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IPO 투자심리 싸늘…새내기 상장사들 공모가 '뚝뚝'

입력 2022-02-14 17:36   수정 2022-02-15 00:34

상장 추진 기업들의 공모가가 공모희망가 하단에 형성되거나 그 밑으로 떨어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연초까지만 해도 공모희망가 최상단에 형성되던 분위기와는 180도 달라졌다. 기관투자가의 투자심리가 꺾이면서 지난해 수천 대 1까지 치솟았던 수요예측 경쟁률이 최근 두 자릿수로 뚝 떨어진 영향이다. 2020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기업공개(IPO) 시장의 호황기가 저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 10~11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골프거리측정기 개발사 브이씨는 191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해외 기관투자가는 44곳이 공모주를 신청해 선방했으나 국내 기관의 참여가 저조했다. 특히 국내 운용사와 투자중개기관의 10%에도 못 미치는 75곳이 수요예측에 나섰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골프 시장 호황과 실적 개선 등에 대한 기대로 수요예측 경쟁률이 1000 대 1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그사이에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이다. 이에 따라 공모가는 공모희망가(1만5000~1만9500원)의 최하단인 1만5000원에 결정됐다.

앞서 9~10일 수요예측을 실시한 스톤브릿지벤처스도 경쟁률이 20 대 1에 그친 탓에 희망공모가(9000~1만500원)보다 낮은 80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기관들의 공모주 외면 현상은 올해 들어 두드러지고 있다. 오는 21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식물세포 개발사 바이오에프디엔씨는 수요예측에서 74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참여기관 277곳 중 95곳(34%)만 희망가격(2만3000~2만9000원)의 최상단 이상을 써냈고 164곳(59%)은 최하단을 제시했다.

한 투자운용사 관계자는 “수요예측 때 참여율이 낮으면 증권사들이 친분이 있는 운용사들에 실제로 배정하지 않을 테니 가격을 높게 써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같은 바람잡이용 허수 신청 물량을 제외하면 대부분 참여 기관이 ‘공모가가 높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지난달부터 이어지는 증시 침체가 공모주 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상장하는 기업들은 코스피지수가 하락하기 전에 기업가치를 산정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공모가가 비싸게 책정됐다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약진도 다른 공모주에 악재가 됐다.

한 공모주 전문투자자는 “대부분 운용사가 LG에너지솔루션 투자로 올 한 해 목표 수익을 달성했기 때문에 앞으로 상장하는 기업들에는 보수적으로 접근하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수요예측 제도를 개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점도 기관투자가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LG에너지솔루션 청약 당시 자기자본 1억원의 소규모 운용사들도 수조원의 청약에 나섰다는 점이 문제가 되자 금융당국은 기관투자가들에 허수 청약을 자제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IB업계 관계자는 “기관들이 금융당국의 표적이 되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리고 있어 당분간 공모주 투자 열기가 사그라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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