를 예측하는 편이 훨씬 더 단순하고, 제가 그다지 확신을 가질 수 없는 분야에 대한 결정을 위해 확신도 높은 분야에서의 결정을 포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워드: 이 정도면 매도를 시작해야겠다 하는 지점이 있지 않나?

앤드류: 이론적으로는 있지만 (a) 펀더멘털이 제가 기대한 대로 전개되는지 여부와 (b) 이 주식에 대한 저의 높은 확신을 고려할 때 이 기회가 이용 가능한 다른 기회들과 비교해 얼마나 매력적인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차익 실현으로 망한 사람은 없다’ 같은 격언들은 자기 자신을 위해 파트타임으로 투자하는 이들에게는 의미가 있을지 모르나 직업적인 투자에는 적용되지 않아야 합니다. 합당한 매도 이유들이 존재하는 것은 맞지만 이 이유들은 실수를 저지르거나 후회를 하게 되거나 망신을 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는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오히려 이런 이유들은 투자자의 심리가 아니라 투자의 전망을 기반으로 해야 하며, 냉정한 재무 분석, 엄격함, 규율을 통해 파악되어야 합니다.

시드니 코틀 스탠포드대학교 교수는 56년 전 제가 펜실베니아대학교 와튼 스쿨 재학 시절에 읽었던 판(版)을 포함해 ‘가치 투자의 바이블’로 불리는 벤저민 그레이엄, 데이비드 L. 도드 공저 《증권분석》의 후반 판들의 편집자였습니다. 그런 이유로 저는 이 책을 그레이엄, 도드, 코틀의 공동 저술로 알고 있었습니다. 시드니 코틀은 1970년대에 퍼스트 내셔널 시티 뱅크의 투자 부서 소속 컨설턴트였고, 저는 “투자는 상대적 선택의 학문”이라는 투자에 대한 그의 묘사를 결코 잊은 적이 없습니다. 이 말은 곧 투자자들이 하는 포트폴리오 결정의 대부분이 상대적인 선택이라는 것입니다.

기존 보유 종목의 매도 결정에서 상대적인 고려 사항들이 매우 큰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 투자 논거의 타당성이 이전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보이고/보이거나 투자 논거가 정확한 것으로 입증될 확률이 낮아진 경우, 보유 종목의 일부나 전부를 매도하는 것이 아마도 적절할 것입니다.
? 마찬가지로, 우수한 위험 조정 잠재 수익을 제공할 가능성이 보다 커 보이는 또 다른 투자가 나타날 경우, 그 투자를 수용하기 위해 기존 보유 종목들을 축소 또는 제거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자산의 매도는 그 자체만 따로 떼어 고려해서는 안 되는 결정입니다. ‘상대적 선택’이라는 코틀의 개념은 모든 매도에서 수익금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여러분은 이 수익금으로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우수한 수익을 창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염두에 둔 자산이 있습니까? 새로운 투자로 갈아탐으로써 놓치게 될지도 모르는 것은 무엇일까요? 변화를 주지 않고 포트폴리오에 기존 자산을 계속 보유한다면 어떤 것을 포기하게 될까요? 어쩌면 여러분은 수익금을 재투자할 계획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수익금을 현금으로 보유하는 것이 매도한 자산을 그대로 보유했을 경우보다 더 이익이 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이와 같은 질문들은 재무적 의사 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인 ‘기회비용’의 개념과 관련이 있습니다.

관점을 바꿔서, 보유 자산 중 하나나 전체 시장에 영향을 미칠 일시적인 하락이 닥칠 것 같아 매도한다는 생각은 어떨까요? 이 접근법에는 실재하는 문제들이 있습니다.

? 왜 스스로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하는 하락에 대비하기 위해 장기적인 미래가 긍정적이라고 생각되는 자산을 매도해야 할까요?
? 하락이 현실화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그러한 매도는 투자자 판단이 틀릴 수 있는 또 하나의 가능성(이미 너무나 많은 가능성이 있음에도)을 새롭게 제시합니다.
? 버크셔 해서웨이 부회장인 찰리 멍거는 마켓 타이밍을 위한 매도 시 투자자는 두 가지 면에서 틀릴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하락은 발생할 수도,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고, 하락이 발생할 경우에는 포지션에 재진입할 적절한 때가 언제인지를 알아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 아니면, 일단 매도하고 난 후에는 하락이 발생하고 포지션에 재진입할 때가 올 때까지 그 수익금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도 결정해야 하므로, 어쩌면 세 가지 면에서 틀릴 수 있다고 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지나치게 잦은 매도를 통해 하락을 피하는 이들은 자신들의 눈부신 성공에 도취되어 하락 후의 저점에서 포지션 재구축에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정확한 예측을 한 매도자라 하더라도 지속적인 가치가 있는 어떤 것도 이루지 못할 수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예측이 빗나가서 하락이 오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이 경우, 투자자는 뒤따르는 상승에 참여하지 못하고 포지션을 결코 재구축하지 못하거나 더 높은 가격에 재진입하게 됩니다.

따라서 마켓 타이밍을 목적으로 매도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좋은 생각이 아닙니다. 이런 매도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경우는 극히 적으며 이런 기회를 활용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가진 사람 역시 극히 소수입니다.

이 주제에 대한 글을 마무리하기 전에, 매도 결정이 반드시 투자 매니저의 통제 하에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객들이 계좌와 펀드에서 자금을 인출해 매도가 불가피해질 수 있으며, 폐쇄형 펀드들의 제한된 수명 때문에 매니저들이 매도 여건이 무르익지 않은 보유 자산들을 청산해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여건에서 ‘매도 종목’의 선택은 여전히 미래 수익에 대한 매니저의 예상을 기준으로 이루어질 수 있으나, 매니저의 선택지 중에 ‘비매도’ 결정은 없습니다.

보유하기에는 너무 큰 포지션?

상대적 선택의 개념에 따라 다른 자산을 매수하기 위해 한 자산을 매도하는 것이 옳은 때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매도를 기계적으로 해서는 안 됩니다. 그랬다가는 논리적으로 따졌을 때 극단적인 경우 가장 우수하다고 간주되는 한 투자에 모든 자금을 투입하게 될 것입니다.

가장 걸출한 투자자들을 포함해 사실상 모든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를 분산합니다. 우리가 어떤 보유 자산이 절대적으로 가장 우수한지에 대한 감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저는 한 자산으로만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는 투자자가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투자자들은 자신이 안다고 생각하는 것을 활용하기 위해 선호 자산의 비중을 확대할 수 있으나,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으로부터 포트폴리오를 보호하기 위해 여전히 분산을 합니다. 이는 이들이 기껏해야 우수한 정도에 불과한 수익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최대 수익을 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의 일부를 잠재적으로 포기함으로써 최적이 아닌 상황을 자초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다음은 재구성된 앤드류와의 대화 중 관련된 질문입니다.

하워드: 너는 포지션 집중이 높은 포트폴리오를 운영하고 있다. XYZ는 네가 투자할 때도 큰 포지션이었는데 이제 주가가 올랐으니 훨씬 더 큰 포지션이 됐다. 현명한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를 집중시키고 자신이 가진 정보를 활용하기 위해 보유하지만, 자신들이 가지지 않은 정보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제한하기 위해 보유 종목들을 분산하고 주식이 오르면 매도한다. 그런 점에서 이 포지션이 너무 커져서 우리 포트폴리오가 제대로 안 돌아가지는 않았나?

앤드류: 목표가 무엇인가에 따라서 그 말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포지션을 줄인다는 건 스스로의 상향식 평가를 근거로 제가 엄청난 확신을 갖고 보유하고 있는 종목을 처분하고 그만큼 확신이 없거나 잘 알지 못하는 종목(또는 현금)으로 갈아타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게는 제가 확신하는 소수의 종목을 보유하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평생 동안 제가 갖게 될 좋은 통찰력은 몇 가지 안 될 테니 제가 가진 것들을 최대한 활용해야 합니다.

직업 투자자라면 누구나 고객들을 위해 좋은 투자 성과를 내고 싶어 하지만 동시에 자기 자신을 위한 재무적 성공도 거두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아마추어들은 자신들의 위험 허용 수준의 한계 내에서 투자해야 합니다. 이런 이유들로 대다수의 투자자들, 그리고 물론 대다수 투자 매니저들의 고객들은 포트폴리오 집중에 대한 우려로부터 자유롭지 않으며 따라서 불리한 상황 전개에 취약할 수 있습니다. 이런 고려 사항들은 개별 자산 매수의 규모를 제한하고 자산의 가격 상승에 따라 포지션을 축소할 타당한 이유를 제공합니다.

때때로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 내 각 자산의 비중에 대한 결정을 포트폴리오 최적화라는 프로세스에 맡깁니다. 자산군의 수익 잠재력, 위험, 상관관계에 대한 데이터가 컴퓨터 모형에 입력되면 최적의 예상 위험조정수익을 나타내는 포트폴리오가 산출됩니다. 어떤 자산이 다른 자산들에 비해 가치가 상승하면 모형의 재가동이 가능하며, 모형은 어떤 자산을 매수하고 매도할 것인지를 알려줍니다. 이런 모형들의 가장 큰 문제는 이 3개 변수들에 대해 우리가 가진 모든 데이터가 과거에 관한 것이지만 이상적인 포트폴리오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모형이 미래를 정확하게 기술하는 데이터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더욱이 이 모형들은 위험에 대해 숫자 형식의 입력 데이터를 요하며, 저는 어떤 단일한 숫자도 한 자산의 위험을 완전히 묘사할 수 없다고 단언합니다. 따라서 최적화 모형들은 포트폴리오 행위를 성공적으로 결정할 수 없습니다.

결론:

? 투자 결정은 각 자산의 잠재력에 대한 추정을 근거로 해야 합니다.
? 가격이 올랐고 포지션이 확대됐다는 이유만으로 매도해서는 안 됩니다.
? 우리가 보유하는 포지션들의 크기를 제한할 합당한 이유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 그러나 그러한 제한이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 과학적으로 계산할 방법은 없습니다.

다시 말해, 포지션을 줄이거나 완전히 처분한다는 결정은 결국 판단의 문제로 귀결됩니다....... 투자에 있어 중요한 다른 모든 것처럼 말이죠.

매도에 관한 맺음말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특정 자산들의 비중 확대와 비중 축소, 그리고/또는 적절한 타이밍의 매수와 매도를 통해 가치 증대를 꾀합니다. 이런 일들을 일관되게 정확히 해내는 능력을 입증한 사람들은 많지 않지만(액티브 운용에 대해 제가 언급한 내용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시도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자유입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단서’가 붙습니다

제게 분명한 것은 단순히 투자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단연코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점입니다. (누군가 이 제목으로 책을 한 권 써야 합니다!) 액티브 운용 포트폴리오의 대다수는 포트폴리오 비중 조정이나 마켓 타이밍을 위한 매수 및 매도로 인해 시장 성과를 상회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 교묘한 술책으로 수익 증대를 시도할 수는 있지만, 이런 행위들은 잘 된다 해도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이 낮고 최악의 경우에는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대다수의 경제와 기업들에게는 기저의 긍정적인 장기 추세가 유리하게 작용하며 따라서 대부분의 증권시장은 대다수의 해에 그리고 장기적으로 확실하게 상승합니다.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주가지수 중 하나인 S&P 500은 지난 90년 동안 연 10.5%의 추정 복리 평균 수익률을 창출했습니다. 이는 아주 놀라운 성과입니다. 90년 전에 S&P 500에 1달러를 투자했다면 지금은 그 돈이 약 8000달러로 불어났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복리의 경이로움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언급한 바 있습니다. 예컨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복리를 일컬어 “세계의 8번째 불가사의”라고 했다고 전해집니다. 오늘날 1달러가 연 10.5%라는 과거 복리 수익률로 투자될 수 있다면 50년 후에 이 1달러는 147달러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는 경제 성장이 과거보다 둔화될 것이라거나 예전에는 지금보다 헐값의 주식을 찾기 쉬웠다는 반론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의 복리 수익률만 적용하더라도 지금 투자된 1달러는 50년 후에 29달러가 넘는 금액으로 불어날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 성년기에 접어드는 사람이 바로 투자를 시작하고 매매를 통해 그 과정에 참견하지만 않는다면, 은퇴할 무렵에는 사실상 여유로운 노후를 보장받게 됩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2021년 3분기 《마켓 레터》에 실린, 우리 시대의 위대한 투자자 중 하나인 빌 밀러의 설명이 적절하다고 여겨집니다.

<i>전후 미국 주식시장은 전체 연도 중 약 70%의 해에 상승했다....... 카지노 소유주들을 큰 부자로 만들어 준 확률보다 훨씬 더 낮은 확률임에도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주식이 하락하는 30%의 시기를 추측하려 하거나, 더 심한 경우 시장의 분기별 등락의 파도를 타려는 헛된 시도에 시간을 소모한다. 가장 최근에 2020년 팬데믹으로 인한 하락에서 목격된 바와 같이, 주식에서 수익은 대부분 비관론이나 공포가 팽배한 기간에 시작되는 폭발적인 상승(sharp bursts)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우리는 타이밍이 아니라 시간이 주식시장에서 부를 축적하는 열쇠라고 믿는다. </i>

밀러가 말하는 ‘폭발적인 상승’은 과연 무엇일까요? 2019년 4월 11일, 《더 모틀리 풀(The Motley Fool)》은 1999년부터 2018년까지 20년의 기간 동안 S&P 500의 연 수익률은 5.6%였지만 그 중 가장 수익률이 높았던 10일(거래일의 약 0.4%)에 시장에 참여하지 않았던 투자자의 수익률은 고작 2.0%였을 것이고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20일을 놓친 투자자는 전혀 수익을 내지 못했을 것임을 보여주는 JP모건자산운용의 《2019년 은퇴 가이드》 데이터를 인용했습니다. 과거에, 수익은 이와 유사하게 소수의 날에 집중적으로 발생하곤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적극적인 투자자들은 시장 진입과 이탈을 반복하면서 거래 비용과 양도세를 발생시키고 그런 ‘폭발적인 상승’을 놓칠 위험을 무릅씁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투자자들은 하락이 곧 닥칠 것이고 자신이 그 하락을 회피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매도에 나서곤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높은 가격에라도 매수하거나 보유하고 하락을 경험하는 것은 그 자체로 전혀 치명적이지 않습니다. 대개의 경우 시장 고점에는 더 높은 고점이 뒤따르며, 결국 중요한 것은 장기 수익률뿐입니다. 그릇된 판단에 따른 매도를 통해 시장 익스포저를 축소하는 것, 그리고 그럼으로써 시장의 긍정적인 장기 추세에 전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것은 투자에서 가장 큰 죄악 중 하나입니다. 가격이 떨어진 것들을 이유 없이 매도함으로써 하락을 영구적인 손실로 만들고 장기 복리의 기적을 놓치는 것은 더욱 그렇습니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 제가 투자업에 몸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종종(특히 유럽에서) “뭘 매매하시나요?”라고 묻곤 합니다. 이 질문은 저를 발끈하게 합니다. 제게 있어 ‘매매’는 한 시간 후, 하루 후, 한달 후, 또는 다음 분기에 가격이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한 짐작으로 개별 자산과 전체 시장에 발을 들였다 뺐다 하는 것을 뜻합니다. 오크트리는 그런 활동에 관여하지 않으며, 그런 활동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오크트리는 스스로를 트레이더가 아닌 투자자로 여깁니다. 제 생각에 투자란 자산의 잠재력에 대한 논리 정연한 추정을 바탕으로 자산에 자본을 묶어 두고 장기적으로 그 결과에서 이익을 얻는 것입니다. 오크트리는 트레이더라고 불리는 인력들을 고용하지만, 그들의 업무는 자산의 펀더멘털을 기준으로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이 내리는 장기적인 투자 결정들을 실행에 옮기는 것입니다. 오크트리의 직원 중 여러 해 동안 보유하고 펀더멘털 예상이 들어맞을 경우 가치가 알아서 가격을 끌어올리도록 하는 대신, 지금 매도하고 하락 후에 되사는 방식으로 돈을 벌거나 자신의 경력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없습니다.

오크트리가 1995년에 설립되었을 때, 당시 평균 9년 동안 한솥밥을 먹었던 5명의 설립자들은 그 당시 그들이 성공적으로 해 왔던 방식을 바탕으로 투자 철학을 확립했습니다. 6대 신조 중 하나는 매수 및 매도 시 마켓 타이밍을 시도하는 것에 대한 오크트리의 견해를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오크트리는 정확한 마켓 타이밍에 요구되는 예측 능력이 존재한다고 믿지 않기 때문에 매력적인 가격의 자산을 매수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포트폴리오를 완전 투자 상태로 유지합니다. 시장 분위기에 대한 우려로 인해 보다 방어적인 투자의 비중을 높이고 투자를 더욱 까다롭게 선별하거나 좀더 신중하게 행동할 수는 있지만, 결코 현금 조달을 목적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고객들이 오크트리에 자금을 맡기는 것은 구체적인 시장 틈새에 투자하기 위해서이므로 오크트리가 그 임무를 완수하는 데 실패해서는 안 됩니다. 보유한 투자의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고객들이 투자하라고 위탁한 자금을 투자하지 않아서 수익을 얻지 못한다면 여기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오크트리는 마켓 타이밍에 관한 위의 신조를 포함해 지금까지 투자 철학의 6대 신조 중 어느 것도 수정한 적이 없으며 향후에도 그럴 계획이 없습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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