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옥 대표 "한복 지키려면…우리가 먼저 자주 입고 아껴야"

입력 2022-02-10 18:28   수정 2022-02-10 23:40

“한복은 ‘보자기’의 매력을 담고 있는 옷입니다. 서양에선 완성된 옷 형태에 사람이 들어간다면, 한복은 사람이 들어가야 옷 형태가 비로소 완성되는 거죠. 독특한 매력을 지닌 한복을 우리 것이라고 세계에 널리 알리려면 누구보다 우리 스스로가 먼저 자주 입고 아껴야 합니다.”

지난해 여름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선 ‘국민 MC’ 유재석이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 하니’에서 입고 나온 한복들이 화제가 됐다. 흔히 한복 하면 떠오르는 전통 문양의 자수와 원단, 저고리 형태와 현대적 정장이 만난 이 한복은 ‘한국 전통문화를 사랑하는 힙스터’라는 설정의 ‘유야호’ 캐릭터를 잘 살려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한복의 디자인을 맡은 사람은 박선옥 생성공간여백 대표(사진)다. 2020년 방영된 인기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악역 장대희의 한복 정장 디자인 역시 박 대표가 맡은 것으로 잘 알려졌다.

한복 대중화의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올해의 한복인’에 선정된 박 대표를 최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박 대표는 “이제는 한복의 멋이 세계적으로 받아들여질 때가 됐다”며 “한류 열풍이 한복 열풍으로도 이어지려면 우리가 가장 먼저 아껴야 한다”고 했다.

박 대표가 디자인하는 한복 정장들은 전통과 현대의 멋이 조화롭게 섞인 점이 특징이다. 형태는 전통적인 한복의 것을 살리되 원단과 소재는 관리가 편한 현대적인 소재를 사용한다. 일상 속에서도 편하게 관리하고 입을 수 있는 한복을 목표로 했다는 설명이다.

서양 복식과 구분되는 한복만의 ‘멋’은 무엇일까. 박 대표는 “여백의 미”라고 강조한다. 한 번 옷 형태가 정해지면 바꾸기 어려운 서양 복식과 달리 한복은 사람의 몸에 맞도록 ‘여백의 미’와 ‘공간’을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가 회사명을 생성공간여백으로 정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는 대학 시절엔 연극, 공연에 관심이 많았던 의상학도였다. 우연히 국악 동아리에 가입하면서 전통문화에 빠졌고, 졸업 후 궁중복식연구원에서 한복 교육을 받은 뒤 2004년 첫 한복 의상실을 열었다. 하지만 청년 시절부터 추구하던 ‘전통과 현대가 만난 한복’이 인정받는 데는 오랜 세월이 걸렸다고 했다.

“2013년에는 사업을 모두 접고 한동안 호주에서 생활하기도 했어요. 심혈을 기울인 한복들이 제대로 팔리지 않으니 참 속상했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때는 무척 큰 결심을 해야 했습니다. 다행히도 이태원 클라쓰에서 제가 디자인한 한복이 입소문을 타면서 기사회생할 수 있었죠. 우리 사회가 이젠 ‘변화한 한복’을 받아들일 수 있어 무척 다행입니다.”

최근에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한복이 중국 소수민족의 옷으로 소개돼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 대표는 “우리 것임을 알리려면 우리 스스로가 한복을 더욱 자주 입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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