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무서워…" 택시서 뛰어내린 여대생 마지막 카톡 공개

입력 2022-03-08 09:56   수정 2022-03-08 09:57


포항서 달리던 택시에서 뛰어내려 숨진 여대생 A 씨 친동생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렸다.

지난 7일 A 씨 친동생 B 씨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누나의 사망과 관련한 기사가 인과관계를 생략하고 보도되고 있어 누나가 왜 그런 무서운 선택을 했는지 사람들이 함부로 상상하고 이야기한다"며 글을 올렸다.

이어 "사람들이 잘못된 정보로 오해하고 있을 것 같아 하나뿐인 동생으로 죽을 만큼 고통스럽고 진실을 밝히고 싶다"고 말했다.

청원인 B 씨는 "출발 직후 목적지와 다른 낯선 곳으로 향하자 누나가 택시 기사에게 멈춰달라고 요청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B 씨에 따르면 극도의 불안감을 느낀 A 씨는 남자친구에게 "이상한 데로 가 택시가" "나 무서워. 어떡해. 엄청나게 빨리 달려" "말 걸었는데 무시해" 등의 문자를 보냈다.

또 여러 차례 멈춰달라는 요구를 묵살당한 A 씨는 남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고, 두 사람은 약 1분간 통화했다. 청원 글에 따르면 이때 남자친구는 A 씨가 택시 기사에게 세워 달라고 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택시 기사의 응답은 들리지 않았고, 남자친구가 A 씨에게 "전화를 기사에게 바꿔달라"고 말한 몇 초 뒤 '쿵' 소리와 함께 연락이 끊겼다고 한다.

청원인은 "어둡고 낯선 길에 빠르게 달리는 택시 안에서 누나는 극도의 공포감과 생명의 위협을 느껴 차에서 뛰어내리는 선택을 했고 의식이 있는 상태로 뒤따라오는 차량과 충돌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누나는 웃음기 많고 화목한 우리 가족에게 가장 소중한 비타민이었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털털하고 웃음이 많기로 유명한 친구였다"며 "주사 맞는 것도 무서워할 정도로 겁이 많은 누나가 그렇게 무서운 선택을 할 정도였으면 그 상황이 얼마나 무서웠을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이 사고가 누나의 잘못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 제가 누나를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생각해 청원 글을 작성한다"며 "스무살 우리 누나가 왜 달리는 택시에서 뛰어내려야만 했는지 밝고 건강한 우리 누나의 죽음을 바로잡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포항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8시45분쯤 A 씨는 남자친구의 도움을 받아 KTX 포항역에서 택시에 탑승한 뒤 택시가 목적지인 대학 기숙사가 아닌 방향으로 이동하자 문을 열고 내렸다.

이후 A 씨는 뒤따라오던 후속 차량에 치였고, 긴급출동한 소방 당국에 의해 심폐소생술 등을 받았지만 결국 숨졌다.

김현덕 한경닷컴 기자 khd998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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