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건 없이 만나자"면서 주렁주렁 조건 만드는 文정부

입력 2022-03-24 17:31  

신·구 권력이 마주 달리는 기관차 같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윤석열 당선인에게 “다른 이들의 말을 듣지 말고 직접 판단해주기 바란다”며 “당선인이 대통령을 예방하는 데 협상과 조건이 필요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고 했다. 회동 공전 이유를 이른바 ‘윤핵관(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 등 측근 탓으로 돌렸다. 자칫 윤 당선인의 판단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도 비칠 수 있다. 그러자 윤 당선인은 “차기 정부와 일해야 할 사람을 마지막에 인사 조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인사권 문제를 집 매수인과 매도인의 관계로까지 비유하는 등 정면 반박했다. 크나큰 인식의 괴리만 새삼 확인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그제도 “조건 없이 만나자”고 했다. 하지만 그런 조건을 만들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청와대와 여당이 아닌가 싶다. 임기가 한 달 반밖에 안 남은 정권이 상식과 관행을 벗어나 감사위원 인사권을 행사하겠다고 고집하는 것부터 그렇다. 현재 감사위원은 재적 7명 중 5명이 재임 중이고 3명이 친여 인사다. 공석인 두 자리 중 한 자리에만 친여 인사를 꽂아 넣으면 정권이 바뀌어도 감사원을 장악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탈원전, 청와대 특활비 등 현 정권에 대한 감사가 어려워질 게 뻔하다. 그런 의도라면 윤 당선인으로선 더욱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개혁이란 허울 아래 검찰을 정권 하수인처럼 만들어 놓고 여당이 다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밀어붙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새 정부 출범 전에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고 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에 남은 6대 주요 범죄(부패·경제·선거·대형 참사·공직자·방위사업) 수사권마저 박탈하겠다는 것이다. 임기 내내 검찰 코드 인사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 정권 수사를 무력화시킨 것의 연장선상이다.

여당이 취임도 안 한 당선인을 향해 원색 비난하는 것도 도를 한참 넘었다. ‘레임덕이 아니라 취임덕’은 약과다. ‘윤석열씨’ ‘칼사위를 들이민다’ ‘망나니’ 등이 난무한다. 허니문은커녕 당선인을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0.73%포인트 차이의 대선 결과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대통령 임기가 5월 9일까지인 것은 맞다. 그러나 곧 물러나는 정부가 정권 방어를 위해 독립적 사법기관의 사정 기능을 약화시키는 등 곳곳에 대못을 박는 건 정도가 아니다. 대통령부터 진정한 대화의 조건을 만들어 놓고 손을 내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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