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주관으로 진행된 『인공지능 대중화를 위한 대국민 인공지능 이용 인식조사』는 국민들의 인공지능에 대한 인식과 활용 정도를 확인하고, 정책 방안을 도출할 목적으로 실시되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정책 당국 입장에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말이 나올 만 하다. 우리 국민들은 인공지능을 먼 미래의 일이 아닌, ‘코 앞의 닥친’ 미래로 체감하고 있고, 또 인공지능의 적극적인 도입과 확대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대부분(99%)은 이미 인공지능을 인지하고 있으며, 그 관심도 또한 60% 수준으로 높았다. 프라이버시 침해, 일자리 축소에 대한 우려도 있었으나 대다수 국민들은 인공지능이 개인과 민간 영역을 넘어 의료(62%)와 공공 영역(재난방역 33%, 치안안전 27%)으로 더욱 확장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소수가 독점하는 인공지능이 아닌 누구나 누리고 편리하게 이용하는 진정한 ‘대중화 시대’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들의 관심도가 높은 ‘공공 영역의 인공지능(AI) 도입’은 어디까지 진행 되었고 또 어떤 문제들을 해소해 나가야 할까? 해외의 AI 활용 분야는 조금 더 다양하다. 행정 서비스 영역에서 활용되는 기술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챗봇 서비스가 눈에 띈다. 미국 이민국으로 들어오는 문의를 영어와 스페인어로 응대하고 있는 챗봇 ‘엠마(Emma)’는 한 달에 100만 건이 넘는 문의를 처리한다. 최초 도입 시 85% 수준이었던 응답 성공률도 92%까지 향상됐다. AI의 예측 능력과 시뮬레이션 결과 등을 정책 결정 과정에 반영하는 ‘정책 지능(Policy Intelligence)’ 방식의 도입 사례도 눈에 띈다(NIA IF보고서, 2017). 미국 국무부는 NGO 단체인 ‘히브리 이민자 구호협회(HIAS)’와 협업해 난민들을 적절한 지방 정부에 배정하는 데 AI 솔루션을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 대비 난민 취업률을 최대 30%까지 높였다. 미국의 노인의료보험제도인 ‘메디케어(Medicare)’도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보험 청구 데이터를 분석한다. 지역 집중도, 진료 패턴을 기반으로 남용 건을 파악하는데 실제 사람이 전수조사 하기 어려운 물리적 한계를 AI를 통해 해소하고 있다.
AI 도입을 통해 추가로 기대하는 부분은 ‘데이터 기반 정책 결정’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캡제미니(Capgemini),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등은 AI 도입이 공공 기관의 관료제 문화가 만들어 낸 도덕적 해이와 그로 인한 잘못된 정책 결정을 개선할 수 있다고 보았다. 공무원이 자신의 고과나 승진을 위해 국가 전체의 이익이 아닌 상사의 입맛에만 맞는 정책을 기안한다거나, 선거 표심 확보만을 위한 ‘선심 쓰기’ 정책을 사전에 거르는 거름망이 된다는 것이다. 정보 오류, 담당자의 오판 등으로 잘못된 정책 결정을 내리는 경우에도 AI를 통한 교차 검증, AI 기반 분석을 통해 근거를 마련하는 등의 방법으로 더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
공공 영역의 AI 도입을 어렵게 하는 실행 단계의 문제도 존재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은 ①수집된 데이터의 효용성 ②정부의 AI 기술과 인력 수준 ③소규모 기업 위주의 AI 생태계 ④지적재산권에 대한 민간 영역과의 이해 차이 등 공공 조달 방식의 특수성 ⑤공공 조직의 경직적 문화를 AI 도입을 가로막는 5가지 어려움으로 보았다. 이 같은 업무상의 허들은 공공 기관으로 하여금 보다 적극적으로 AI를 도입하는 시도를 어렵게 만든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공공 서비스는 공정성과 형평성을 특징으로 한다. 따라서 AI를 설계하는 정책 당국은 AI가 가질 수 있는 편향성에 대해 충분한 사전 연구와 검토를 진행해야 한다. AI가 성별, 나이, 지역에 대한 고정 관념 등 잘못된 사회 통념을 습득하고 그를 기반으로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AI 설계자가 개인적인 또는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감독하는 별도 조직과 프로세스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편향성을 제거하기 위한 다양한 주체의 의견 수렴 과정도 주도해 나가야 한다.
국민들의 역할도 있다. 주도적 추진이 어려운 부분이지만 AI 공공 서비스에 대해 관계 당국에 지속적인 설명을 요청하고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유럽연합(EU)은 ‘개인정보보호규정(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에 AI 기반 의사 결정에 대한 ‘설명요구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투명하고 설명 가능한 AI 알고리즘만이 사회에 도입될 수 있다는 의지가 반영된 조항이다. 우리도 향후 공공 영역에 적용될 AI의 모델이 공공의 이익을 대변하는 합당한 모델인지 여부를 질문하고, 도입 시 예상되는 부작용도 공론화 하며, AI 설계의 주체가 되는 정책 당국을 끊임없이 감독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공공 AI 모델을 공정하고 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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