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작곡돌'로 불리던 그룹 (여자)아이들 전소연이 '방과후 설렘' 경연곡 '썬(SUN)'의 표절을 인정, 커리어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됐다. 무엇보다 표절 의혹이 불거진 이후 크레딧에 상대 작곡가의 이름을 동의 없이 올리는 등 창작자의 권리를 가벼이 여긴 후속 대처에 실망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표절 의혹이 불거진 건 지난 27일 MBC '방과 설렘'에서 전소연이 작사·작곡한 경연곡 '썬'이 공개되면서다. 방송 이후 해당 곡이 그룹 에이티즈의 '웨이브(WAVE)'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웨이브'는 에이티즈의 대표곡 중 하나로 꼽힌다. 청량한 분위기에 중독성 강한 후렴구가 인상적인 곡으로, 데뷔 때부터 이들을 프로듀싱해 온 작곡가 이든이 속한 팀 이드너리(Eden-ary)가 만들었다. 강렬하고 거친 퍼포먼스로 대표되는 에이티즈의 색다른 매력을 엿볼 수 있어 팬들도 좋아하는 노래. 지난 1월 콘서트에서도 에이티즈는 '웨이브' 무대를 선보였다.
전소연이 만든 '썬'의 후렴구는 '웨이브'가 쉽게 연상될 정도로 멜로디가 상당 부분 흡사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썬'에 이드너리는 참여하지 않았다. 즉, 표절인 셈이다.
'방과후 설렘' 방송 당시 '썬'의 작사에는 소연, 작곡에는 소연·팝타임만이 이름을 올렸으나, 이후 표절 논란이 일자 음원사이트 작곡가에 '웨이브' 작곡가인 이드너리가 추가됐다. 하지만 이 또한 이드너리와 합의가 되지 않은 내용이었다.
이에 이드너리 소속사 KQ엔터테인먼트는 "당사는 물론 이드너리와도 어떠한 사전 논의가 없었다"며 "고유한 작업 활동을 하는 창작자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속히 잘못된 정보가 바로 잡히길 바라며 이에 대한 무분별한 추측은 자제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논란이 거세지자 결국 큐브엔터테인먼트와 전소연도 입장을 전했다.
큐브엔터테인먼트는 "해당 곡과의 유사성을 인정하는 만큼 크레딧 수정이 당연시돼야 한다고 판단, 소연이 해당 작곡가분께 상의 드린 후 제작사를 통해 크레딧 수정을 요청한 바 있다. 이후 발매 한 시간 전 크레딧 추가에 대해 작곡가의 소속사 측에서 반대 입장을 주셨고, 제작사를 통해 재수정 요청했으나 미처 반영되지 못한 채 발매됐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작곡가의 소속사와 구체적인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 크레딧 수정이 우선시 된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향후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전소연 또한 팬 커뮤니티를 통해 "방송 종료 후 제기된 유사성에 대해 일부분의 유사성이라도 사과를 드림이 마땅하다고 생각돼 논란이 된 곡의 작곡가분에게 해당 상황을 알려드리고 사과드렸다. 이에 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 작곡가와 아티스트, 그리고 팬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내용을 종합하면, 전소연은 방송이 나간 후 표절 의혹을 접하게 됐으며 '웨이브' 작곡가에게 연락을 취해 사과했다. 본인 또한 유사성을 인정했기 때문에 크레딧에 이드너리를 추가했다. 그러나 이는 상대와 협의에 도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된 것이었다. 이드너리 측의 피드백이 온 건 '썬' 음원 발매 한 시간 전. 크레딧에 추가하지 말아달라는 것이었다. 이에 전소연 측은 제작사 측에 재수정을 요청했으나 결국 반영되지 않은 채로 음원이 공개됐다. 음원사이트 크레딧에는 여전히 '썬'의 작곡가로 이드너리가 올라가 있다.
그간 전소연은 (여자)아이들의 데뷔곡 '라타타'를 시작으로 '오 마이 갓', '한', '화', '덤디덤디' 등 히트곡을 직접 작사·작곡하며 팀의 색깔을 확고히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뿐만 아니라 타 가수의 작업에도 참여하면서 '천재 작곡돌'로 주목을 받았다.
전소연은 자작곡을 타이틀로 내세우는 것에서 나아가 앨범 프로듀싱까지 참여하며 프로듀서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멤버들 또한 전소연을 믿고 따르며 (여자)아이들은 '자체 프로듀싱돌'이라는 수식어를 얻을 수 있었다. 팀의 음악적 색깔을 멤버가 직접 구현해낸다는 것은 (여자)아이들의 자신감이자 자부심이었다.
하지만 이번 표절 논란에서 전소연이 보여준 행동과 관련해서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크레딧에 이름을 넣고 빼는 것만으로 창작자의 권리를 전부 존중한 거라고 생각한 걸까. 곡을 만드는 사람이라면 누구보다 저작권 인식과 창작자 권리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고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전소연은 그간 '방과후 설렘'에서 촌철살인 조언을 아끼지 않아 인기를 끌었던 바, 앞으로 가요계에서 활동할 후배들에게 멘토 역할을 자처해왔던 그의 미숙한 대처가 더욱 실망스럽기만 하다.
(여자)아이들은 오는 14일 컴백을 앞두고 있다. 멤버 수진이 학폭 논란으로 팀을 탈퇴한 이후 첫 컴백이자 (여자)아이들의 첫 번째 정규앨범 발매로 음악 팬들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 정규 1집의 타이틀곡 또한 전소연이 직접 작곡·작사·편곡했다. 팀으로서도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될 이번 컴백에서 전소연이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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