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공무원 횡령사고…115억 빼돌려도 아무도 몰랐다

입력 2022-01-26 14:45   수정 2022-01-26 15:22


공무원 횡령 사고가 또 터졌다. 이번에는 서울 강동구청이다. 강동구 소속 7급 공무원인 김 모(47)씨가 1년2개월여간 수 십차례에 걸쳐 115억원을 빼돌리는 동안 해당구청과 사업비를 입금한 서울도시주택공사(SH)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공무원의 횡령비리를 막기 위해 10년 전부터 도입한 모니터링 시스템은 이번에도 구멍이 뚫리고 말았다.
○수십차례 '꿀꺽'..2년 뒤 뒷북 조치
26일 경찰과 강동구에 따르면 강동구는 지난 22일 김 씨의 횡령사실을 확인, 23일 강동경찰서에 고발하고 직위해제 조치했다. 김 씨의 횡령이 시작된지 2년 넘게 지난 시점이다.

김 씨는 투자유치과에서 회계담당자로 근무하면서 2019년 12월 8일부터 지난해 2월 5일까지 총 115억원을 빼돌렸다. 이중 2020년 5월께 38억원을 다시 구청 계좌에 입금하기도 했지만 나머지 77억원은 "주식 투자에 쓰고 없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김 씨가 손 댄 것은 폐기물처리시설인 자원순환센터건립 사업비 2120억원 중 SH가 내는 '원인자부담금 기금'이다. 원인자부담금은 관련법에 따라 강동구 내 고덕·강일 공공주택지구에서 나오는 폐기물 처리 등을 감안해 SH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다. SH는 고덕·강일지구 사업자다.

김 씨는 SH에 공문을 보내 출금이 불가능한 기금관리용 계좌 대신 자신이 관리하는 구청 업무용 계좌에 입금하도록 했다. 이를 다시 자신의 개인 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으로 수 십차례에 걸쳐 하루 최대 5억원씩 빼돌렸다. 이 과정에서 구청 내부 회계시스템에 잡히지 않는 '제로페이 연결 계좌'를 활용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SH 관계자는 "공문에 적힌 구청 명의의 우리은행 계좌로 송금했을 뿐 구청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강동구청은 김 씨가 지난해 10월 다른 부서로 이동한 뒤 폐기물처리시설 설치비용 기금에 대한 결산 처리가 되어 있지 않은 점을 수상히 여긴 후임자가 신고한 후에나 횡령사고를 인지했다.

이날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공직비리 특별조사반을 편성해 협조자나 조력자 여부 등을 조사하고 예산회계 특정감사를 추진 중"이라며 사과 성명문을 발표했다.
○전국 각지 공금 횡령 잇따라
공무원의 공금 횡령 사고는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강원도 횡성군청에서 회계업무를 담당하는 8급 공무원이 4억원을 횡령해 주식과 선물옵션에 투자한 것이 적발됐다. 또 전북 완주교육지원청 회계 담당 공무원이 8억원대의 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해 구속되기도 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012년 e-호조(지방재정관리시스템)를 통한 현금 출납처리 의무화, ‘지자체 통합상시모니터링 시스템' 개발 보급을 골자로 하는 '지방공무원 공금횡령 등 회계비리 방지대책'을 실시했다. 당시 대책은 여수시청 회계과 공무원의 80억원 횡령 사건이 발생한 데 따른 재발 방지 조치였다. 이 같은 정부의 회계비리 방지를 위한 모니터링 시스템이 10년 전부터 시행되고는 있지만 잇따라 구멍이 뚫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e-호조를 통한 정상적인 회계처리에선 개인이 횡령을 하기는 어려운 구조”라면서도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주변을 속여 작정하고 범죄를 저지를 경우 막을 방도가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한편, 지난 23일 강동구청으로부터 고발장을 접수한 서울 강동경찰서는 24일 오후 8시50분께 김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김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는 26일 오전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렸다. 경찰은 김씨가 횡령한 공금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계좌 압수수색 영장도 신청했다.

하수정/이광식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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