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 수놓은 가시덤불 사이로…色들이 반짝반짝

입력 2022-02-08 17:00   수정 2022-02-09 00:15

여러 모양과 색채가 뒤얽혀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언뜻 보면 물과 기름을 섞어 물결무늬를 만드는 에브루 기법으로 그린 추상화 같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캔버스 전체를 빽빽하게 수놓은 가시덤불이 보인다. 그 아래에 꽃과 나무 등의 형상이 희미하게 깔려 있다. 다양한 종류의 식물이 서로 복잡하게 엉킨 모습이 몽환적이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서울 신문로 갤러리 마리에서 열리고 있는 홍일화 작가(48)의 개인전 ‘EPINE’에 걸린 풍경화 모습이다.

홍일화는 각종 방송사의 미술 관련 교양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일반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중견화가다.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자연과 여성 등을 주제로 한 작품을 발표해 왔다. 그의 작품은 화려한 화풍 덕분에 패션이나 화장품 기업에 인기가 많다. 포스코강판은 홍 작가의 그림을 철판에 인쇄한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네덜란드의 반 고흐 미술재단, 프랑스의 프랑스국립도서관, 포르투갈 국립판화미술관 등이 홍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전시 제목 ‘EPINE’은 가시 또는 가시나무를 뜻하는 프랑스어다. 전시장에서는 가시를 주제로 한 풍경화 4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가시덤불은 인간의 접근을 막는 장벽이자 환경 파괴에 대한 자연의 저항을 상징하는 소재다. 가늘고 연약해 보이면서도 잘 끊어지지 않고, 모양이 보잘것없으면서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질박한 아름다움을 갖고 있는 모순적 존재이기도 하다. 홍 작가는 이 같은 가시덤불의 여러 속성을 다양한 색과 형상을 통해 정교하게 표현해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세로 194㎝, 가로 912㎝의 대작 ‘Epine.P.E 1030’이다. 빽빽하게 자라난 가시덤불이 숲을 뒤덮은 모습을 표현했다. 다 같은 가시덤불처럼 보이지만 가시딸기, 으름덩굴, 산유자나무, 탱자나무 등 미묘한 차이를 지닌 식물들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전시는 내달 18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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