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대 1 뚫어놓고 계약 포기 속출…송도 아파트에 무슨 일이?

입력 2022-02-16 10:41   수정 2022-02-16 12:49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 상승이 꺾이자 청약 시장에도 한파가 닥쳤다. 계약자를 찾지 못한 물량이 대거 늘어나면서 완판행진이 이어지던 '줍줍(무순위 청약)' 인기도 크게 떨어졌다.

16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1월 전국에서 청약 접수에 나선 35개 단지 가운데 1순위 마감에 성공한 단지는 65.7%에 해당하는 23개 단지에 그쳤다. '경주 엘크루 헤리파크' 등 9개 단지는 2순위 청약에서도 미달됐다.

청약 시장에 한파가 불면서 무순위 청약 물량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10월 23개 단지 591가구에 그쳤던 무순위 청약 물량은 11월 31개 단지 1031가구, 12월 31개 단지 1160가구, 1월 31개 단지 1332가구로 증가세다.
'선당후곰'은 옛말…무순위도 미달사태
무순위 청약 물량이 대거 늘어나면서 '선당후곰(일단 지원해 당첨된 뒤 고민한다는 뜻)' 열풍도 사라졌다. 무순위 청약에서도 미달에 그치는 단지가 발생한 것이다.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송도 센트럴파크 리버리치'는 지난 14일 네 번째 무순위 청약이 미달됐다. 전용 84B㎡형은 3가구 모집에 2명, 전용 84㎡F형은 5가구 모집에 4명만 지원했다. 송도에서 무순위 청약 미달이 발생한 것은 2년 만이다.

이곳은 지난해 10월 1순위 해당지역 청약에서 평균 경쟁률 53대 1을 기록했지만, 집값이 내림세로 돌아서자 정당계약에서 무더기 미계약 사태가 발생했다.

송도 센트럴파크 리버리치에 뒤이어 11월 분양에 나선 '송도 자이더스타' 역시 당첨자의 45% 수준인 약 530가구가 계약을 포기했다. 10년 동안 재당첨 기회가 제한됨에도 미계약을 선택한 것이다. 송도 자이더스타는 예비 당첨자를 대상으로 추가 계약을 진행했지만, 결국 지난 3일 84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최초 청약에서 입주자 모집에 성공했지만, 미계약 물량이 나오고 무순위 청약에서도 주인을 찾지 못하는 사례는 서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종로구 숭인동 에비뉴 청계Ⅰ은 지난 8일 6번째 무순위 청약 접수를 받았다.

관악구 신림동 신림스카이와 동대문구 장안동 브이티스타일도 각각 14일과 15일 5번째 무순위 청약 접수를 받았다. 이들 단지는 모두 최초 청약에서 입주자 모집에 성공했다. 하지만 최초 청약에 이어 무순위 청약에서도 미계약이 이어졌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수도권에서 무순위 청약이 나오면 청약자들이 몰렸다. 마트에서 쇼핑하듯 물량을 쓸어가는 듯한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분양하는 신축 아파트를 사면 입지와 관계없이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줍줍이라는 말도 그러한 맥락에서 나왔다. 하지만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꺾이며 고점 인식이 확산됐고, 강화된 대출규제와 금리인상 기조까지 맞물리면서 시장이 얼어붙었다.
"분양 경기 악화" 전망 속에도…'로또' 청약은 활기
이러한 시장 동향에 건설사들도 분양 악화를 점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15일 발표한 2월 분양경기실사지수(HSSI) 자료에 따르면 전국 HSSI 전망치는 전월 대비 4.7포인트 하락한 71.5다.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 연속 내림세이고, 2020년 9월 60.8 이후 1년 5개월 만의 최저치다. HSSI는 분양을 앞뒀거나 분양 중인 단지의 분양 실적 예상치를 나타낸 것으로, 100보다 낮으면 분양시장을 전망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의미다.

분양시장 열기가 식고 무순위 청약에서 미달 사태가 벌어졌지만, 그럼에도 인기가 뜨거운 곳은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전날 1순위 청약을 마친 세종시 ‘도램마을13단지 중흥S-클래스 그린카운티’에는 9만명 가까운 청약자가 몰렸다. 50가구를 공급하는 특별공급(기관추천분 제외)에선 1만6800여명이, 20가구가 마련된 1순위엔 7만200여명이 도전했다. 평균 경쟁률은 각각 337.4대 1과 3511.35대 1이다.

이 단지가 인기를 얻은 이유는 '수익성'에 있다. 전용 59㎡ 단일 면적을 1억4126만~1억4333만원에 분양한다. 최근 이 단지 전용 59㎡가 5억원 내외에 거래된 점을 고려하면 3억원 넘는 시세차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분양가가 저렴한 이유는 공공건설임대주택인 이 단지의 분양가가 8년 전에 확정됐기 때문이다. 임대의무기간이 지나 기존 임대인 대상으로 분양 전환을 했고, 남은 주택이 이번에 확정 분양가로 공급됐다.

10억원 넘는 '로또급' 시세차익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는 무순위 청약도 있다. 경기도 과천시에서는 올해 상반기까지 '과천위버필드', '과천자이', '제이드 자이' 등 7개 단지에서 196가구의 무순위 청약 물량이 나올 예정이다. 대부분이 경기도특별사법경찰단이 부정청약 등을 적발해 계약 취소를 통보한 물량으로, 최초 분양가 수준에 공급된다.

시장에서는 무순위 청약에 당첨될 경우 12억~15억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에 과천 옥탑방, 반지하 등 저렴한 단기 월세 매물도 자취를 감췄다. 무순위 청약 신청 자격이 ‘해당 시·군에 거주하는 무주택 가구 구성원’으로 제한됐을 뿐, 거주 기간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과천시는 무순위 청약에 의무 거주기간 2년을 적용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했지만, 국토교통부는 법 개정이 불가하다고 거부했다. 입주자 모집공고 전 주소지를 이전하면 청약 자격이 생기는 것이다.

업계는 향후 무순위 청약에서도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분양예정 물량이 대폭 늘어난 가운데 분양 시장이 침체되면서 무순위 청약 물량도 증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분양예정 물량은 43만3556가구로 지난해 31만4276가구 대비 37% 가량 늘어난다. 서울에서만 4만8360가구 분양이 예정돼 지난해 6020가구 수준을 감안하면 8배 가까이 공급이 늘어난다.

업계 관계자는 "집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지난해에 비해 공급 물량은 증가하고 투자수요는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무순위 청약 물량도 늘어날 전망"이라며 "대출규제와 금리인상으로 수요자들의 부담이 커진 만큼 양호한 입지환경을 갖춰 상당한 수준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면 무순위 미달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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