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핫이슈 된 안전…기업 '산재와의 전쟁'

입력 2022-02-20 18:17   수정 2022-02-21 01:04

전기밥솥 등을 생산하는 쿠쿠전자는 최근 경남 양산공장 공작기계 설비를 자동화하고 노후 장비를 교체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최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을 고려해 혹여 있을지 모를 안전사고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회사 관계자는 “예측 가능한 문제를 찾아 광범위한 메뉴얼을 마련하고 있다”며 “국제표준 안전보건 경영시스템(ISO) 취득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ISO 45001은 작업자 안전을 위한 산업보건 및 안전관리 경영시스템의 ISO 국제표준이다.
산업 안전 전담조직 만드는 기업들
20일 업계에 따르면 쿠쿠전자 같은 중견·중소 가전업체들이 산업재해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중대재해법이 건설 화학 등 산업재해가 잦은 업종이나 10대 그룹에 포함되는 대기업만의 이슈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중대재해법에 따르면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1년 이하 징역이나 10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그뿐만 아니라 산업재해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도 맥이 닿아 있다. 중대재해가 발생하거나 산업재해율이 높아지면 ESG 평가에서 감점을 받게 된다.

코웨이는 지난해 3월 산업안전팀을 신설하고 안전사고 예방에 집중하고 있다. 코웨이는 코디로 불리는 방문판매 직원의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수천 명에 달하는 코디들이 외부에서 일하다가 안전사고를 당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방문 판매원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도 중대재해법의 적용을 받는다”며 “안전과 보건 교육을 대폭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안마의자로 유명한 바디프랜드도 최근 안전보건전담팀을 신설했다. 주요 공장과 물류센터의 안전시설을 점검하고 안전화·안전모 등 기본 안전장비를 지급하기 시작했다. 바디프랜드 관계자는 “주요 제조 공장이 중국에 있어 국내에선 물류창고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화재 위험을 가장 신경 쓰고 있다”며 “정기적으로 점검 및 훈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SK네트웍스의 가전 렌털 자회사인 SK매직 역시 올초 본사 경영전략본부에 중대안전사고대응팀을 신설했다. 주요 제품을 생산하는 화성공장의 안전사고 관리팀(SHE팀)과 별도로 모든 사업장의 안전, 보건 관리와 재해 예방에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수기 업체인 청호나이스는 사내 제조본부장을 위원장으로 한 안전보건위원회를 꾸리고 안전 전담부서 신설을 준비하고 있다.
“산업재해 많은 기업엔 주주권 행사”
전문가들은 ESG 경영 차원에서 산업재해를 관리하는 기업이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재해는 ESG 평가기관들이 S(사회) 부문에서 눈여겨보는 항목이다. 세계 최대 평가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근로자 건강·안전’이 S 평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최대 13%(에너지 업종)에 달한다. 산업재해율이 갑자기 높아진 기업은 감점 처리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근로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타격이 더 커진다. ‘사회적 논란(controversy)’ 항목에서 추가로 점수를 잃게 된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등 주식 시장의 큰손들도 산업재해 이슈를 눈여겨보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에서 아시아지역 스튜어드십팀을 이끄는 원신보 본부장은 “중대재해법 시행을 기점으로 주주총회에서 들여다보는 ESG 이슈에 산업재해를 포함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경제 규모에 비해 산업재해가 잦은 국가로 분류된다”며 “의결권 행사를 통해 기업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겠다”고 강조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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