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르렁 컥컥 푸~' 심한 코골이, 놔두면 고혈압·뇌졸중·당뇨 위험 [이선아 기자의 생생헬스]

입력 2022-03-18 17:13   수정 2022-03-28 16:40


사람은 인생의 3분의 1을 잠자면서 보낸다. 수면은 하루 동안 쌓인 피로를 해소하고 에너지를 충전해줄 뿐 아니라 뇌에 축적된 노폐물을 씻어내고 신체 면역력을 강화한다. 잠만 제대로 잘 자면 병에 잘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잠자는 동안 숨을 쉬지 않는 ‘수면무호흡증’부터 잠드는 데 어려움을 겪는 ‘불면증’, 잠을 자면서 비정상적 행동을 하는 ‘수면행동장애’ 등 수면장애로 고생하는 환자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수면장애를 ‘나쁜 잠버릇’이라고 단순하게 여겼다간 뇌졸중, 당뇨 등 심각한 병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수면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세계수면학회가 정한 ‘세계 수면의 날’(18일)을 맞아 수면장애에는 어떤 종류가 있는지, 어떻게 진단하고 치료하는지, ‘건강한 잠’을 자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알아봤다.
성인 남성 27%가 수면무호흡증
수면장애는 잠을 자는 시간뿐 아니라 잠자리에 들기 전부터 낮에 일상생활을 하는 시간에 이르기까지 수면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뜻한다. 잠자고 일어나는 시간이 지나치게 이르거나 불규칙한 ‘일주기 리듬 수면장애’, 잠을 아무리 자도 계속 졸린 ‘과수면증’, 잠에 들기 어려운 ‘불면증’, 수면 중 잠꼬대를 하고 움직이는 ‘렘수면행동장애’ 등이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0년 수면장애로 인해 병원을 찾은 사람은 67만4595명이었다. 5년 전(45만6124명)에 비해 47.9% 늘어났다.

‘수면무호흡증’은 대표적인 수면장애다. 이름 그대로 자다가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는 병이다. 자는 도중 목 안의 공간과 상기도가 좁아져서 숨을 쉬지 않는 상태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수면무호흡증 환자들은 자다가 숨이 막혀 컥컥대다가 ‘푸’ 하면서 숨을 몰아쉬는 것을 반복한다. 국내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2020년 기준 9만3697명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내 40~69세 인구 중 남성의 27%, 여성의 16%가 수면무호흡증을 앓고 있다는 질병관리청의 보고도 있다.


수면무호흡증 환자 중에선 잠잘 때 ‘드르렁’ 소리를 내며 코를 고는 경우도 많다. 수면무호흡증과 코골이의 원인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코골이는 자는 동안 목 안 근육에 힘이 빠지고 기도가 좁아지면서 나타난다. 좁아진 틈 사이로 공기가 통과하면서 진동을 만든다. 코골이 소리가 사실은 코가 아니라 목에서 나는 것이다. 정유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대한수면학회장)는 “잘 때 코를 고는 사람들의 약 70%는 수면무호흡증이 있다”고 말했다.

수면무호흡증과 불면증을 함께 앓는 경우도 많다. 주은연·최수정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팀이 2020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6개월 이상 불면증을 호소한 성인 남성의 56%가 수면무호흡증을 앓았다. 여성 불면증 환자의 35%도 수면무호흡증이 있었다.
비만·고혈압 환자는 더 취약
수면무호흡증은 왜 생길까.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비만’이다. 목 부위에 지방이 쌓이거나 혀, 편도 등의 조직이 정상보다 커지면서 목 안의 공간이 좁아진다. 그러면서 수면무호흡과 코골이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선천적으로 다른 사람에 비해 턱이 작거나 목이 짧고 굵은 사람들도 수면무호흡증을 앓기 쉽다. 정 교수는 “평소 코골이가 심한 경우, 나이가 많고 혈압이 높은 경우, 비만인 경우에는 병원을 찾아 수면무호흡증이 있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수면무호흡증이 의심된다면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다. 몸에 각종 센서를 부착한 뒤 병원에서 하룻밤을 자며 뇌파, 안구운동, 근육 움직임, 호흡 등을 종합적으로 측정하는 방식이다. 자는 동안 몇 번이나 코를 고는지, 얼마나 움직이는지 등도 기록한다. 보통 1시간에 다섯 번 이상 숨을 쉬지 않으면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한다. 몽유병처럼 자는 동안 말을 하거나 움직이는 렘수면행동장애 등을 감별하기 위해 비디오 뇌파검사를 함께 진행하기도 한다.

수면다원검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선 검사 전 잠을 방해할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 검사 전날에는 평소와 같은 시간에 자고, 당일에는 낮잠, 음주, 커피, 과도한 운동 등을 피해야 한다. 최윤호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과 교수는 “이전에는 수원다원검사가 비쌌는데, 2018년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수면 관련 검사와 치료를 더 쉽게 받을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수면다원검사 비용은 보통 10만~15만원이다.
임신부가 수면무호흡증이면 태아도 위험
수면무호흡증이 그렇게 불편하지 않다고 놔뒀다간 다른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1차적으로는 수면 중 산소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만성피로가 생긴다. 잠을 자도 계속 졸리기 때문에 낮에 일상생활을 하는 데 지장이 간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두통을 느끼기도 한다

수면무호흡증이 심하면 뇌졸중, 고혈압 등 심혈관질환으로까지 발전한다. 산소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수면무호흡증이 당뇨를 유발한다는 연구도 있다. 자는 도중 기도가 막히면 뇌가 중간중간 깨고 포도당을 소모한다. 그러면 신체는 부족한 포도당을 채우기 위해 혈당을 높인다.

임신부가 수면무호흡증을 앓으면 태아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는 보고도 있다. 태아가 자궁 안에서 성장하는 속도를 늦추고 조산, 저산소성 뇌 손상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임신부 본인도 고혈압과 당뇨, 자간전증(임신 중 고혈압), 태반 박리(분만 전 태반이 자궁에서 미리 떨어지는 병)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수면무호흡증과 코골이는 보통 양압기 착용으로 치료할 수 있다. 잠잘 때 기계로 기도에 공기를 넣어주는 방식이다. 양압기는 예전엔 200만원이 넘는 고가였지만, 2018년 수면다원검사와 함께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매달 약 2만원의 임대료를 내면 쓸 수 있게 됐다. 체중 감량도 수면무호흡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심하면 좁아진 기도를 넓히는 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 박상철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기도의 좁아진 부위에 따라 코·편도·인두 등을 넓히는 수술적인 치료로 수면무호흡증을 개선할 수 있다”고 했다.
역류성 식도염 있다면 왼쪽으로 누워 자야
평소 숙면을 방해하는 행동을 피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정 교수는 “술을 먹으면 쉽게 잠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알코올은 오히려 깊은 잠을 자는 데 방해가 될 뿐”이라며 “코골이와 수면무호흡 증상도 악화할 수 있다”고 했다.

잠들기 전 과격한 운동도 피해야 한다. 운동을 하면 몸이 지치면서 쉽게 잠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운동은 교감신경을 활성화하면서 신체를 흥분한 상태로 만든다. 정 교수는 “잠자리에 들기 최소 3~4시간 전에는 운동을 마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잠들기 전 카페인이나 과도한 수분을 섭취하는 것도 숙면을 방해한다.

잠자는 자세도 ‘수면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 수면무호흡증이 있다면 하늘을 쳐다보고 누워서 자는 것보다 옆으로 눕는 게 좋다. 똑바로 누우면 중력으로 인해 입 안 구조물이 아래쪽으로 내려가고, 목 안 공간이 더 좁아지기 때문이다.

위·식도 역류질환이 있다면 오른쪽보다 왼쪽으로 돌아누워 자는 게 도움이 된다. 사람의 위는 몸 왼쪽에 있는데, 오른쪽으로 누우면 위가 위쪽으로 올라오면서 위산이 역류하게 된다. 반대로 왼쪽으로 누우면 위가 아래쪽에 위치하면서 위산 역류가 덜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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