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 위기는 더 심각합니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 국가는 천연가스를 주 에너지로 씁니다. 유럽 전체 수요량의 약 35%를 러시아가 공급하고 있죠. 문제는 가스 공급관이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를 통해 들어간다는 겁니다. 러시아가 가스관을 잠그면 유럽은 추위에 떨게 됩니다. 우크라이나 가스관이 전쟁 속에서 잘못되면 에너지 대란이 일어난다는 뜻이죠. 지난 2일 천연가스 선물가격이 하루 만에 16%나 급등했던 것도 이런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지난해 12월엔 같은 이유로 37.6% 오른 적도 있어요.
석유 가격 동향도 심상치 않습니다. 지난 4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배럴(158.9L)당 92.31달러에 거래됐어요. 2014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가격입니다. 브렌트유와 두바이유도 2014년 이후 최고치로 상승했어요.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 세계 경제는 발작합니다. 생산 비용을 끌어올리죠. 모든 것의 가격이 오른다는 뜻이죠.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생산비용이 오르면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나타납니다.
주식, 채권 등 금융시장도 불확실성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계 경제가 흔들리는데 투자 시장이 안전할 리 없지요. 안전자산을 찾으려 자금이 이동할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외국계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지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쏠려 있는 사이 중국이 대만해협에서 분쟁을 일으킨다면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어요.
로버트 케이건이 쓴 《밀림의 귀환: The Jungle Grows Back》이라는 책은 미국이 세계 경찰, 세계 정원사 역할을 포기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보여줍니다. 저자는 2차 대전 이후 세계는 미국 주도의 브레턴우즈 체제 아래에서 전례 없는 경제적 번영을 누렸다고 설명합니다. 평온한 정원이었다는 겁니다. 정원사가 사라지면 정원은 밀림이 되고 밀림에는 2차 세계대전 이전처럼 국가 간 약탈이 일어난다는 거죠. 미국 국민은 미국이 세계 경찰과 정원사 역할을 하는 데 세금을 쓰는 것에 반대합니다. 미국의 우크라이나 개입도 말뿐일 거라고 보는 시각은 그래서 나옵니다. 푸틴 대통령이 미국의 약세를 간파했다는 거죠. 우크라이나발 경제위기가 현실화될까요?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2. 우크라이나의 주요 곡물 생산량과 수출 규모를 검색해보자.
3. 떠오르는 강대국이 기존 강대국에 도전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토론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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