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에 패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자신의 정치적 운명을 두고 ‘중대기로’에 서게 됐다. 당내 지지 기반이 약해 차기 대선에서 다시 후보 자리를 꿰차기가 만만치 않은 데다 성남 대장동 특혜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선 ‘사법 리스크’에 휘말릴 수 있다. 하지만 정권교체 여론이 컸던 이번 대선에서 ‘박빙 승부’를 하면서 ‘이만 하면 잘 싸웠다’는 여론이 형성될 경우 이 후보가 당내 지지 기반을 확보하고 차기 대선에서 재도전을 노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 개표상황실 분위기는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출구조사 발표 직전까지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서울 여의도 일대에선 이 후보가 윤 후보에게 큰 표 차로 뒤진다는 미확인 루머가 파다했다. 의원들은 오후 6시30분을 전후해 하나둘 상황실로 와서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기다렸다. 일부 의원은 “그동안 고생했다”며 서로를 격려했지만 선거 결과를 언급하는 이는 없었다. 한 재선 의원은 “어떡하겠나. 결과가 나오면 나오는 거지”라고 말했다.

긴장한 분위기는 출구조사 발표와 동시에 흥분으로 뒤바뀌었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전 대체로 열세를 보였던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진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개표 초반, 이 후보가 크게 표차를 벌리자 한 의원은 격양된 목소리로 “여론조사 업체 다 문을 닫아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3%포인트 차이를 유지하던 표차가 오후 11시를 전후로 급격하게 좁혀지자 의원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역전이 이뤄진 직후에도 김용민 민주당 수석최고위원은 “아직 관외 사전투표와 확진자 투표가 남아 있다”며 “더 지켜보자”고 말했다.
오전 2시, 개표율이 80%를 넘긴 가운데 표차가 25만 표까지 벌어지자 선대위 당직자들 사이에서는 후보의 승복 선언을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일부 의원은 자리를 떠났다. 한 여성 의원은 “결국 딱 서울 표차이만큼 진 것”이라며 “부동산이 참”이라고 말을 흐렸다.
이 후보는 정치 인생에서 중대한 갈림길에 설 수밖에 없게 됐다. 당분간 정치적 휴지기를 가지며 여러 행보를 고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당내 세력 기반이 약한 것을 고려할 때 새로운 정치적 활로를 뚫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일각에서 나온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제 민주당 내 견고한 친문(친문재인) 세력들이 (윤석열 정부를 상대로) 대여 투쟁에 나설 가능성이 큰데, 여기에 이재명의 자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의 정치 행보는 험난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도 “이 후보는 원래 중앙정치 기반이 없는 데다 선거과정에서 의혹이 너무 많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반면 근소한 표 차이로 석패한 만큼 ‘정치적 공간’이 마련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정권교체 여론이 거셌던, 매우 어려웠던 선거에서 이 정도면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올 수도 있다”며 “2024년 총선에 나서 차기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고은이/전범진/김인엽 기자 koko@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