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코로나19가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훗날 코로나19의 한가운데 있던 시절의 한 단면을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마치 프랑스의 아름다운 시절을 뜻하는 벨 에포크처럼.
K팝은 그 선두에 있다. BTS(방탄소년단) 열풍을 배경으로 하이브는 수십조원의 시가총액으로 증시에 입성했다. 또 원더걸스가 못한 글로벌 시장 정복을 해낸 블랙핑크 멤버들은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이 됐다. 엔씨소프트, 크래프톤 등 게임 회사들도 시가총액 상위에 이름을 걸어놓고 있다.
이런 영역을 통틀어 문화산업이라고 부른다면 수백조원 규모의 산업이 됐다. 앞으로 5년 후에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을 산업을 꼽으라면 문화산업이 가장 확실하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한국의 문화산업이 선순환궤도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문화를 수출하는 나라는 지구상에 몇 개 없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미국 문화는 식상해졌고, 유럽 문화는 대중에게 다가가기 힘들었다. 이 틈을 K콘텐츠가 파고들었다. 서구 300년의 발전을 50년에 압축적으로 이뤄낸 과정은 상상력의 원천이 됐다.
이 믿지 못할 성공은 때로는 불안감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19세기 말, 20세기 초 벨 에포크를 떠올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 유럽사에서 드물게 전쟁이 없던 시절이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고, 문화가 꽃피웠다. 인상파 화가들과 낭만주의 음악가의 전성기였다. 하지만 1차대전의 시작으로 아름다운 시절은 막을 내렸다.
지난 몇 년간 한반도에도 전쟁 위협이 없었다. 이 시기 K컬처, K배터리, K바이오 등은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5월이면 새 정부가 들어선다. 세계를 휩쓸고 있는 K컬처 열풍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사라예보의 총성과 같은 변수는 없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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