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K컬처의 벨 에포크는 언제까지

입력 2022-03-16 17:32   수정 2022-03-17 00:23

2020년 봄. 주식시장은 코로나19 공포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시세판을 들여다보다 키다리스튜디오란 종목을 발견했다. ‘이 이상한 이름의 회사는 뭐지’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알아보니 웹툰 업체였다. 중년층은 만화방에서 만화를 봤지만 젊은이들은 돈을 내고 웹툰을 본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연간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게 신기했다. 그 신기함을 담아 기사를 썼다. 당시 키다리스튜디오 주가는 5000~6000원 정도였다. 이후 주가는 세 배가량 올랐다.

지금은 코로나19가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훗날 코로나19의 한가운데 있던 시절의 한 단면을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마치 프랑스의 아름다운 시절을 뜻하는 벨 에포크처럼.
수백조원의 산업이 된 문화
이 시기 K컬처는 꽃을 피웠다. 지난해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는 ‘만화(manhwa)’가 새로운 단어로 정식으로 등록됐다. 무한한 상상에 기반한 한국 웹툰이 세계적으로 확산된 결과다.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등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도 세계 시장을 휩쓸었다. 드라마에서는 ‘오징어 게임’을 빼놓을 수 없다. 넷플릭스에서 유일하게 모든 국가 차트 1위를 점령하는 기록까지 세웠다. 제이콘텐트리 에이스토리 등 드라마 제작 업체들은 세계적 기업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게 됐다. 이 회사들의 주가도 코로나19 시기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영화에서는 봉준호의 ‘기생충’이 아카데미상 4개 부문을 석권하며 국민에게 전율을 선사했다.

K팝은 그 선두에 있다. BTS(방탄소년단) 열풍을 배경으로 하이브는 수십조원의 시가총액으로 증시에 입성했다. 또 원더걸스가 못한 글로벌 시장 정복을 해낸 블랙핑크 멤버들은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이 됐다. 엔씨소프트, 크래프톤 등 게임 회사들도 시가총액 상위에 이름을 걸어놓고 있다.

이런 영역을 통틀어 문화산업이라고 부른다면 수백조원 규모의 산업이 됐다. 앞으로 5년 후에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을 산업을 꼽으라면 문화산업이 가장 확실하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한국의 문화산업이 선순환궤도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문화를 수출하는 나라는 지구상에 몇 개 없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미국 문화는 식상해졌고, 유럽 문화는 대중에게 다가가기 힘들었다. 이 틈을 K콘텐츠가 파고들었다. 서구 300년의 발전을 50년에 압축적으로 이뤄낸 과정은 상상력의 원천이 됐다.
문화경쟁력에 새 정부 역할 커
콘텐츠가 성공하자 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주가가 오르고, 상장을 해서 번 것뿐만이 아니었다. 넷플릭스 등은 적은 비용으로 히트작을 만들어내는 한국에 돈을 뿌려대기 시작했다. 이 밑천은 확장의 도구가 됐다. 외국 연예기획사와 웹툰 업체들을 사들이며 영토를 넓히고 있다.

이 믿지 못할 성공은 때로는 불안감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19세기 말, 20세기 초 벨 에포크를 떠올리는 것도 같은 이유다. 유럽사에서 드물게 전쟁이 없던 시절이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고, 문화가 꽃피웠다. 인상파 화가들과 낭만주의 음악가의 전성기였다. 하지만 1차대전의 시작으로 아름다운 시절은 막을 내렸다.

지난 몇 년간 한반도에도 전쟁 위협이 없었다. 이 시기 K컬처, K배터리, K바이오 등은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5월이면 새 정부가 들어선다. 세계를 휩쓸고 있는 K컬처 열풍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사라예보의 총성과 같은 변수는 없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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