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를 수익률로"…순식간에 3500억 몰린 ETF

입력 2022-02-17 11:02   수정 2022-02-17 11:31

테마가 고갈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금융섹터 상품이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선물인버스 등 파생형 상품들이 수익률 상위를 독식하는 가운데 금융섹터 ETF는 선방한 성적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1월 3일부터 전일까지 수익률을 집계한 결과 보험과 은행, 금융 업종 관련 ETF가 8% 안팎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종목을 살펴보면 국내 유일한 보험 관련 ETF인 'KODEX 보험'이 8.88%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TIGER 은행'(8.37%)과 'KODEX 은행'(8.07%)이 바로 뒤를 이었다. 코스피200 구성종목 중 금융 관련 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KBSTAR 200금융'과 'TIGER 200 금융'의 수익률도 각각 7.50%와 7.24%로 집계됐다.

특히 시가총액이 2500억원 수준으로 다른 금융 관련 ETF 대비 높은 'KODEX 은행'의 경우 이 기간 3478억원의 거래대금이 몰렸고 거래량은 4432만주를 기록했다. 수급에선 기관과 외국인이 각각 73억원, 18억원 순매수했다.

그동안 금융섹터는 성장주에 가려져 좀처럼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나 세계적인 긴축 장세가 시작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작년 말부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지정학적 갈등이 부각되면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월가에선 당장 오는 3월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50bp(1bp=0.01%포인트) 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장 상황과 맞물려 금융주들은 수혜를 입게 됐다. 보험회사들은 운용자금 대부분을 채권에 투자하는데 금리가 오를 경우 이자수익이 커져 직접적인 수혜주로 꼽힌다. 은행들의 경우 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인 예대마진이 벌어져 수익성이 개선된다.

금융주의 지속적인 강세가 예상되는 만큼 전문가들도 ETF 투자에서 가치주 비중 확대를 조언한다. 김성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연내 금리 인상 전망이 6회에 육박하면서 기술주를 대변하는 나스닥 100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12MF PER)은 팬데믹 이전 수준(24.7배)으로 내려왔다"며 "높은 물가와 Fed의 긴축 전환이 변동성의 주된 이유로 작용하는 가운데 지정학적 긴장은 상단을, 호실적은 하단을 제약하는 장세가 전개 중"이라고 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적어도 3월 FOMC까지는 배당 성장, 저변동성 ETF 등을 통해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테마형 상품이 부진을 거듭하는 점도 금융섹터의 인기에 한 몫했다. 올 초 ETF 시장의 분위기는 전기·수소차와 메타버스 등 솔깃한 테마가 줄줄이 상장되던 작년과 사뭇 다르다. 야심차게 내놓은 ETF 종목들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어 운용사로선 새로운 상품을 기획하는 게 부담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한 자산운용사 ETF운용 담당자는 "투자자들이 잔잔한 섹터보다는 새롭고 혁신적인 듯한 테마에 몰리는 경향이 있지 않느냐"며 "현재 상장된 테마형 ETF 대부분이 혁신산업과 연관된 성장주들로 구성돼 있다보니 변동성 장세에 직격탄을 맞은 듯하다"이라고 했다.

실제로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를 비롯해 게임과 메타버스 등 한때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테마형 ETF들이 올 들어선 수익률 최하위를 기록 중인 상황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부터 전일까지 가장 낮은 수익률을 기록 중인 상품은 'TIGER KRX BBIG K-뉴딜레버리지' ETF다. 뒤이어 'KODEX 게임산업'을 비롯한 게임 관련 ETF 5종이 줄줄이 30% 육박한 손실률을 기록했고 'KODEX K-메타버스액티브'와 'KBSTAR iSelect메타버스'의 손실률도 각각 24.71%, 21.80%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은행과 보험, 소비재 등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의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은 종목에 초점을 맞춘 전략 ETF를 구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조재영 웰스에듀 부사장은 "국내 ETF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가치주나 고배당주 섹터는 빈약한 게 사실이다. 국내 보험 ETF가 단 한 개에 그친다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며 "지금 같은 시장 상황에선 인플레이션 민감도가 높은 업종에 초점을 맞추는 등 ETF 상품 다각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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