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민주 정부' 기준은 집권당이라는 靑

입력 2022-03-02 17:16   수정 2022-03-03 00:12

“당연히 1987년 이후 대한민국 정부가 민주주의 정부지만….”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일 라디오 방송에서 논란이 된 문재인 대통령 3·1절 기념사의 ‘첫 민주 정부는 김대중 정부’ 발언에 대해 이같이 운을 뗐다.

박 수석은 1987년 직선제 개헌 직후 선출된 노태우 정부나 직선제 이후 첫 문민정부인 김영삼 정부에 대해 “형식적으로 민주주의였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김대중 정부는 위대한 국민의 힘으로 처음으로 평화적 정권 교체를 이뤘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자신 있게 민주주의 국가라고 선언했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기념사에서 “대한민국이 수준 높은 문화의 나라가 됐다”며 “첫 민주 정부였던 김대중 정부는 자신감을 가지고 일본 문화를 개방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뿌리를 두고 있는 문민정부를 애써 무시하려는 것인가”라고 반발했다.

문 대통령이 과거에 ‘민주 정부’라는 말을 꺼내든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요즘 이 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주로 쓰고 있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에 이어 “4기 민주 정부를 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민주당 정부’만이 민주 정부라는 주장이다.

문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한 과거 발언과도 차이가 크다. 문 대통령은 2017년 김 전 대통령 2주기 추도식에서 “김영삼 대통령이 40여 년의 민주화 여정을 거쳐 도달한 곳은 군사독재의 끝, 문민정부였다”며 “문민정부가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 남긴 가치와 의미는 결코 폄하되거나 축소될 수 없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현철씨와 손자인 인규씨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캠프에 합류한 상태다. 현철씨는 캠프 특별고문을, 인규씨는 청년 보좌역을 맡고 있다. 현철씨는 “현 정권은 내로남불과 후안무치의 극치” “정권 교체는 시대정신” 등 문재인 정부를 향해 날을 세운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내고 있다. 더욱이 국민의힘은 윤 후보를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계승자’로 내세우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윤 후보에 대해 “5·18 민주화운동 특별법 제정에 앞장섰던 김영삼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했다”고 선언했다.

이런 와중에 나온 문 대통령의 발언은 선거 개입 논란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김부겸 국무총리와 함께 이 후보 유세지인 대구·경북을 찾는 등 가뜩이나 관권선거 의혹을 받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선거 운동’을 벌이는 정부, 그리고 여기에 힘입어 출범하는 차기 정부라면 국제사회에서 자신 있게 ‘민주주의 국가’라고 선언하기는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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