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힘들었으면…학대받은 입양아 스스로 경찰 찾아갔다

입력 2022-01-28 13:19   수정 2022-01-28 13:20

입양된 11살 소년이 양부모로부터 학대받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 경찰에 제보했다.

28일 경찰 등에 따르면 초등학교 4학년이던 A군은 지난해 12월 말 경남에 있는 한 경찰서 지구대를 스스로 찾아갔다. A군은 양부모로부터 받았던 학대를 직접 경찰에 털어놨다.

경찰 뿐 아니라 검찰과 상담기관은 A군이 상당 기간 양부모로부터 정서적·신체적 학대와 방임을 받아왔다고 판단했다.

앞서 A군은 태어나자마자 입양됐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된 2020년부터는 가족들이 사는 집에서 떨어진 원룸에서 혼자 생활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A군 엄마는 TV나 책상 등이 없는 원룸에 양방향 카메라를 설치한 뒤 A군을 감시했다.

A군은 원룸에 양부모가 한겨울에도 찬물로 목욕을 시키면서 난방을 제대로 해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심지어 이불은 단 한 장 뿐이라, 절반은 덮고 절반을 깔고 자야 했다.

또 A군은 반찬도 없이 볶음밥만 먹어야 했다. 뿐만 아니라 양엄마로부터 "나가서 뒈져라", "더이상 (집에) 들어오지 마라", "담벼락에 머리를 찧어라" 등 폭언까지 들었다고 진술했다.

창원지검은 지난해 아동학대 혐의로 A군 양부모를 불구속기소 했다. 수사기관이 학대를 인지한 후, A군은 양부모와 분리돼 다른 지역에서 살고 있다.

A군 양엄마는 아이를 보호하려고 원룸에서 키웠고, 카메라를 설치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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