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한국엔 머나먼 프리츠커賞

입력 2022-03-17 17:22   수정 2022-03-18 00:15

‘Less is More(간결한 것이 아름답다)’는 모더니즘 미학을 관통하는 경구다. ‘근대 건축 3인방’으로 불린 반 데어 로에가 자신의 건축세계를 함축한 말로 유명하다. 20세기 대표 재료인 철·유리만 사용해 ‘비움으로써 채우는’ 건축 철학을 완성한 그에게 꼭 들어맞는다.

잇따른 패러디는 불가피한 유명세다. ‘Less is Bore(간결한 것은 지겹다)’, ‘Just enough is More(충분한 게 낫다)’ 등은 반기를 든 경우다. ‘More with Less(환경친화적 건축 추구)’는 현대 소비사회에 대한 경고를 담기도 했다. 건축이 공학인 동시에 인문학·철학과 불가분임을 새삼 알 수 있다. 결국 건축은 한 사회의 포괄적 문화 수준을 보여주며, 이런 역량이 축적돼야 건축강국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사실도 분명하다.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賞) 수상자 국적만 봐도 그렇다. 1979년 첫 시상 이후 대부분 수상자는 미주와 유럽 출신이다. 일본(8명)만 특별한 경우였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중국, 인도로 수상자 저변이 넓어지더니, 그제는 아프리카 최초의 수상자가 나왔다. 부르키나파소 출신인 프란시스 케레(56)가 그 주인공이다. 고향에 흔한 흙과 나무를 주재료로 학교·도서관 등 공공건축물을 지어 지역사회에 헌신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이 때문에 한국 건축가의 프리츠커상 첫 수상에 대한 갈증은 더 깊어졌다. 안도 다다오 등 프리츠커상 수상자들 작품이 우리나라 곳곳에 현상 공모로 지어지고 있는 사정과는 별개로 한국의 수상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매년 40여 개국, 500명 이상의 후보자 리스트에 과연 한국 건축가가 얼마나 올라가는지 알 수 없다.

한국엔 건축사(士) 자체가 적긴 하다. 인구 1000명당 0.27명(2016년 기준)으로, 덴마크(1.78명) 독일(1.33명) 프랑스(0.45명) 등에 한참 못 미친다. 하지만 정답은 “건축계획이 건물로 구현되는 것은 사회적 과정”(서현 서울대 교수)이란 말에 숨어 있다. 저가 경쟁을 부추기는 공공건축의 최저가 낙찰제, 설계가 시공사 일감의 일부가 돼버리는 턴키발주제도 등이 문제다. 한국이 세계 최고의 시공능력을 인정받는 점을 상기하면 모방과 추종은 잘해도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능력이 부족한 탓이기도 하다. 한국 경제 전반이나 건축이나 한 단계 질적 도약을 위해 똑같이 풀어야 하는 숙제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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